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며 무수히 많은 사건을 겪는다. 이것들은 우리 일상의 일부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의미 있는 순간으로 남아 마음 한편에서 살아 숨쉬기도 한다. 반면, 떠올리기도 싫을 만큼 휴지통에 던져 버리고 싶은 것들도 있다. 빛조차도 앗아가 버리는 블랙홀이 눈앞에 존재한다면, 당신은 힘든 기억을 날려 보내겠는가? 이번 호 컬처노트에서는 가수 윤하의 노래 <사건의 지평선>을 소개한다.

 

사건의 지평선, 음악과 과학이 만나다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은 상대성 이론에서 등장하는 용어로, 지평선 너머의 관찰자와 상호작용할 수 없는 시공간 경계면이다. 이는 중력이 매우 강한 천체 주변에 형성되는 경계로, 중력이 너무나도 강해 어떤 물체나 정보는 물론이고, 심지어 빛조차도 탈출할 수 없게 만든다. 블랙홀로 예를 들어보자면, 사건의 지평선으로 넘어간 것들은 블랙홀의 중력이 너무 강력하여 어떠한 것도 이 지평선을 넘어 다시 블랙홀 안으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이다. 바깥쪽에 어떠한 영향도 미칠 수 없다. 음악과 과학의 조합은 우리에게 다소 생소하게 다가오지만, 오히려 <사건의 지평선>은 그 제목에서부터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신선함을 주고 있다.

 

우리에게 건네는 메시지 읽어보기

윤하 '사건의 지평선' 뮤직비디오 캡처
윤하 '사건의 지평선' 뮤직비디오 캡처

저기, 사라진 별의 자리

아스라이 하얀 빛

한동안은 꺼내 볼 수 있을 거야

우주의 별도 언젠가 자신을 다하고 소멸한다. 이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 영원할 수는 없다고 말해주는 듯하다. 우리는 살아가며 눈부신 순간들을 경험하고, 그것이 조금씩 희미해지더라도 추억으로 남길 수 있다. 어떤 것이 사라져도, 경험이나 추억은 우리의 삶에 남아있다.

 

아낌없이 반짝인 시간은

조금씩 옅어져 가더라도

너와 내 맘에 살아 숨 쉴 테니

이 곡은 사랑했던 연인과 이별한 이후 남은 추억'을 소재로 삼고 있다. 그 추억이 블랙홀에 휩쓸려 들어가더라도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내면에서 계속해서 존재할 것, 각자의 마음속에 살아 숨 쉴 것이라는 걸 전달하고자 한 듯하다.

 

"여긴, 서로의 끝이 아닌

새로운 길모퉁이

익숙함에 진심을 속이지 말자"

내가 바라던 일이나 노력을 쏟아붓던 일이 좀처럼 잘 풀리지 않을 때 우리는 실패했다고 좌절한다. 바로 그 지점에서 나의 길이 끝난 것만 같고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착잡해진다. 이 구절은 내가 걸어온 길의 끝이 막다른 절벽이 아니고, 방향을 조금만 틀어도 새로운 길이 있다고 우리에게 말해준다. 절망적일 때 우리가 있는 곳은 길의 끝이 아니라 길이 꺾이는 모퉁이였을 뿐이다. 우리의 삶은 계속 펼쳐지고 있으며, 새로운 길은 항상 모퉁이에 있음을 잊지 말자.

 

역주행의 신화, 그 속에 숨겨진 삶의 열쇠

사건의 지평선은 음원이 발매된 지 약 6개월, 방송 활동이 끝난 후에야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한 음악 페스티벌 무대의 직캠 영상이 대중에게 회자되면서 사건의 지평선이 자연스레 음원 차트에 진입하였고 끝내 1위를 달성했다. 가수 윤하는 모든 것에는 시차가 있다. 지금 노력한 것이 당장 빛을 발하지 못하더라도 시차가 조금씩 있기 때문에 언젠가 빛을 발하는 그날까지 그날그날 열심히 살아가면 된다라고 말했다. 그녀의 말처럼 오늘 하루를 묵묵히 그리고 꾸준히 살아가는 것이 잔잔해 보이지만 결국 삶을 살아가는 하나의 정답이 아닐까?

 

'사건의 지평선' 무대 직캠 영상 링크
'사건의 지평선' 무대 직캠 영상 링크

 

 
저작권자 © 한국교원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