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합격했다는 기쁨도 잠시, 이제 얼마 후면 ‘내가 교원대에 오길 잘 한 건가?’ ‘나에게 교사로서의 ‘적성’이 있는 걸까?’에서부터 시작하여, ‘교원대에 온다고 다 교사해야 하나? 다른 방향을 고려해 볼까?’ ‘학과선택은 잘 한 걸까? 임용은 될까?’ 등의 많은 고민을 시작될 것입니다.
임용이 그만큼 힘든 관문이 되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임용의 어려운 사정과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일도 좋지만, 냉정한 현실 뒤에는 희망이 있다는 것을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교사’라는 직업을 만만하게 생각해서, 또는 안정적인 직업만 보고 지원한 이가 누가 있겠습니까? 저마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결과 신중하게 내린 결정일거라 믿습니다.
재작년 이야기입니다. 추석 연휴 바로 전날, 저에게는 가장 슬픈 일이 찾아왔습니다. 5년을 함께 살았던 고양이 ‘뚱이’가 시름시름 앓다 저세상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두 달 넘게 계속 병원을 다녔던 뚱이의 아파하는 모습을 모두 지켜봤고, 외마디 비명과 함께 떠나가는 모습까지 보아야 했던 저에게는 너무 힘든 일이었습니다. 추석연휴가 끝나고 교실 문을 열었 을 때 저희반 아이들은 아무도 뚱이에 대해 묻지 않았습니다. 이전에는 교실문을 열자마자 “뚱이는 좀 나아졌어요? 오늘은 밥 좀 먹었어요?”를 물어보던 아이들이었습니다. 카톡에 적어놓은 심상치 않은 문구를 보고는 알아차린 겁니다. 그렇게 저희반 아이들은 학기가 끝날 때까지 저에게 ‘ㄸ’자도 꺼내지 않았습니다. 제가 슬퍼할까봐 궁금해도 꾹 참았다고 나중에서야 아이들은 이야기했습니다. 열세살 아이들에게 이런 배려 받아 보신 적 있나요? 이런 기분은 느껴 보지 않고서는 말로 표현하기 참 힘듭니다. ‘교사’라는 직업이 주는 성취감과 자긍심은 이런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학생들을 만나고 가르치는 일은 이렇게 소중한 교감을 만드는 일입니다. 우리말 ‘가르치다’의 뜻을 살펴보면 그 소중함과 깊이를 더욱 느낄 수 있습니다. 이 ‘가르치다’의 중세어는 ‘ㄱ르치다’인데 여기서의 ‘ㄱ르’는 가루를 뜻하는 말로 풀이 됩니다. 가루를 만드는 이치 그대로 문질러서 갈면 물건을 마음에 맞게 다듬을 수 있는 ‘갈(칼의 옛 말)’이 됩니다. 뿐만 아니라, 밭을 ‘갈’아 씨를 뿌리면 열매가 맺게 되고 사람을 갈면 미욱함을 슬기로움으로 갈게 할 수 있기도 합니다.
‘갈다’라는 중세어는 ‘말하다-이 르다’는 뜻도 지니고 있었다고 합니다. 남에게 말을 한다는 것은 곧 상대방의 마음밭을 갈고자 함이었음을 이 ‘갈다’라는 말은 말해 줍니다. 이와 같이 여러 뜻을 갖는 ‘갈- ㅊ르’에 ‘치다’가 붙어서 이루어진 말이 오늘날까지 쓰여 내려오는 ‘ 가르치다’입니다. 오늘날 쓰이는 ‘치다’는 ‘양치기’, ‘소치는 아이’ 하는 식으로 동식물에 국한되고 있지만 옛날에는 부모 봉양한다는 뜻으로 사람에게도 쓰였다고 합니다. ‘가르치다’의 ‘치다’에는 그렇게 사람의 정신을 양육한다는 뜻이 깃들어 있습니다. ‘갈고’ ‘치고’하는 가르치다이니 겹겹으로 깊은 덕육의 정신을 담고 있다 하겠으며, 여러분은 지금 그 길을 위한 첫 발을 내딛으신 겁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교사가 되어라는 참 힘든 문제이기에, 이런 교사는 되지 말아달라는 의미로 제가 만났던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어린이들을 너무 사랑하고, 교사들 사이에 ‘착한’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듣던 교사였습니다. 2007년 말,태안 앞바다에서 벌어진 기름유출 사고로 온 나라가 들썩들썩하고 뉴스에서는 날마다 자원봉사자들의 기름제거작업 모습이 방영되던 때였습니다. 어린이들에게도 태안에서의 기름유출사건은 큰 관심사였고, 어린이들끼리 종종 그 얘기를 하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선생님이 조용히 저에게 묻더군요.
“선생님, 태안에 무슨 일 있나요?”
“태안에 기름유출돼서 온 나라가 난리잖아요. 모르셨어요?”
“몰랐어요.”
그 선생님은 뉴스를 전혀 보지 않으셨던 겁니다. 어린이들을 너무 사랑하는 교사이긴 하였으나, 이 사회를 사랑하지는 않으셨나 봅니다. 이 사회가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 요즘 사회에서 문제되는 것이 무엇인지에는 도통 관심이 없으셨던 거지요. 그러나, 학교는 그렇지 않습니다. 사회에 대한 무관심이 절대로 미덕이 될 수 없는 곳입니다. 누가 집권하느냐, 누가 교육감이 되느냐에 따라 교육현장의 분위기가 바뀝니다.
실례로, 1998년에 폐지된 일제고사가 이명박 정권의 출범과 더불어 2008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라는 이름으로 부활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렇듯 정치사회적인 현실과 교육은 무관할 수 없음에도 애써 무관심한 교사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꼭 기억하세 요.”Homo Politicus! “정치는 인간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치며, 정치적이지 않은 것은 인간이 아닙니다. 정치적 동물인 인간이 정치에 무관심하지 않을 때 최소한 최악은 면할 수 있습니다.
끝으로, 여러분들의 대학생활이 부디 건강하고 행복하게, 그리고 치열하게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 기자명 김수영(서울상현초 교사)
- 입력 2017.03.22 10:48
- 수정 2017.03.25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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