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은 한국적인 요소를 결합한 판타지의 여러 가지 의미와 가능성을 보여줬다. 웹툰 원작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유리한 점도 있지만, 이전 사례들로 한계도 보일 수 있어 웹툰 팬들 가운데는 드라마를 아예 보지 않은 이도 있었다. 하지만 드라마를 보지 않은 이들이 후회할 만큼이었다. <무빙>이 성공할 수 있던 이유와 한국형 슈퍼히어로로서 갖는 의미, <무빙>이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사람사랑의 가치를 알아보자.

무엇보다 각본의 원작자인 강풀이 참여했던 점에 주목할 만하다. 대개 다른 사례의 경우, 각본을 원작자가 의도한 바와 다르게 출연자들을 캐스팅해서 논란이 일었던 적이 많다. 물론 연출자가 현실적인 상황을 반영하여 캐스팅하고는 하지만 원작자가 의도한 바와 어울리지 않은 등장인물을 캐스팅해서 흥행하지 못한 웹툰 원작의 드라마들이 많다. 그러나 <무빙>은 원작자가 연출에 참여하여 원작 팬들이 원하는 캐스팅과 연출자가 현실적으로 캐스팅할 수 있는 인물들의 절충안을 찾아 최대한 원작을 반영한 점에서 <무빙>이 성공할 수 있던 이유를 들 수 있다.

<무빙>이 한국형 슈퍼히어로물라고 지칭할 수 있는 건, 이제 우리도 슈퍼히어로물을 그릴 수 있을 정도로 기술적, 예술적 능력을 갖추게 됐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사람을 능력만으로 판단하고 있는 한국적인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의미가 크다. 즉 이 작품은 초능력을 가진 슈퍼히어로들이 등장하지만, 그걸 통해 그리고 있는 건 우리 사회가 그 초능력을 잘못된 곳에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이용당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굳이 주인공 봉석을 고3 학생으로 설정해 그려 넣은 것부터가 그렇다. 저마다 개성도 취향도 다르고, 이에 따라 하고 싶은 일도 또 잘할 수 있는 능력과 가능성도 다른 게 학생들이어야 하지만, 우리네 고3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고3이라는 현실 때문에 자기 능력을 숨기고 대입이라는 관문을 위해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고3 관문을 뚫고 대학에 가고 사회로 나와서 직장을 가져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저마다 하고 싶었던 꿈을 향해 가는 이들은 극소수다. 대부분 하고 싶지 않아도 배운 능력으로 그럭저럭 하루하루를 버텨나가는 게 우리 사회가 보통 사람들에게 요구하는 것들이다. 소수의 사람이 판사, 검사와 같은 엘리트 집단으로 들어가더라도, 이들 역시 특정 권력 집단에 이용되거나, 권력에 눈멀어 자신을 잃어버리거나, 이용 가치가 사라지면 가차 없이 버려지는 삶을 사는 경우가 많다. <무빙>의 이미현과 김두식이 그들의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기부가 요구하는 틀에 맞춰진 일에만 이용되다 버려지는 이야기는 이러한 현실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가진 건 몸뚱이 하나밖에 없는 삶은 어떤가. 김두식과 함께 콤비를 이뤄 안기부의 일들을 함께해 온 장주원이라는 캐릭터는 바로 이 우리 사회에서 몸밖에 가진 게 없는 삶을 은유한다. 금세 상처가 아무는 회복 능력을 가진 이 초능력자는 건달로 살아가며 형님으로 모시는 보스를 위해 온몸에 칼을 맞은 채 싸우는 삶을 살아온다. 하지만 조직에도 배신당하고 그 능력을 알아본 민용준에 의해 안기부로 들어와 이용되는 인물이다.

<무빙>은 그래서 초능력자들이 국가를 위한 공적인 일에 뛰어들어 무언가를 해내는 이야기만큼 이들의 사적인 사랑과 가족 이야기에 집중한다. 봉석이 좋아하는 희수와의 애틋한 사랑이 그렇고, 이미현과 김두식이 자신들의 초능력을 서로에 대한 사랑을 위해 쓰는 멜로가 그러하며, 장주원이 안기부로 들어오기 전 만났던 지희와의 사랑이 그렇다. 또한 장주원과 이미현이 보여주는 자식을 향한 사랑이 그렇다. 결국 이들 초능력자가 진짜 원하는 것은 사랑 같은 인간적 삶이었다는 것을 그림으로써 드라마는 말하고 있다. ‘능력만이 유일한 이용 가치처럼 취급하는 이 사회에서 우리가 봐야 하는 건 다름 아닌 사람이라는 것. 결국 사회를 행복하게 하는 건 능력이 아니라 인간적인 삶에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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