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사례 없는 세계 최초의 시도 … 시행 11일 만에 96.4% 설치
지난달 25일부터 환자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시행하는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가 본격 시행되었다.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는 2015년 의료법 개정안에서 첫 등장 이후, 일명 ‘성형수술 사망(권대희법)’ 사건을 계기로 다시 화두에 올랐다. 의료법 개정 당시부터 치열한 찬반 논쟁이 지속되었으며, 시행 중인 지금 역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한편 이러한 논쟁 속에서도 지난 5일 기준, 설치 의무 의료기관의 96.4%가 수술실 CCTV 설치를 마쳤다.
◇ 수술실 CCTV 의무화 … “환자·보호자 요청 시 촬영”
환자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시행하는 의료기관의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야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지난달 25일부터 전면 시행되었다. 해당 법안은 2021년 8월 31일 국회를 통과한 후, 같은 해 9월 공포되어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쳤다. 이는 지금까지 어느 나라도 시행하지 않은 최초의 시도이다.
법안에 따르면 전신마취나 의식하 진정(수면마취) 등으로 환자가 인지·기억하지 못하거나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수술을 시행하는 의료기관의 수술실에 의무적으로 CCTV를 설치해야 하며, 환자나 보호자의 촬영 요청이 있을 시 수술 과정을 녹음 없이 촬영해야 한다. 더불어 의료기관은 수술 장면이 촬영 가능하다는 내용을 환자가 미리 알 수 있도록 안내문 게시 등의 방법으로 알려야 하며, 촬영을 요청하는 환자·보호자에게 촬영 요청서를 제공해야 한다. 이외의 세부 지침은 아래 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반복되는 수술실 내 사건사고로 입법 가속화 … 의무 설치 기관 10개소 중 9개 설치 완료
수술실 CCTV 의무 설치는 2014년, ▲고 신해철 씨 의료사고 사망 논란 ▲무자격자의 대리 수술 ▲강남 의사 음주 수술 ▲의료실 내 성범죄 등의 사건이 불거지면서 그 필요성이 처음 제기되었다. 2015년, 첫 법안이 제출되었으나 당시 의료계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2016년에는 서울 한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수술을 받던 권대희 씨가 의료진의 방치로 과다출혈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여 국민의 공분을 일으켰다. 이 사건 이후 수술실 CCTV 의무화는 급물살을 타 2019년 5월 다시 일명 ‘권대희법’이 발의되었으나, 의료계의 반발로 인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20대 국회 종료로 또다시 폐기 절차를 밟았다.
2020년 7월, 김남국 민주당 의원이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관련 법안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였으며 2021년 9월, 법안이 공포되었다. 이후 2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쳤으며 2023년 9월 22일, CCTV 설치 의무화 관련 세부 내용을 정하는 '의료법 시행규칙'이 개정 완료되었다.
이후 수술실 CCTV 설치는 많은 의사와 의료계의 반발에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10월 5일 기준, 설치 의무 의료기관 2,396개소 중 2,310개소(96.4%), 수술실을 기준으로는 7,013개 중 6,713개(96.4%)에 설치를 완료하였다. 법 시행 불과 11일 만이다. 아직 CCTV 설치가 완료되지 않은 의료기관은 86곳, 수술실의 경우 250개이며, 수술실 CCTV 설치를 개정법 시행일까지 마치지 못하면 해당 의료기관은 법 위반으로 간주된다.
◇ 환자·보호자 “촬영 거부 사유 주관적” … 의료계 “의료인 기본권 침해”
수술실 CCTV 의무화를 두고 환자·보호자와 의료계는 각각 다른 목소리를 표출하고 있다. 환자·보호자의 경우 수술실 CCTV 설치가 의무화된 것 자체에 대해서는 반기는 분위기이다. 다만 ▲CCTV 영상 보관 기간이 30일로 짧아 실제 의료분쟁에 쓰기 어렵다는 점 ▲의사가 CCTV 촬영을 거부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이 많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 ▲촬영 거부 사유가 주관적이라는 점을 지적하였다.
반면, 의료계에서는 수술실 CCTV 의무화가 환자와 의료진 간 신뢰가 무너지고 의료진의 초상권과 직업수행의 자유 등 기본권이 침해된다고 강하게 반발한다. 또한 진료행위를 위축시켜 의료행위가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지적하였고, 결국 이에 따라 외과 기피 현상을 심화할 것이며 필수 의료가 붕괴할 것이라고 비판하였다.
지난달 5일,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가 보건의료인의 ▲인격권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 소지가 있다며 개정 의료법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국민의 안전과, 의료인의 기본권이 모두 존중받아야 하는 만큼 여러 주체의 의견을 폭넓게 반영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