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은 보건의료인력지원법으로부터 간호인력 관련 내용을 독립시킨 법안을 뜻한다. 간호사의 처우를 개선하고,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간호법 제정 의견이 대두되었다. 이는 큰 화제가 된 동시에 의료계 내의 거대한 의견 충돌을 불러왔다. 간호법을 둘러싼 의료계 간의 갈등은 계속되어 이어져 왔고, 수년간 간호법이 발의되었지만 폐기되었다. 결국, 지난 2월 9일 보건복지위원회가 장기계류 중인 간호법을 본회의로 회부하여 지난 4월 27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하였다.
◇ 간호계, 간호사의 역할 변화 필요해 … “변화된 의료 상황에 대처 위해 간호법 필수적”
대한민국 의료법 제2조에는 의사의 업무를 ‘의료와 보건지도’로 간호사의 업무를 ‘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규정한다. 이는 간호사를 진료와 의료 행위의 주체로 판단한 것이 아닌, 진료 보조자로 판단한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의료법은 1951년 ‘국민의료법’의 이름으로 제정되어 개정을 거듭해 왔으나, 기본 골자는 그대로이다.
간호계는 기존 의료계의 한계를 지적하며 1970년 초부터 간호 업무에 대한 법적 규제 개선을 요구해 왔다. 2013년 간호사 단체가 “국내 의료기관들이 간호사 법정 인력 기준조차 지키지 않아 간호사 배치 수준이 OECD 최하위에 머물러 있고, 간호사는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해 있다”라며 최초의 간호법 제정 집회를 한 것에 이어 2022년 1월 5일 대한간호협회와 전국 간호대학 학생들이 간호법 제정이 11일을 넘기면 국시 거부 및 동맹휴학 선언을 하고 2023년 2월 8일 간호법 제정 추진 범국민운동본부가 간호법 찬성 집회를 하는 등 간호법 제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간호계는 70년 이상 유지된 현행 의료법 체계가 ▲급속한 고령화 ▲만성질환 증가 ▲경제 수준 향상 등 달라진 환경을 반영하지 못하여, 의료 시스템의 개선을 제약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건강의 패러다임이 바뀜에 따라 간호사의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역할을 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덧붙여 간호법을 가진 OECD 회원국이 33개국이며, 이를 포함 전 세계 96개국이 간호법을 가지고 있다고 우리나라가 간호법을 제정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 의사·응급구조사·간호조무사 단체, 간호법 제정에 거세게 반발해
대한의사협회는 2021년 9월 6일, 간호법에 대한 반대 성명을 냈다. 해당 성명문에는 “간호인력의 전문화는 의료법을 근간으로 의료법 시행령 및 관련 고시 등을 통해 보완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각 입법안은 입법 취지 및 이해관계에 따라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 이외의 인력 범위를 확대하고자 한다”라며 “이 같은 입법안은 타 보건의료인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보건의료인력지원법 등에서 시행되는 시책과 중복된다”라고 반대 의견을 표출했다.
더하여, 대한응급구조사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도 반대 의견을 냈다. 대한응급구조사협회는 “간호법의 제정은 다른 보건의료 직군의 업무영역을 침범하여 생존 및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독단적 법률로 결국 보건 의료 생태계에 심각한 교란을 초래한다”라고 지적하였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또한, “간호조무사를 의료법에서 분리시킴으로써 의사 및 간호사의 보조인력에서 간호사만의 보조인력으로 고착화시키는 것은 물론, 의원급 의료기관에 간호사를 의무 배치하도록 해 의원 등의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간호조무사의 일자리를 위협한다”라고 하였다.
◇ 간호법 국회 통과 … 보건복지의료연대, 연대 총파업 예고
4월 27일,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여당의 반대에도 더불어민주당 측의 주도로 재석의원 181명 중 찬성 179명, 기권 2명으로 간호법이 통과하였다. 여당 측은 반대 토론을 한 후, 항의의 뜻으로 본회의장에서 퇴장하여 불참하였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4월 27일 간호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대한임상병리사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등은 보건복지의료연대를 결성하여 간호법에 반발하여 연대 총파업을 결정하였다. 간호법 단독법 제정이 개별법 난립을 유도해 현행 보건의료 체계가 붕괴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구체적인 총파업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으나, 사실상 간호사를 제외한 모든 보건의료계 전역이 파업을 선언해 당장 국민의 의료이용에 차질이 우려된다.
간호법에 대해 의료계의 갈등이 깊고, 여러 의료 단체에서 연대 총파업을 결정한 만큼, 간호법의 미래는 미지수이다. 의료계 내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것보다는 우리나라의 바람직한 의료 발전을 위해서 협력하여 고민해야 할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