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반(국어교육·23) 학우

얼마 전, 지구의 날이 있었다. 매년 4월 22일은 지구의 날인데, 이를 기념하기 위해서 여러 행사가 열린다. 이 행사들 가운데, 오후 8시부터 8시 10분까지 전등을 포함해 모든 전자 장비를 끄는 캠페인이 가장 유명하다. 단 10분의 소등이라도 그것으로 조금이나마 환경에 도움이 된다면, 이 잠깐의 소등은 분명히 그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환경 운동은 인간이 만물의 영장으로서 자신이 지구에 한 행위를 책임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가끔 본질을 놓치곤 한다. 환경 문제에서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가장 유명한 친환경 캠페인을 꼽으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스타벅스의 종이 빨대 캠페인을 고를 것이다. 스타벅스는 태평양의 거대 플라스틱 섬(이하 GPGP)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지난 2018년부터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 빨대로 대체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시작 직후부터 수많은 불만들이 제기되었지만, 처음에는 낯설기만 했던 종이 빨대는 이제는 익숙한 광경이 되었다. 이는 단순히 스타벅스의 캠페인에 의한 것은 아니다. 바다거북의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박혀 괴로워하는 영상이 유튜브에 업로드되었고, 이 영상은 1억 뷰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인간의 책임을 더 이상 다른 종들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라는 슬로건 아래에서 사람들은 환경을 위해, 인간이 아닌 다른 종들을 위해, 그리고 궁극적으로 인간을 위해 잠깐의 불편함을 감수하기 시작했다. 만일 종이 빨대를 반대하는 움직임이 거세게 일어났다면 스타벅스의 캠페인은 실패했을 것이다. 그러니 이 종이 빨대 캠페인의 성공은 많은 사람들이 힘을 합쳐 일궈낸 성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종이 빨대는 환경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까. 플라스틱 빨대와 비닐로 인해 사망하는 바다거북의 수는 연간 1천여 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연간 1천여 마리를 우리가 살리는 데에 일조한 것이다. 이것은 분명히 유의미한 성과이다. 그러나, 일회용품 말고 이 종류의 해양 쓰레기로 인해 사망하는 바다거북의 수는 연간 25만 마리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는 단순히 거북에 국한되지 않는다. 플라스틱 빨대가 GPGP의 전체 쓰레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0.03%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종류의 해양 쓰레기 단 하나는 GPGP의 전체 쓰레기의 46%를 차지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것은. 우리가 초점을 맞춰야 할 바로 그것은 무엇인가?

우리가 초점을 맞춰야 할, 그렇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그것은 어업이다. 좀 더 정확히는, 어업 활동에서 발생하는 폐어구이다. 바다에서 조업하다가 엉킨 그물은 그대로 바다에 버려진다. 통발, 밧줄 등도 마찬가지다. 이는 모든 바다에서 일어난다. 폐어구는 우리나라 전체 해양 쓰레기의 48%를 차지하며, 매년 약 9만 톤에 달하는 폐어구가 바다에 버려지는 것으로 확인되었다(한국해양수산개발원, 2015). 이렇게 유입된 폐어구들은 그대로 해양에 유입되어 해양 미세 플라스틱의 원인이 되고 녹조류의 광합성을 방해하며, 물고기들을 죽이고 해양을 지속 불가능하게 만든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인간도 지속 불가능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 우리가 명확하게 할 수 있는 행동은 없다. 폐어구의 회수는 사실상 개인이 하기에는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우리는 지속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정부에 폐어구 회수를 위한 제도 신설을, 기업에 관련 분야 투자를 요구해야 한다. 어느 정도 회수가 이루어지고, 소비자들의 인식 개선으로 어업 시스템이 개편된다면 문제의 해결에 한 발짝이라도 더 가까이 갈 수 있다. 

인류는 지금까지 많은 것을 이뤄 왔고, 환경 문제에 있어서도 큰 진척을 이뤄 냈다. 그러나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우리는 이를 항상 명심해야 한다. 언제까지고 지구를 위해서, 북극곰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인간을 위해서 이제는 정말 행동해야 한다. 바다는 그저 큰 물웅덩이가 아니다. 지구 시스템에 있어서 바다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크다. 인간이 지구라는 보금자리를 지켜 내려면, 남은 시간은 길지 않다는 것을 항상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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