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 이들은 공존할 수 없다고만 여겨지는 단어들이다. 죽음 속에 삶이 있을 수 없고, 삶 속에 죽음이 있을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인간은 필연적으로 죽음과 마주하게 된다. 이때 어떤 이들은 주어진 삶의 시간을 모두 살아가고 자연스럽게 죽음에 이르기도 하지만, 어떤 이들은 죽음에 대한 공포보다 현실의 고통이 막대하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죽음 속으로 내몰기도 한다. 이번 호의 컬처노트에서는 스스로 생을 놓아버린 최이재와 그를 떠나보내고 남은 삶을 여전히 살아가야 하는 남겨진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이재, 곧 죽습니다>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이재, 곧 죽습니다' 드라마 포스터 (사진/티빙 오리지널 제공)
'이재, 곧 죽습니다' 드라마 포스터 (사진/티빙 오리지널 제공)

 

최이재, 삶의 시간을 스스로 멈추다 죽음은 그저 내 고통을 끝내 줄 하찮은 도구일 뿐

최이재는 대학 졸업 이후 7년 동안 구직에 실패하고, 투자 사기에 이어 여자 친구와 이별하게 되면서 취업, 사랑, 돈 등 인생의 모든 부분에서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결국 그는 삶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자신의 생을 끝내고 만다. “죽음은 그저 내 고통을 끝내 줄 하찮은 도구일 뿐그렇게 최이재는 죽음을 가볍게 여긴 채 스스로 생을 마감한 벌로 학교폭력 피해 학생 격투기 선수 지망생 모델 화가 형사 노숙자 최이재 엄마 등 12번의 삶과 죽음을 반복하게 된다.

특히 <이재, 곧 죽습니다>에서 최이재는 스스로 삶을 포기하기 직전까지 삶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죽음 이후 12번의 또 다른 삶과 죽음을 반복하면서 비로소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극 중 최이재를 연기했던 배우 서인국은 최이재로 살아가면서 죽음보다는 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다라며 내가 살아가던 평범한 시간이 너무 소중하게 느껴졌다라고 고백했다.

또한, <이재, 곧 죽습니다>는 죽음과 환생의 반복이라는 요소로 죽음의 무게와 함께 삶의 소중함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최이재는 두려움에 떠는 인생은 진짜 인생이 아니다. 하지만 겁쟁이였던 나는 항상 두려움에 떠는 인생을 살았다라고 독백한다. 세상이 알아주지 않을까 두려워, 뒤처질까 두려워, 거절당할까 두려워 인생의 꽃도 펴 보지 못한 채 두려움에 떨다 스스로 죽고 만 것이다. 그러나 삶에서 우리가 전부라고 생각했던 고통과 걱정들은 지극히 일부일 뿐이다. 힘에 부치고, 걱정으로 가득하기도 한 그런 하루하루가 모여 인생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면 최이재의 선택은 바뀔 수 있었지 않았을까?

 

죽음 그 이후, 남겨진 사람들에게 전염된 죽음의 슬픔과 고통

제가 누군가에게 피해를 준 것도 아니잖아요최이재가 스스로 생을 끝마치고 자신에게 벌을 주려고 하는 죽음에게 한 말이다. 그러나 최이재는 거듭되는 죽음을 통해서 자신의 선택이 잘못됐다는 것을, 자신이 아끼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었는데도 그들의 아픔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음을 깨닫는다. 그 이유는 12번의 고통스러운 죽음 속에서 자신에게 가장 큰 고통을 준 죽음은 불에 타 죽은 것도, 사지가 절단되어 죽은 것도 아닌,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을 때 느낀 고통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최이재는 마지막 형벌로 32년이라는 긴 시간을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목표 없이 살아가는 어머니의 몸으로 살아가게 되며 위기를 헤쳐 나갈 용기나 기회는 비로소 살아있을 때나 가능한 것임을 알게 된다.

누구나 한 번쯤 죽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지루하고 의미 없다고 느껴지는 오늘 하루, 지금 이 순간이 누군가에게는 그토록 살고 싶었던 어제일 수 있기에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 나가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최이재는 자신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동안 자신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은 앞으로를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남겨진다는 것을 깨닫고 죽음에게 자기 자신을 위해 다시 살아보고 싶다며 읍소한다. 아마도 최이재는 12번의 환생이라는 기회가 없었더라면, 죽음이란 그저 눈앞에 닥친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도망치기 위한 도구로만 여겼을 뿐, 남겨진 가족의 슬픔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당신은 이 지구에서 단 하나뿐인 사람입니다우리가 지금까지 쉽게 보고 듣던 위로의 문장에 불과하지만, <이재, 곧 죽습니다>를 한 마디로 소개할 수 있는 문장이다. 본인의 문제에 몰두할 때, 지나고 보면 별일이 아닐지라도 그때의 우리에게는 전부로 결국은 삶의 의욕을 잃어버리고 좌절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랑하는 나의 주변 사람들을 위해, 언젠가는 나를 위해 오늘 하루를 버텨보는 것은 어떨까? 꼭 누군가가 내 옆에 있지 않더라도 혹시 모를 행복한 순간은 조금 느리더라도 반드시 온다고 믿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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