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4년 12월 프랑스군의 장교 드레퓌스가 군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 받았다. 확실한 증거가 없었으나 군부는 그가 유대인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며, 당시 유대인에 대한 반감이 짙던 프랑스 국민을 자극했다. 1897년 11월 진범이 밝혀졌지만 프랑스 군부는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기 위해 사건을 은폐시키려 했다.
이듬해 1월 13일 프랑스의 대문호 에밀 졸라는 로로르(L’aurore)지에‘나는 고발한다’를 제목으로 한 격문을 실었다. 이 글에서 에밀 졸라는 드레퓌스 대위가 무죄임을 격정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프랑스 사회는 정의와 진실을 요구하는 드레퓌스파와 국가 질서를 주장하는 반 드레퓌스파가 나뉘었고, 나아가 좌우 대립으로 전개되는 등 프랑스 사회에 큰 파장이 일어났다.
이에 프랑스 의회는 에밀 졸라를 기소했고, 에밀졸라는 훈장을 박탈당하고 영국으로 망명을 갔다. 드레퓌스는 1899년 9월 재심을 받았고 유죄를 선고 받았으나, 대통령 특사로 석방되었다. 1906년 드레퓌스는 드디어 무죄판결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에밀졸라는 그 자리에 없었다. 그는 진실의 승리를 보지 못한 채 1902년 9월에 사망했다. 드레퓌스사건은 없던 일을 진실로 왜곡한 대표적 사례로 기억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도 드레퓌스 사건과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 대한민국 대표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안철수 룸살롱’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룸살롱 단어 검색은 성인인증이 필요하지만‘안철수 룸살롱’검색은 성인인증 없이 가능했다. 이를 확인해보기 위한 누리꾼들의검색으로 안철수 룸살롱은 순식간에 검색어 1위에 등극했다. 이후 새누리당 측에서 안철수 교수의 지인 금태섭 변호사에게 협박을 해온 사실이 밝혀졌다.
안철수 교수가 대통령 후보에 나오면 안철수 교수의 여자문제, 뇌물혐의를 폭로해버리겠다는 것이 협박의 내용이다. 이 협박의 내용들은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이 났으며 지난 1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후보 역시 루머에 대한 증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번 안철수 후보에 관한 루머는 반짝하고 끝났지만 자신들에게 위협이 되는 새로운 세력을 막기 위해 거대 언론과 포털 사이트, 집권당의 공작으로 거짓이 사실인 것 마냥 왜곡된 점에 주목해야한다. 집권세력이 의혹을 제기하고 거대 언론이 포털 사이트를 통해 이를 루머로 유포했다. 또한 누리꾼들의 발 빠른 정보 전달로 루머는 순식간에 확산되었다. 빨리 끝났다고는 해도 거짓을 사실로 왜곡한 것에 대해 집권세력은 심각한 반성이 필요하다. 민주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박정희 정부시절 반공정신을 확립하고 국가 질서를 바로 잡기 위해 일어났던 조작극, 인혁당 사건과 사건의 심각성만 다를 뿐 집권세력이 주체가 되어 거짓을 사실로 조작한 것은 똑같다.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하여 이루어낸 민주화 국가에 아직까지 권력유지를 위한 유언비어가 떠돌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이 발달한 현재, 유언비어의 잘못이 권력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많은 네티즌들이 빠르게 순환되는 인터넷 신문을 통해 거대 언론의 말에 현혹되고 있다. 그들은 빠르게 제공되는 왜곡된 사실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고 이에 따라 많은 루머가 네티즌들의 손가락을 타고 순식간에 퍼져 진실이 왜곡된다. 이들 역시 공범자가 되고 있는 것이다.
에밀 졸라는 격문에서“나는 역사의 공범자가 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진실을 왜곡한 사람들을 역사의 공범자라 지칭하고 자신은 그들과 다르게 양심을 지켰다. 이 격문을 발표하고 에밀 졸라는 자신의 명성을 잃고 망명까지 갔다. 하지만 현재 그는 진실을 수호한 양심 있는 지식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는 인혁당 사건을 왜곡했던 선조들을 역사의 공범자로 여기고 있다. 이번 안철수 루머 유포 역시 우리의 후손들에게 역사의 치부로 여겨질 것이다. 인혁당 사건, 안철수 루머유포 모두 양심을 지킨 자만이 역사의 공범자로 여겨지지 않을 것이다.
다행히 안철수 후보의 루머는 사실이 아님이 빨리 밝혀졌다. 빨리 밝혀지지 않았다면 안철수 후보의 피해는 더 커졌을 것이다. 안철수 후보 측의 대응이 늦거나 적절하지 않았으면 거짓은 사실로 굳어졌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실을 밝히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리고 역사의 치부는 커지게 된다. 드레퓌스 사건과 인혁당 사건이 그래왔듯이 말이다.
그러나 안철수 루머 사건이 빨리 밝혀졌음에 안도해서는 안 된다. 루머가 잠깐 떠돌 수 있지 하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집권당도 피해자가 될 수 있고, 한 네티즌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았다고, 루머가 금방 끝났다고 루머에 관대해지면 제2의 인혁당, 드레퓌스 사건이 발생할 것이다.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지지 마련이다. 이왕 밝혀질 것 우리는 왜 굳이 피해자를 만들고 역사의 치부에 같은 공범자가 되려 하는가. 권력자들은 현재의 이익을 쫓는 근시안적인 시각을 버리고, 네티즌은 정보를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혜안을 길러야 할 것이다.
- 기자명 김종주 기자
- 입력 2017.03.25 15:37
- 수정 2017.03.25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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