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폰, 엑스터시, LSD, 케타민 모두 중독성과 위험성이 강력한 향정신성 마약류들이다. 이름만 들어도 섬뜩한 이 마약류들은 모두 이제 대한민국에서 간단하게 구할 수 있는 마약들이 되었다. 대표적인 마약 청정국 중 하나였던 우리나라는 2016년부터 마약 청정국이 아닌 마약 소비국으로 전락했다. 마약 사용의 연령층도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것 역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우리나라 마약 범죄의 실태와 낮아지는 마약 사용 연령에 대한 대책을 알아보고자 한다.
◇ 반복되는 유명 연예인의 마약 사용 적발 … 2016년 대한민국 ‘마약 소비국’으로 전락해
최근 유명 배우 유아인의 마약 사용이 적발되어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진행한 유 씨의 체모에 대한 정밀 감식을 실시한 결과, 대마·프로포폴·코카인·케타민 등 4가지의 마약 반응에서 양성이 나온 것으로 확인되었다.
우리나라 연예인들의 마약 투약 적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많은 연예인들이 마약 적발 혐의로 인해 자숙하거나 연예계를 은퇴하기도 했지만, 대중의 기억 속에서 잊힐 때쯤 다시 복귀하여 활동하는 연예인들도 다수 있었다. 또한 외국에서 재벌가 자녀들의 마약 투약이 적발된 소식은 매체를 통해 자주 접할 수 있었다. 이처럼 과거 마약 투약 혐의로 논란이 되었던 사람들은 연예인, 재벌 등의 일부 계층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마약은 더 이상 특정 계층이나 집단의 전유물이 아닌, 흡연과 같이 모든 계층에서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는 사회 문제가 되었다. UN은 인구 10만 명당 마약류 사범 20명 미만인 국가를 ‘마약 청정국’으로 규정하고 있다. 마약 청정국으로 알려져 있었던 우리나라는 2016년 이후 인구 10만 명 당 마약류 사범이 25.2명을 넘어서며 마약 청정국의 지위를 박탈당했다. 마약류 범죄는 대표적인 암수 범죄로 숨어 있는 범죄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되어 사실상 우리나라는 마약 소비국으로 전락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비대면 마약 거래 확산으로 10대에도 마약 마수 뻗쳐 … 수법들도 점점 지능화돼
지난 6일, 14살 중학생 A양이 텔레그램으로 필로폰 0.05g을 구매하여 자택에서 흡입한 후 쓰러져 있는 것을 어머니가 발견하고 신고하여 경찰 조사를 받은 사건이 발생했다. 대검찰청 마약류 월간동향에 따르면 2010년도 12월을 기준으로 마약류 사범의 대부분은 30~40대(62.7%)였다. 그러나 2022년 12월 기준 20~30대가 56.8%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10대가 차지한 비율은 2010년 12월 기준 전체 사범의 0.4%에서 2022년 12월 기준 2.8%로 약 10년간 7배 가량 늘었다.
이처럼 마약 범죄의 연령층이 낮아지는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김희준 변호사는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마약 거래 방법의 변화를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과 직접 거래를 하던 과거의 방식에서 비대면 거래로 변화한 것이 큰 영향을 주었다는 분석이다. 이에 덧붙여 국제우편을 통한 거래로 가격의 인하 등도 추가적인 원인으로 꼽았다.
또한 김희준 변호사는 최근 10대 사이에서는 병원에서 허위로 통증을 호소하여 펜타닐 등의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아 투약 받는 수법도 유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처방 과정에서 본인 확인이 소홀한 병원의 리스트를 찾아 공유하며 펜타닐을 처방받아 투약하는 등의 치밀한 수법을 사용했던 것이다. 경남경찰청은 고등학생 A씨에 대해 2020년 6월부터 2021년 4월까지 11개월간 경남·부산 지역 병·의원에서 자신과 타인의 명의로 ‘펜타닐 패치’를 처방 받고 판매·투약한 혐의로 수사를 진행했다. 또한 A씨로부터 펜타닐 패치를 구입하거나 A씨와 같은 방법으로 펜타닐 패치를 처방받아 판매·투약한 혐의로 경남·부산지역 12개 고등학교 1~3학년생이거나 학교 밖 청소년인 41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 마약류 범죄의 연소화, 대책은? … 교육부, 마약 예방 교육 강화 계획 밝혀
마약류 범죄의 연령층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사회적 차원의 대책은 여전히 미비한 실정이다. 현재 우리나라 학교보건법은 초·중·고에서 마약류를 포함한 약물의 오·남용과 중독을 막기 위한 예방교육을 매년 일정 시수 이상 실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교육 내용은 흡연·음주를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또한 진행되는 마약 교육도 강의식으로 진행되어 학생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계속 되어 왔다.
이에 교육부는 작년 12월 5일 발표한 배포자료에 따르면 초중고 마약 예방 교육의 시수를 늘리고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관련 연수도 강화한다. 마약의 종류·특성·부작용 등에 관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도록 교원 관련 연수를 시작할 방침이다. 아울러 식약처·경찰청과 공동으로 초중고 교사용 예방 교육 지도서를 보급하고 하반기부터는 경찰청으로부터 교육자료를 지원받는다. 또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등의 마약 예방 전문 강사를 학교에 지원하고, 약사 등으로 구성된 '학교 마약 예방 교육 지원 전문위원회'도 꾸려 활동하기로 했다.
마약 범죄 문제의 해결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학생들이 마약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할 근본적인 방법의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