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동중학교 교사 정한섭
나는 올해 교직 26년 차인 중학교 국어 교사다. 교직 생활을 할수록 교육은 어쩌면 사람과 사람이 상처를 주고받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교사와 학생은 서로를 이해하며 성장한다. 문제는 상처가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움으로 이어지지 않고 글자 그대로 상처로만 남는 경우다. 이는 교사가 학생의 변화를 너무 당연시하기에 생기는 문제라고 본다.
해마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좌절하면서 교직에 회의를 느끼는 젊은 교사들을 본다. 대학에 다닐 때 배웠던 교육학개론에 의하면, 교육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학생을 변화(훈련)시키는 일이다. 교사는 교육을 하는 사람이기에 무의식중에 자신이 쉽게 학생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생각 때문에 교사들은 학교에서 상처받고 괴로워한다. 당연하게도 학생들은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나의 교직 생활은 이를 온몸으로 체득한 시간이었다.
교사라면 누구나 느끼지만 요즘 학생들은 아주 기초적인 규칙조차 잘 지키지 않는다. 아무리 지각하지 말라고, 아무리 수업 시간에 집중하라고 지도해도 학생들은 말을 잘 듣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에 의한 학생의 변화를 당연시하는 교사는 다음과 같은 둘 중 하나 혹은 둘 다의 반응을 보인다.
첫째는 학생을 변화시키지 못하는 자신의 무능을 탓하는 경우다. 이는 자신은 무능하기에 교사로서 자격이 없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자신을 비난하면서 교직에 대한 회의에 빠지게 되고 교직에 적응하지 못하게 된다. 심지어 교직을 그만두기도 한다. 두 번째 경우는 첫 번째보다 더 나쁘다. 이 경우에 교사는 자신의 노력을 과장하면서 자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학생을 비난한다. 교사의 이런 행동은 학생과 돌이킬 수 없는 부정적인 관계를 고착화시킨다. 학생에게 깊은 상처만 남길 뿐 결코 학생을 변화시키지 못한다. 교사는 결국 학생을 포기한다. 스스로의 무능을 탓하면서 교사가 상처받는 것도 문제지만 학생에게 깊은 상처만을 남기는 행위는 교사로서 더욱 문제적 행동이다.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에서 화자인 닉의 아버지는 그에게 “누구를 비판하고 싶어질 땐 말이다. 세상 사람들이 다 너처럼 좋은 조건을 타고난 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라.”라고 충고한다. 사람은 그 자신의 환경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학생들이 쉽게 변하지 않는 이유는 대부분 그들이 갖고 있는 가정환경 때문인 경우가 많다. 교사는 학생의 환경을 바꿀 수 없다. 교사는 이 한계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교사가 학생의 환경을 바꿀 수 없다면 당연하게도 교사는 학생의 변화를 당연시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학생이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내가 이 말을 거듭 강조하는 이유는 젊은 교사들 혹은 교사가 될 사람들에게 교육에 대한 패배주의나 비관주의를 심어주기 위함은 아니다. 아니, 나는 오히려 그들에게 교육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위안과 의지를 심어주고 싶다. 학생이 당장 변하지 않는다고 해서 교사가 무능한 것도, 그 학생이 비정상인 것도 아니다. 이것은 지극히 정상적이다. 그래서 교사가 있는 것이다.
학생이 변하든 그렇지 않든 교사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하게 해야 한다. 학생이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해서 교사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다면 그는 교사의 자격이 없다. 날마다 지각하는 학생이 있다면, 날마다 이 문제를 학생에게 이야기해야 한다. 단, 이 경우에도 학생을 비난할 필요는 없다. 문제 행동만 이야기해주면 된다. 변화는 학생 자신의 몫이다. 학생 스스로가 변하고자 할 때 학생이 변하는 것이지 교사의 노력만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다.
역설적이게도 학생이 쉽게 변하지 않기에 좋은 교사는 학생을 변화시키는 교사이다. 나는 교직생활 중에 2~3명 정도의 학생을 변화시켰다고 생각한다. 이때 내가 한 일은 변하고자 노력하는 학생을 알아보고 그를 격려하면서 지지해 준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생각하는 좋은 교사는 변하려고 노력하는 학생을 재빨리 알아볼 수 있고, 그들을 지속적으로 지지해 줄 수 있는 사람이다.
학생이 변하지 않는다고 자신을 탓하거나 학생을 탓하지 말자. 학생이 변하지 않는다고 교사로서 해야 할 일을 포기하지도 말자. 교사로서 해야 할 일은 꾸준하게 해 나가자. 그런 중에 변화를 위해서 노력하는 학생이 보인다면 최선을 다해서 그 학생을 도와주자. 변화는 지금 당장 오지 않겠지만 언젠가는 올 것이다. 우리가 교사로서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중꺾마,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