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경기도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서울·광주·충남·전북·제주까지 총 여섯 곳에서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 중 광주·제주를 제외한 네 곳에서 학생인권조례의 폐지 또는 축소가 논의되고 있다. 전북에서는 지난 4월 14일 제정된 '전북교육인권조례'에서 학생인권조례의 일부 내용을 삭제하는 내용이 담겨 논란이 일었다. 경기도에서는 학생인권조례에 학생의 책무를 강화하는 내용으로 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서울과 충남에서는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전북도의회, '전북교육인권조례' 가결 학생 인권 보장 축소라는 비판도 제기돼

지난 4월 14일 전라북도의회에서는 기존의 '전라북도 학생인권 조례(이하 전북학생인권조례)'가 학교 구성원 모두가 아닌 학생의 인권 보호에 한정되어 있다는 문제제기로부터 발의된 '전라북도교육청 교육 인권 증진 기본 조례안'(이하 전북교육인권조례)이 가결되었다. 전북교육인권조례에는 기존에 시행되고 있는 전북학생인권조례 중 '제3장 학생인권의 진흥'의 '제5절 학생의 인권보장을 위한 기구'의 내용(학생인권교육센터, 학생인권침해 구제신청과 조치 등)을 대거 삭제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를 두고 정의당과 시민단체, 전교조 등은 강하게 반발했다.

전북교육인권조례 제정에 반대한 정의당 소속 오현숙 전북도의원은 한국교원대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전북교육인권조례가 학생 인권 보장을 축소했다고 지적했다. 오현숙 전북도의원은 "(학생인권조례에 담긴) 학생인권교육센터는 학생 인권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조사와 정책개발, 학생 인권침해 구제 신청에 대한 조사와 조치 권고 등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말하며 "학생인권교육센터 운영 조항의 삭제는 명백히 학생 인권 보장의 축소"라고 이야기했다.

한편 이번 전북교육인권조례 제정을 둘러싸고 교원단체별로 입장이 엇갈렸다. 전라북도교육단체총연합회는 지난 4월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전북교육인권조례의 본회의 가결을 환영한다"라는 뜻을 밝혔다.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북지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교육감이 올리는 조례안에 대해 충분한 숙의와 토론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한 과정이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전하며 공청회에서 나온 여러 전문가들의 우려와 문제제기는 전혀 해결되지 않은 채 조례안이 통과됐다라며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경기·서울·충남에서도 학생인권조례 폐지·축소 움직임 잇따라

전국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처음으로 제정된 경기도에서도 학생인권조례는 기로에 놓여 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지난해 7월 취임 기자회견에서 "어느 학생이 다른 학생들에게 불편을 끼쳐도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교사가 아무런 조치를 할 수 없는 비정상을 고치기 위해 자율 속 책임을 배울 수 있도록 조례를 보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2월 9일 올해 안에 학생의 책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경기도 학생인권조례의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서울특별시 내에 걸려 있는 학생인권조례 폐지 주장 현수막 (사진 / 김승수 기자)
서울특별시 내에 걸려 있는 학생인권조례 폐지 주장 현수막 (사진 / 김승수 기자)

이러한 움직임은 전국적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충남에서는 지난 3월 6일 충청남도기독교총연합회에서 충남인권기본조례 및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청구를 위한 주민 서명지를 충청남도 의회에 전달했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충청남도의회에서는 해당 청구에 대한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에서도 지난 3월 13서울특별시 학생인권 조례 폐지조례안이 발의되어 서울특별시의회 교육위원회에서 심사 중에 있다.

 

학생인권조례 폐지, ‘교권 침해와의 관련성이 핵심 쟁점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찬성하는 측의 근거는 '교권 보호'이다.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교권이 제한되고 침해받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작년 12월 발표한 '제17차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여론조사'에 따르면 성인 남녀 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학생 및 학생의 보호자(부모 등)에 의한 교원의 교육활동 침해행위 정도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54.7%가 심각한 편이라고 응답했으며, 해당 응답자의 42.8%는 '학생 인권의 지나친 강조'를 그 이유로 골랐다.

반면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반대하는 측은 학생인권조례와 교권 침해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교권과 학생 인권은 상충하는 것이 아니며 교권 보호를 명분으로 학생 인권을 제한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 아니라는 것이다.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둘러싸고 우리 사회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학생의 인권과 교사의 교권 모두 마땅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이다. 어느 한쪽의 권리를 억누른다고 다른 쪽의 권리가 보장받지 않음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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