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세계에서 선수들은 여러 구단들을 전전한다. 물론 몇몇 선수들의 경우 한 구단에 오래 남아 구단에 대한 의리를 지키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은 이 구단에서 저 구단으로, 저 구단에서 이 구단으로 자신의 거취를 옮겨 다닌다. 선수들이 이적을 결심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구단 안의 누군가와 불화가 있을 수도 있고, 자신이 속한 구단의 성적이 부진하다는 이유로 구단을 떠나기도 한다. 어떤 이유로든 이적을 마음먹고 나면 선수들은 자신이 가고자 하는 구단을 선택한다. 단, 그를 원하는 다른 구단이 존재해야 한다. 만약 그를 원하는 구단이 여러 곳이라면 선수들은 어느 팀으로 이적할지를 두고 선택의 기로에 선다. 여러 가지를 복합적으로 고려한 뒤에, 그들은 하나의 구단을 선택해 이적한다.
  하지만 그 선택들이 모두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선수는 자신이 생각
하기에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겠지만, 그 결과는 항상 최선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
다. 그 구단이 속한 리그의 플레이스타일이 자신과 맞지 않을 수도 있고, 자신의 실력보다 지나치게 명성이 높은 구단으로 갔다가 다른 선수들에 밀려 아예 경기에 나서지 못할 수도 있다. 2000년대 최고의 공격수였던‘무결점 스트라이커’셰브첸코가 그랬고, 아스날로 이적한 우리나라의 박주영이 그랬다.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셰브첸코는 이적 이후 최악의 부진에 빠졌고, 세계 최고의 팀 중 하나인 아스날로 이적한 박주영은 주전경쟁에 밀려 경기에도 나서지 못했다. 이들 외에도 수많은 선수들이 잘못된 선택으로 자신의 커리어를 망쳤다.
  프로선수들도 자신의 앞날을 내다보지 못하고 선택의 갈림길에서 잘못된 판단을 한다. 프로라면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충분히 고찰을 했을 것이고, 자신의 선택이 가져올 결과에 대해 충분히 생각했을 것인데도 말이다. 그런데 자신이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잘 모르고, 자신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제대로 예상조차 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매년 중대한 갈림길에 서고 있다면 어떨까. 그들 중 많은 수가 이후에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들은 바로 문·이과를 선택하게 되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다.
  아직 고등학교 1학년밖에 안 된 학생들은 자신이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정확히 모른다. 그들 대부분은 가정과 학교가 시키는 일을 했을 뿐, 스스로 무언가에 도전한다는 것에 아직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학생들은 문과, 혹은 이과를 선택하는 자신의 발걸음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도 잘 알지 못한다. 그들은 아직 자신이 장차 나아갈 사회에 대해 아직 잘 모르는 탓이다. 그런데도 학생들은 ‘이제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나이’라는 말을 통해 문과와 이과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을 요구받는다.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나이라는 허울 좋은 핑계를 대기에는 애당초 선택지가 지나치게 좁다. 학생들의 미래를 결정하는 갈림길 치고는 다소 일차원적인 분류다. 세상의 모든 학문들을 인문계열과 자연계열 둘로 나눌 수는 없다. 수많은 갈래의 길들을 두 갈래로 압축해 놓으니 한번의 선택으로 절반의 가능성을 날려 버리게 된다. 선택에 걸린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우리는 아직 자신의 선택에 확신이 없는 학생들을 위해 우선 여러 분야를 경험하게 함으로써 그들의 위험부담을 줄이고, 스스로가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를 천천히 생각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편협한 선택 방식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문·이과의 구분을 없애고, 어떤 계열의 수업이든 학생들이 듣고 싶은 수업을 골라서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계열에 상관없이 수업을 들으며 해당 영역에 대한 경험을 쌓다보면 자신의 흥미와 적성이 어디에 있는지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자신의 능력에 대해 아직 잘 알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경험을 통해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들이 앞으로 공부할 분야를 정하는 것은 그 이후에나 거론될 문제다. 박주영은 끝내 아스날보다 명성이 떨어지는 다른 팀으로 이적했다. 셰브첸코는 부진을 겪었을지언정 계약 기간 동안 2억이 넘는 주급을 받았으니, 자존심에 상처는 입었어도 돈은 깨나 벌어들였다. 그에 비해 학생들은 한번 문·이과를 잘못 선택하고 나면 전과하는 것이 대단히 어렵다. 잘못된 선택을 어디선가 보상받지도 못한다. 지금 우리의 학생들은 여러모로 프로선수들보다 난해한 기로에 서서 선택을 하고 있다. 그들에게는 아직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한국교원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