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혁(초등교육·21) 학우
먼지들이 습기를 빨아들인다
말라서 가벼운 것과
젖어서 가벼운 것들의 치열한 혼인
빛이 직선을 꺾고
바퀴들은 원을 내려놓는다
안개가 내리고 서서히
세상은 눈을 뜬 채 눈먼다
커다란 안개가 드리운다. 분명히 존재했던 것들이 시야에서 흐려진다. 한창 밝게 빛나던 별이 사라진다.
안개가 우리를 에워싼다. 빛을 잃은 사람들은 꿈을 잃었다. 그 무력감에 누군가는 지쳐 포기하기도, 소리쳐 외치기도, 또 누군가는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기도 한다.
그 별의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음을 알기에, 알고 있었음에도 지켜주지 못했음에 미안한 마음만 커진다.
안개가 지독해야 안개 너머를 꿈꾸고
자기의 안쪽을 염려한다
안개가 극심해야 세상은 눈을 버리고
오래된 귀를 연다
그러나 지독한 안개는 단연코 우리에게 ‘좌절’만을 전해주지 않았다. 우리가 나아갈 힘을, 우리 안의 상처를 치료할 힘을, 그간 보였음에도 보지 않았던 것들을 직시할 기회를 주었다.
극심한 안개 속에서 모순적으로 우리는 나아갈 길을 알게 되었다.
밤새 머물지 못한 영혼들이 있었으리
그래 새벽은 안개를 낳고
떠다니는 영혼, 그중에서도
상처받은 영혼들을 감싸주고 있으리
포근히 둘러싼 이 안개가 ‘학교’라는 곳을 더 나은 곳으로 이끌길,
아픔에 울부짖는 이들을 보듬길,
겨울이 지나야 봄이 오듯, 밤이 가야 낮이 오듯,
안개의 저편에는 우리가 그리는 곳이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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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의 저편에는」은 최근 학교 현장에서 대두된 ‘교권 추락’과 관련된 이야기를 안개와 관련된 시 두 편(안개침엽수지대(이문재, 1959), 안개(허형만, 1945))을 인용하여 표현한 글이다. 교육 실습을 다녀왔을 때, 꿈과 이상이었던 학교라는 곳에는 슬픔이라는 안개가 내려앉아 있었다. 선생님들은 함께하지 못했음에 분노하기도, 예비교사들에게 미안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안개는 우리를 ‘좌절’하게만 하지 않았다. 학교에는 ‘배움을 필요로 하는’, ‘우리를 필요로 하는’ 학생이 있기에 우리는 자리를 지키고 더 나아가야 한다. 이제 우리는 나아갈 길을 안다. 슬픔의 안개 저편에는 우리가 꿈꾸는 이상이 있기를 소망하며, 더불어 이 안개가 아픔을 안은 이들을 포근히 보듬어 주기를 기대하며 이 글을 마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