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념(信念). 무언가를 굳게 믿는 마음을 의미한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신념을 마음속에 품고 살아간다. 돈, 명예, 사랑, 꿈, 세상…. 그 신념이 향하고 있는 것은 서로 다를지라도 말이다. 만약 지금 당신이 품고 있는 신념에 치러야 할 대가가 있다면, 그럼에도 그 신념을 놓지 않을 만큼 당신의 신념은 강인한가? 

세상의 어떤 신념은 너무나 크고도 드높은 곳을 향해 있어 지니는 것만으로도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무게를 지우기도 한다. 때때로 그 무게는 스스로의 삶을 송두리째 내던지기를 요구할 만큼 잔인하게 사람들을 짓누른다. 하지만 그 무게를 기꺼이 짊어지기로 결심한 이들도 있었다. 신념이 자신의 몸을 산산이 부서뜨리더라도, 사랑하는 이들의 얼굴을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를 영원히 앗아갈지라도 말이다. 그것은 그들이 품은 신념이 결코 놓을 수 없을 만큼 눈부신 것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오늘 패배하지만, 내일의 역사는 우리를 승리자로 만들 것이다.” 1980년 5월 26일 저녁, 계엄군과의 최후의 항전을 앞둔 윤상원 열사가 남긴 말이다. 그들은 이미 세상이 자신들의 신념을 ‘패배한 것’으로 평가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이 기꺼이 숭고한 싸움을 멈추지 않았던 것은, 비록 자신은 보지 못할 그 언젠가의 이 땅은 오월의 광주를 승리로 기억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이다. 

누군가는 그들을 ‘현실을 모르는 무모한 이상주의자’라고 했을 것이다. 그들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자들마저도 ‘신념이 밥 먹여 주냐’며, ‘세상에 적당히 타협할 줄도 알아야 한다’며 꾸짖었을 것이다. 그들이 믿었던 것은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는 것이었다. 다만 마치 저 하늘에 떠 있는 태양처럼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아득히 먼 곳에서 그저 찬란하게 빛나고 있을 뿐이었다. 

우리가 오월의 광주를 기억해야 할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토록 강인했던 그들의 신념에는 자신의 세대는 담지 못했던 ‘민주주의’라는 빛을 우리 세대는 온전히 껴안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염원이 있었다. 오늘날 우리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기며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는 결코 그냥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다. 누군가가 목숨을 다해 지키려 했던 신념의 무게였으며, 간절한 염원의 응집체였다.

빼앗긴 들에도 봄이 올 것이라고 믿었던 독립투사들부터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를 썼던 민주화 열사들까지. 이외에도 우리 역사는 신념의 무게를 짊어진 수많은 사람들의 외침으로 변화해 왔다. 또한 앞으로의 역사를 써내려가는 것 역시 자신이 가진 신념의 무게를 기꺼이 지키려는 자들의 몫일 것이다.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 「임을 위한 행진곡(황석영, 김종률)」 中

우리는 스스로에게 끝없이 되물어야 한다. 지금 살아있는 나의 신념은 얼마나 강인한지를. 과연 앞서 나아간 사람들의 희생에 부끄럽지 않을 만큼 신념의 무게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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