오는 19일, 전교교수회의서 글로컬 사업 신청 여부 판가름 날 전망
한국교원대신문은 지난 489호, 490호에 이어 3월 25일에 발행 예정인 491호에도 글로컬 사업 추진 건을 다룬 기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학생들의 목소리를 담는 학내언론으로서의 기능이 절실히 요구되는 지금, 그 역할에 부응하고자 호외 7호를 펴낸다.
1. 사건의 경위
2023년 12월 22일 김종우 총장은 서신을 통해 우리학교가 ‘글로컬대학30(이하 글로컬 사업)’ 사업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기획평가과는 학내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2023년 12월 27일과 28일 이틀에 걸쳐 ‘글로컬 사업 관련 논의 시작 여부’ 설문을 진행하였다. 설문조사 결과 ▲교수 ▲직원 ▲학생(학부생과 대학원생)의 가중치를 각각 68:16:16으로 한 ‘참여 비율’로 산출하였을 때 찬성 비율이 약 58%였음을 밝혔다. 이에 2024년 1월, 교수와 직원의 높은 찬성 비율(약 58%)을 근거로 글로컬 사업 관련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총학생회에서는 ▲투명한 정보 공개와 ▲학부생 대상 의견 수렴 ▲공청회 개최를 요청했다. 2024년 3월 7일 ▲총장 ▲총학생회장 ▲부총학생회장 ▲교육진로국이 참여한 글로컬 사업 관련 면담에서 김종우 총장은 설문을 다시 시행하여 구성원의 과반수가 찬성하지 않는다면,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2024년 3월 14일 오전 기획평가과는 ‘글로컬대학30 예비지정신청 추진안에 대한 의견수렴 및 공개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글로컬대학30’의 사업 계획 발표 ▲질의응답 ▲토론 등이 진행되었으며, 초등총동문회와 총동문회의 글로컬 사업 졸속 추진 중단과 예비지정신청을 철회하라는 성명문이 발표되었다. 이날 20시, 총학생회는 글로컬 사업 관련 학부생 1차 의견 수렴을 위한 설문조사를 시작하였다. 해당 설문조사는 학부 전체를 대표하는 총학생회가 의견을 모으는 단계를 거쳐 학부생의 의견을 피력하고자 실시하게 되었다.
2024년 3월 15일 오전에는 하승민 총학생회장이 글로컬 사업 참여가 학부생의 의견 수렴 과정 없이 단행된 것을 규탄하고자 입장문을 발표하였다. 이후 12시부터는 교원문화관 앞에서 학우들의 학잠 시위가 시작되었다. 이 시위는 학부생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채 단독적으로 추진한 글로컬 사업에 대해 학부생의 의견을 표명하고자 학내 익명 커뮤니티에서 학잠 시위를 계획·실시하게 되었다.
2024년 3월 16일 오전, 총학생회에서 글로컬 사업 추진 관련 1차 의견 수렴 결과가 발표되었다. 발표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수는 1,040명이며 ▲반대 73%(759명) ▲ 조건부 찬성 26.5%(265명) ▲ 찬성 1.5%(16명)로 응답하였다. 이날 오후에는 2차 의견 수렴이 시작되었다. 2024년 3월 17일에는 확대운영위원회의가 진행되었으며, 이 회의에서는 앞으로의 대응 전략에 대한 방안이 오갔다. 2024년 3월 18일 17:30에는 총동문회에서 주도하는 글로컬 사업 졸속 추진 반대 집회가 대학본부 현관 앞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그리고 2024년 3월 19일 16:00에는 총학생회 주도하에 전교교수회의 장소에서 반대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2. 의문점
글로컬 사업과 관련된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른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경과를 살펴보았다. 한국교원대신문은 이 과정에서 몇 가지 의문점들을 찾을 수 있었다.
첫째, 대학은 과연 ‘구체적인 안’이 없었는가?
김종우 총장이 청주교대, 공주교대 총장과 첫 회동을 했던 것은 작년 10월 10일, 학내에 글로컬 사업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12월 22일이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글로컬 사업과 관련된 자세한 정보가 공개된 것은 글로컬 사업 신청 마감일로부터 일주일 남짓 이전인 3월 14일 공개토론회에서였다. 이 두 시점 사이에는 약 3개월의 시간적 공백이 있었다. 이 기간 동안 대학본부는 총학생회 측의 정보 공유 및 공청회 개최 요구에도, 한국교원대신문의 취재 및 인터뷰 요청에도 ‘구체적인 안’이 없다고 일관해왔다.
그러나 한국교원대신문의 취재 결과 지난 3개월의 시간 동안 대학본부 측에게 ‘구체적인 안’이 없었던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정황이 많았다. 3월 전까지도 이미 청주교대와의 협의 과정이 수차례 있었고, 공개토론회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글로벌대학30 지원 사업계획서’에는 이미 글로컬 사업의 추진 목표부터 세부 전략·과제까지 정해져 있었다. 공개토론회에서 김종우 총장은 공개가 늦어진 것에 대해 ‘학내에 공개하면 모든 교대에 다 퍼지게 될 것’을 우려했다고 밝혔지만, 통합의 구체적인 안을 학내 구성원들과 함께 논의하여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이미 청주교대와 구체적인 협의를 마친 후 신청 직전 학내에 일방적으로 통보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해볼 여지가 있다.
둘째, 대학은 학생의 의견을 들을 의지가 있었는가?
공개토론회에서 김종우 총장은 12월 27일부터 28일까지 이틀간 진행된 첫 의견수렴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학생분들은 전체적으로 조금 죄송한 표현이지만, 이런 것보다는 학업에 더 많이 신경을 써야 되기 때문에 이제 관심도가 조금 떨어지는 상황에서 그러지 않았을까 판단“했다고 발언했다. 학부생의 반대 의견이 아무리 강했더라도 이러한 관점에서 결과를 해석한다면 유의미하게 받아들여질 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 학부생의 의견은 ’전체 58%가 찬성‘, ’네 주체 중 세 주체의 찬성‘을 근거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기획평가과에 따르면 58%라는 수치는 총장선거에 사용된 비율과 동일한 ‘참여 비율(교수:직원:학생(학부+대학원)=68:16:16)’로 산출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참여 비율은 무엇을 근거로 설정된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으며, 이러한 비율로 의견 수렴을 진행할 것이라는 사실도 미리 고지되지 않았다.
이처럼 ’58% 찬성‘이라는 의견 수렴 결과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정필운 입학학생처장은 “58%의 수치가 아닌 교수·직원·대학원생·학부생 중 세 주체가 찬성한 것을 근거로 논의를 시작하게 되었다”라고 설명하였다. 과연 네 주체 중 세 주체의 찬성이 있었다고 해서 한 주체의 80%를 넘는 반대는 무시되는 것을 민주적이라고 할 수 있을지, 만약 반대했던 한 주체가 학부생이 아닌 교수나 교직원이었더라도 같은 방식으로 사업 추진을 강행했을지는 더 고민해보아야 할 문제이다.
마지막으로 의견 수렴은 동시에 진행했지만, 의견 수렴이 진행되었던 시기에 교수·교직원·학생에게 모두 동일한 정보가 제공되었던 것인지에 대해서도 불분명한 측면이 있다. 공개토론회에서 김종우 총장은 교수들에게는 이미 교수 세미나나 메일 등을 통해 여러 차례 관련 논의를 공유했다고 밝혔으며, 직원 및 학생 대표와도 만났던 적이 있으므로 일명 ‘밀실 논의’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정했다. 다만 학부 총학생회에 지금껏 공유되었던 바는 ‘구체적인 안이 없다’는 내용 그 이상은 없었다. 더불어 공청회 이틀 전인 3월 12일, 김종우 총장은 교수와 교직원에게 ‘글로컬대학 및 교원양성대 간 통합 추진 상황에 대한 설명문’이라는 메일 역시 학부생에게는 공유하지 않았다.
셋째, 글로컬 사업 추진,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마지막 의문점은 이렇게나 큰 반발이 있음에도 우리학교에서 이 통합을 무리해서 추진하고자 했던 이유, 즉 이 글로컬 사업 추진의 효용(效用)에 관한 것이다. 지난 12월 27일 총학생회가 배포한 ‘글로컬 사업 QnA’에 따르면, 기획평가과는 글로컬 사업 추진의 궁극적 목표는 “변화된 환경에 슬기롭게 적응하여 교육 전문성을 가진 최고 대학이라는 현재 위상을 계속 유지”이며, 이를 위해서는 대학 간 통합을 통한 규모 키우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16일 총학생회 측에서 실시한 학부생 1차 의견 수렴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040명 중 759명(73%)이 반대 의사를 밝힌 근거 역시 ‘종합교원양성의 특수성 유지 불가 우려’, ‘교명 변경으로 인한 고유성 상실’이었다. 즉 지금 학부생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글로컬 사업 추진이 우리 학교의 고유성과 특수성을 지켜주지 못할 것이라고 보는 입장이 지배적인 것이다.
글로컬 사업 추진을 통한 청주교대와의 통합이 과연 우리학교에게 좋은 선택이 될 것인지는 충분한 숙고가 필요할 것이다.
3. 우리의 백열(白熱)은 꺼지지 않는다
한국교원대신문은 학내 구성원들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존재하는 우리학교의 공식언론기구로서 기자 일동은 현재의 글로컬 사업 추진 강행 사태에 대해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힌다.
하나, 한국교원대신문은 글로컬 사업 추진 과정의 비민주성과 불투명성을 규탄한다.
둘, 한국교원대신문은 대학본부에 예비 신청 마감일(3월 22일) 전까지 ‘2. 의문점’에 대한 공개 답변을 요구한다.
셋, 한국교원대신문은 대학본부에 이후 글로컬 사업 추진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학생들에게 신속하고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약속을 요구한다.
정론직필(正論直筆), 바른 주장을 펴고 사실 그대로를 전한다는 의미다. 우리는 우리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고 부당함에 저항할 것이다. 우리가 언론으로서 내는 목소리는 학우들이 관심을 가지며 들어줄 때 그 힘을 비로소 발휘할 수 있다. 학우 여러분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지금이다. 오늘 우리가 함께 내는 목소리가 내일의 우리학교를 위해, 우리의 목소리가 닿을 수 있는 길을 만들어내기를 소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