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25일 육군사관학교(이하 육사)가 교내 충무관 앞에 있는 독립군 및 광복군 영웅 흉상을 철거해 독립기념관으로 이전하는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육사 출신인 이종섭 국방부 장관 휘하 군 당국자들 등은 홍범도 장군이 소련공산당 가입 이력이 있어 육사 정체성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반면 독립운동 단체들은 독립운동가 흉상 철거가 "반역사적, 반민족적 범죄행위"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는 지난 31일 홍범도 장군의 흉상 이전을 발표했고, 발표 이후 찬반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육사,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발표 육사 정체성을 고려한 결정

국방부는 202211월부터 육군사관학교 생도 교육시설 앞에 설치된 독립운동 영웅 홍범도 김좌진 지청천 이범석 장군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의 흉상을 철거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최근 논란이 불거지자, 홍범도 장군 흉상만 철거하고 다른 흉상들은 육사 시설 안으로 이전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국방부는 입장문을 내고 공산주의 이력이 있는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육사에 설치하여 기념하는 것은 육사의 정체성을 고려 시 적절하지 않다라며 홍범도 장군은 청산리 전투에서 같이 싸웠으나 무장해제를 거부하고 만주로 돌아간 김좌진, 이범석 장군 등과는 다른 길을 간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인 3성 장군 출신 신원식 의원은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군 결정을 옹호하며 문재인 정부 때 홍 장군 흉상을 설치한 것이 “6·25 전쟁은 소련의 지원으로 북한이 일으켰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소련 공산당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육사 총동창회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역사적 평가가 상반되는 인물에 대한 조형물 배치는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 특히 6·25전쟁을 일으키고 사주한 북한군, 중공군, 소련군 등에 종사하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훼손한 사실이 분명히 확인된 인물이 포함되어서는 안 된다라며 더구나 이러한 인물의 흉상에 육사 생도들이 거수경례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홍범도 장군이 유년 시절 군대에서 상관을 살해하고 탈영한 이력이 있다는 점도 육사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독립운동 단체, ‘때아닌 이념논쟁제국주의에 대항하기 위한 공산당 입당 주장

독립운동 단체들은 군이 국가 수호라는 본연의 임무를 등한시하고 때아닌 이념논쟁에 뛰어들어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규탄한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지난 827일 이종섭 장관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민족적 양심을 저버린 귀하는 어느 나라 국방장관이냐라며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북한은 김일성을 무장독립투쟁의 최고 수반으로 선전해 온 터여서 그보다 위대한 홍범도 장군 유해를 모셔가지 않았고, 오히려 우리의 봉환 사업을 방해했다라며 홍범도 장군을 새삼스럽게 공산주의자로 몰아 흉상을 철거한다면 결과적으로 북한을 이롭게 하는 행동이라고 질타했다.

독립운동가 선양 단체로 구성된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이하 항단연)829일 오후 2시 육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흉상 철거 철회를 촉구했다. 항단연은 군의 독립운동가 흉상 철거 방침에 대해 어떤 이유로도 부정할 수 없는 고귀한 역사와 전통을 무시하고 말살하려는 의도는 반국가적, 반역사적, 반민족적 범죄행위라는 것을 국방부와 관계자들은 명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는 홍범도 장군에 대해 “1920년대 소련 공산당에 입당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는 하지만, 국제적으로 공산주의자들이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경향이 있었던 당시의 실정을 고려할 때 이를 가지고 홍범도 장군이 세운 공적을 폄훼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독립운동가 후손 육사 명예졸업증반납 국민 10명 중 6명 이전 반대

지난 831일 국방부가 홍범도 장군의 흉상은 독립기념관으로 이전, 다른 나머지 흉상들은 육사 교내 적절한 장소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이 발표 이후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에 항의하는 독립운동가 후손(윤기섭 선생의 외손자 정철승 변호사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 석주 이상룡 선생 증손자 이항증 신흥무관학교기념사업회 공동대표 지청천 장군 외손자 이준식 전 독립기념관장)들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정문에서 육사 명예졸업증을 반납했다.

국방부의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추진에 대해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6명가량은 반대한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14일 여론조사기관인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1~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에 따르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추진에 대해 58%는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찬성한다는 응답은 26%였으며, ‘모름·무응답17%로 나타났다. 이전 발표 이후 찬반 여론이 극심하게 대립하고 있는 만큼 정확한 역사적인 사실에 근거하여 차후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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