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원하는 것으로 이끄는 욕망 그리고, 자기 행동을 조절하고 결정하고자 하는 자유의지 사이에서 인간은 무수한 갈림길 앞에 서 있다. 무엇보다 본능적인 욕망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여러 선택지 사이에서 방황하면서도 다시 정진해 나갈 수 있는가?

파우스트는 욕망이라는 독 사과에 현혹되어 파우스트가 악마에게 영혼을 팔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독어교육과 오민정 교수의 서재를 통해 우리는 우리들의 욕망을 어떻게 다루고, 앞으로 전진하여 나갈 것인지 고민해 보자.

 

오민정 교수/ 한소연 기자
오민정 교수/ 한소연 기자

 

 

Q1. 교수님께서 학부 시절 감명 깊게 읽으셨던 책은 무엇이며, 어떤 내용인가요?

이 질문을 받았을 때, 저는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가 생각나더군요. 이 작품은 괴테가 20대 청년 시절부터 죽음을 맞이하기 전까지, 60여 년 동안 글쓰기를 반복했던 작품이지요. 이 작품은 비극 제1부와 제2부로 구성됐어요.

1부에선, 세상의 모든 학문을 섭렵했음에도 세상의 진리와 우주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알아내지 못한 파우스트가 악마 메피스토펠레스가 권한 젊음의 묘약을 마시고, 20대 청년이 되어 순수한 여성 그레트헨을 유혹해요. 그레트헨은 파우스트와의 사랑으로 어머니와 자신의 아기를 죽음에 이르게 하고, 살인죄로 감옥에 갇히고요. 그녀의 오빠는 자기 동생을 유혹한 파우스트와 결투를 벌이다가 사망하지요. 파우스트는 그레트헨을 탈옥시키고자 하지만, 그녀는 이를 거부하며 죽게 되고 주님의 구원을 받아요. 2부에서 파우스트는 아름다운 여인 헬레나를 찾기 위해 신비로운 나라로 들어가고, 그녀와의 사이에서 오이포리온을 낳죠. 하지만 결국 헬레나도 아이도 사라지게 돼요. 그는 호문쿨루스라는 인조인간을 만들기도 하고, 인류애를 실현하겠다는 자만으로 간척사업을 벌이기도 해요. 간척사업을 벌이는 5막의 마지막 장면에서 파우스트는 많은 이들에게 자유롭게 살 땅을 개간하려고 한 것이, 결국 자연을 파괴하고, 자신의 무덤을 파는 일인지도 모른 채, “머물러라, 너는 참으로 아름답구나!”라는 말을 남기며 생을 마감해요. 이 책은 우리에게 많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이에요. 그리고 책을 읽는 독자의 나이에 따라서, 자신에게 처한 상황에 따라서 다양한 해석으로 읽히는 작품이기도 하지요.

 

Q2. 교수님께서는 그 책을 언제, 어떤 계기로 만나게 되셨나요?

제가 학부를 다니던 시절은 우리나라가 IMF 구제금융 요청에 들어가던 시기였어요. 여러분들 중에 국가부도의 날이라는 영화를 본 친구도 있을 것 같아요. 그 시절 취업을 앞둔 선배들은 취업 걱정에 한숨짓던 시절이었지요. 학교를 잘 다니던 친구는 갑자기 휴학하기도 하고, 경제적으로 모두가 힘들던 시절이었지요. 당시에는 왜 하루아침에 우리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어야 했는지도 잘 몰랐던 것 같아요. 그런데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엄청난 저력을 가졌다고 느꼈던 것은 금 모으기 운동에 너도나도 동참하는 모습에서였어요. 당시 저의 집 근처의 주택은행인 곳이 있었는데, 집에 있는 금을 내놓기 위해 사람들이 은행 밖까지 줄을 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네요. 그렇게 온 국민이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애쓰던 시절임에도 저와 학우들은 나름의 평범한 대학 생활을 보내기도 했던 것 같아요.

학부 시절, 독 희곡이라는 수업을 들었는데, 교수님과 수강생들 모두가 함께 예술의전당에서 낭송 극을 봤어요. 괴테의 파우스트였지요. 사실 이 연극에서는 배우의 행위를 최소화하여, 배우들이 대사를 읽는 것으로 극이 전달되었어요. 시간도 3시간이 넘었던 공연이라 연극을 보면서는 지루함도 느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저의 은사이신 이정준 교수님께서 이 작품을 꼭 읽어보라고 하셨기에, 파우스트를 손에 들었죠.

 

Q3. 이 책이 교수님께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메피스토펠레스와 주님이 파우스트를 두고 내기를 하는 천상의 서곡“Es irrt der Mensch, so lang er strebt라는 구절이 있어요. 인간이란 스스로가 이루고자 하는 바를 위해 애쓰는 한, 방황하기 마련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지요. 제게도 이 방황의 순간이 끊임없이 있었어요. 대학을 졸업하면서, 독일 유학길에 올랐을 때, 유학하면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와서, 무언가 끝을 맺고,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갈림길에 서 있는 순간, 방황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비유될지 모르겠지만, 주인공 파우스트가 메피스토펠레스와의 거래를 고민하던 순간처럼요. 유혹의 매 순간 메피스토펠레스의 손을 잡을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하던 순간처럼요. 물론 끊임없는 시작과 끝, 그 사이뿐만 아니라, 선택한 길 위에서도 수많이 고민하고, 헤맸던 것 같아요.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 안에 있는 것처럼요. 그 고민의 순간마다 작품 속 이 구절을 떠올렸던 것 같아요. ‘그래 난 내가 뜻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정진하고 있는 거야. 그 정진의 길 위에서 방황을 피할 수는 없어. 이는 당연히 따르는 것이야라고요. , 이 책은 제게, 제 생의 한가운데에서 내가 누구인지, 자기 성찰을 하도록 이끌었던 책이지요.

 

Q4.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거나 기억에 남는 구절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천상의 서곡부분에 인간이란 노력하는 한 방황하기 마련이다라는 구절과 함께, “선한 사람은 자신이 어두운 충동 안에 있더라도, 자신의 바른길을 잘 알고 있다라는 구절이 있어요. 우리는 내가 선택한 길 위에서 노력하고, 방황하면서 자주 악마의 손을 잡게 되지요. 인간은 나약한 존재이고, 유혹의 손길을 쉽게 뿌리치지 못해요. 저도 역시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인간의 선함이라는 본성은 우리를 바른길로 다시 인도하지요. ‘이라는 이 있기에 우리 세상은 계속해서 살만한 것이죠.

 

Q5. 이 책은 어떤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으신가요?

파우스트는 욕망이라는 중력에 한없이 이끌리는 인물이에요. 그러나 작품 속 주님의 말씀대로 선한 인간은 어둠의 충동 안에서도, 자아의 깊은 본성 안에서 바른길이 어떤 길인지를 성찰해요. 어둠 속에서 밝은 빛을 찾아 정진하는 것이지요. 이 일련의 과정이 바로 인간의 방황이고, 이 심적 동요와 함께 이를 극복하고자 우리는 노력하지요. 파우스트의 이러한 모습은 우리 현대인이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도 반복해서 나타나요. 그렇기에 우리 대부분의 학생도 모두 이러한 방황의 길 위에 서 있을 것으로 생각해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시대, 교사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이 어려운 시기에 과연 내가 교사라는 직업을 천직으로 생각하며 사명감을 가지고 전진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 앞에 방황하고 있는 우리 학생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네요.

 

Q6. 마지막으로 책과 관련하여 20대를 살아가는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해 주세요.

파우스트는 하늘로부터는 가장 아름다운 별을, 땅으로부터는 모든 최상의 향락을 요구하는 인물이지요. 그의 이상은 너무나 높기에 세상의 그 무엇도 그의 내면을 오롯이 채워주지 못하지요. 그렇기에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서는 만족을 찾지 못해요. 그는 자기 내면의 들끓음에 이끌려서 스스로 자신을 자기 삶에서 동떨어진 곳으로 몰아가요. 이런 파우스트 자신도 자신이 반쯤은 미친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20대를 살아가는 학생들은 젊음의 열기로 끊임없이 욕망이라는 중력에 이끌릴 것으로 생각해요. 그때 이 중력의 힘의 세기를 스스로 조절할 힘을 키워나가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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