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빌라의 신’, ‘건축왕’ 등이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다. 이들 일당은 오피스텔이나 빌라 등의 임대차보증금액수가 매매대금을 웃도는 이른바 ‘깡통전세’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는 수법으로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편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특히 대부분 사회 초년생이나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이루어진 범죄였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피해자들은 정부나 국회를 향해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민원과 시위를 지속하고 있지만,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의 전세사기 피해지원을 위한 특별법 처리는 불발되었다. 그러나 국회에서는 지속적으로 법안 처리를 위한 논의를 지속하고 있으며 국토교통부에서도 전세사기피해지원 준비단을 발족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 전세사기 피해 전국적 속출 … 피해금액 2,309억 원에 이르러
인천시는 최근 2개월 동안 일선 자치구와 합동으로 전세사기 피해 실태를 조사한 결과, 속칭 ▲‘건축왕’ ▲‘빌라왕’ ▲‘청년 빌라왕’이 인천에 소유한 주택이 모두 2,969호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또한 이 가운데 83.6%인 2,484호가 미추홀구에 있고 계양구 177호, 남동구 153호, 부평구 112호로 집계됐다. 전체 피해주택 2,969호의 임대차신고보증금을 합산한 금액은 2,309억 원에 이른다.
인천 미추홀구에서 발생한 전세사기 피해는 확실히 의도적으로 계획된 전세사기로 지난 11일 경찰은 이미 미추홀구에서 대규모 전세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 모 씨(일명 건축왕)를 포함해 피의자 51명을 추가로 검찰에 넘겼다. 또한 남 씨 등 피의자 중 18명에게 전세사기 사건 처음으로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했다. 김상식(인천경찰청 반부패1계장)은 지난 11일 MBC와의 인터뷰에서 "범죄 수행의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각 구성원들의 역할 분담, 반복적인 실행 조직 체계가 있다고 보고 주요 조직원에 대해서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했다"라고 밝혔다.
이와 유사하게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와 구리시에서도 전세피해 신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현재 경찰에서 의도성이 있는 전세사기로 보아야 할지에 대해 조사 중에 있다. 지난 4일 사기 혐의로 피소된 동탄 오피스텔 임대인 A씨 부부로부터 위임장을 받아 임대차 거래를 진행한 공인중개사 B씨 부부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고 9일 밝혔다.
◇ 전세사기가 뭐길래? … ‘깡통전세사기’가 대표적
전세사기에는 여러 유형이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깡통전세사기’이다. 깡통전세란 매매가보다 전세보증금과 집주인의 주택담보대출 금액 합계가 더 높거나 같은 주택을 일컫는 말이다. ‘깡통전세사기’란 주로 시세를 알기 어려운 신축 빌라에서 발생하는데,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매매가와 같거나 높게 부풀려 세입자와 임대차계약을 한 후 경제력이 없는 제3자에게 명의를 넘겨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최근 문제가 되는 깡통전세사기 과정을 간략히 설명하면, ▲건축주는 전세사기를 위한 의도적인 신축 빌라를 건축하고 ▲신축 빌라는 시세 추정이 어렵다는 점을 이용하여 소유자와 분양대행사가 결탁하여 높은 전세보증금을 조성한다. 그 후 ▲분양대행사는 공인중개사들에게 리베이트 광고를 통하여 전세계약 추진을 유도하고, ▲공인중개사들은 상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한 청년층을 중심으로 하여 필요한 정보를 누락하거나 속임으로써 고액의 전세계약을 체결한다. 이후 ▲해당 건축주는 신축빌라의 소유권을 이른바 ‘바지 임대인’인 제3자에게 이전하고, ▲세입자가 전세계약 만료를 이유로 보증금 반환을 요구하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신소유자가 반환의무를 부담한다. 이들은 갭투자(시세차익을 목적으로 주택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액(gap)이 적은 집을 고른 후에, 주택을 매입 전후로 바로 전세 세입자를 구하는 것을 말한다) 등을 위하여 개인이 수백 채 빌라를 본인 명의로 등기하기 때문에 사실상 보증금 반환 능력이 없어 반환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 전세사기 피해자 사망 속출 … 특별법 제정 및 구제 방안 논의 이어져
지난 8일 서울 양천구의 한 빌라에서 전세 사기 피해를 입은 3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타살이나 범죄 관련성은 발견되지 않았고,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전세 사기 피해자의 사망은 올해만 네 번째다.
이에 국회도 25일 본회의에서 '전세사기 특별법'을 처리하겠다고 밝히면서 피해자 지원 법안 제정에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현재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심사하고 있지만, '지원 방식' 등에서 여야 간 이견을 보이면서 합의점을 도출해 내지 못하고 있다. 1일, 3일, 11일에 이어 오는 16일에 다시 법안소위를 열어 논의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관련 3개의 특별법과 관련해 법이 통과되는 즉시 지원 정책이 시행될 수 있도록 '전세사기피해지원 준비단'을 9일 발족했다. 준비단은 약 20여 명 규모로 한시 운영한다. 법 통과 후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정규조직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특별법에 따른 지원정책 시행을 위해서는 ▲실태조사를 통한 피해자 대상 선정 ▲경·공매 유예 협조 요청 등이 필요하다. 국토부는 준비단을 통해 공백 없이 업무가 시행될 수 있도록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할 예정이다.
준비단의 활동으로는 ▲전세사기피해 실태조사 조사매뉴얼 마련,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 구성, ▲전세사기 피해 심의 기준 마련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