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일명 갑질금지법이라고 불리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제72조의 2)’이 시행된 지도 올해로 4년째이다. 부당한 힘이 개인의 존엄을 해치는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겼던 이 법은 세상을 얼마나 바꿔 놓았을까?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지난해 4분기,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28%가 여전히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이 괴롭힘을 당했을 때의 대처방안은 “참거나 모른 척했다(73.2%)”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이유로는 “대응을 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68.4%)”, “향후 인사 등에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21.2%)” 등이 있었다.
대학사회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18년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등이 실시한 ‘대학원 연구 인력의 권익 강화 관련 설문’에서 전체 응답자 197명 중 74.1%가 대학원에 갑질이 존재한다고 답하였으며, 2018년부터 2020년까지 2년간 ‘대학원생119’가 조사한 대학원생 피해 신고는 약 216건에 달했다. 현재까지도 상습적으로 대학원생들의 뺨을 때린 교수, 자녀의 학원 픽업 등의 사적인 심부름을 지시한 교수 등 대학에서의 권력 남용 사례가 심심치 않게 드러나고 있다.
이 사회에서 힘은 여전히 논리가 된다. 우리 시대가 아직 권위주의에 물들어 있기 때문이다. 힘의 논리는 어떤 부당한 권력 행사도 그 힘의 크기만으로 부당함을 상쇄시켜 버린다. 언젠가부터 약자는 곧 무능한 이로 여겨지고, 부당함을 호소하는 누군가에게는 “억울하면 강해지면 되지 않느냐”는 손가락질만 돌아온다. 힘을 가진 자와 힘없는 자,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는 자와 낮은 위치에 있는 자, 사람들 가운데 서 있는 자와 그들로부터 소외된 자. 이들 사이에는 ‘약육강식(弱肉强食)’이라는 거대한 벽이 놓여 있다. 존엄과 평등, 정의. 그 어떤 가치도 이 벽이 존재하는 한 온전히 실현될 수 없다.
벽은 높고 견고하다. 절대 무너뜨릴 수도, 넘어설 수도 없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벽에 작은 균열을 만드는 것은 누군가의 용기 있는 목소리이다. 2014년 이른바 ‘땅콩 회항’ 갑질 사건을 폭로한 대한항공 사무장, 2018년 성범죄가 만연했던 조직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피해 사실을 세상에 알렸던 한 검사의 외침처럼 말이다. 그들의 외침에는 타인의 고통에 둔감한 사람들의 무관심과 비웃음 섞인 비난들도 따라왔지만, 결국 그들의 용기는 세상을 바꿔 놓았다. 한 사람의 목소리가 만드는 틈은 작지만, 벽을 조금씩, 그리고 확실히 허물어 낸다. 우리는 그렇게 벽을 넘어 잃어버렸던 가치들을 하나씩 되찾아 나간다.
“당신의 목소리가 되겠습니다.”라는 한국교원대신문의 슬로건은 한국교원대신문은 언제든 당신의 용기 있는 목소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함께 벽 너머를 바라보아야 한다. 벽을 향해 외치는 당신의 작지만 강인한 목소리를 지면에 담아 더 많은 사람이 들을 수 있도록, 나아가 그것이 세상을 바꿀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한국교원대신문이 가진 깊은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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