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한국외국어대학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재선에 축사를 보냈다. 이와 더불어 외대는 지난 3월 오바마 대통령이 강연을 했던 ‘미네르바 오디토리움’을 ‘오바마 홀’로 명명하기로 결정한다고 밝혔다.
지난 강연 이후 외대는 오바마 대통령의 이동경로를 ‘오바마 트레일(Obama trail)’이라는 관광코스로 조성하기도 했다.
외대의 결정에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오바마의 이름을 딴 것이 외대의 관광자원으로 쓰일 수 있다며, 미 대통령의 자취가 대학에 이익이 되면 이익이지 절대 손해는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들의 주장에 의하면 외대 내에 오바마홀이나 오바마 트레일이 존재하는 것이 외대를 대외적으로 홍보하는 수단이 되어 외대에 이익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바마 홀이 홍보적 수단으로서 외대에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만일 미국이 정치·경제적으로 상황이 좋지 않게 된다면, 그 수장인 오바마가 책임을 져야하는 상황이 된다면 오바마 홀은 외대의 홍보수단이 되기는커녕 누가 될 것이다. 이러한 만약의 상황을 가정했을 시에도 오바마 홀로 명명할 만큼 오바마가 외대 혹은 우리에게 큰 의미를 가지고 있나에 대해서 그렇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오바마 홀에 반대하는 입장에서, 이번 외대의 결정을 ‘사대주의적 발상’이라고 느낀다. 외대가 무분별하게 오바마를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태까지 외대에서는 많은 외국인 명사를 초청해 강연을 열었다.
그 중에는 UN 상임고문, 독일·이탈리아 장관도 있었다. 하지만 외대는 오바마를 제외한 명사 누구에게도 이름으로 삼행시·오행시 짓기, 편지 쓰기의 공모전을 한 적이 없었다. 오직 오바마에게만 특별 연설 기념 공모전을 열었다.
외대가 오바마에게 유독 호의적이라는 것을 한국외대의 웹 매거진에서도 알 수 있다. 한국외대의 매거진 ‘글로벌외대’의 2012년 봄호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강연사실을 크게 알리고 있다. 또한 2012년 가을호에서도 표지에 오바마 대통령을 앞세우고 강연사실에 대해서 알리고 있다.
그 외에도 한국외대의 대학입학전형계획안 ‘미네르바 봄호’에서도 표지에 오바마의 방문사진을 걸고 내용에도 오바마 방문시의 사진, 연설문을 게재하고 있다.
정시모집요강인 가을호에서는 'HUFS meets with the World'라고 하여 외대를 방문한 외국 대통령들을 다뤘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오바마에 대해서만 ‘HUFS meets with President Barack Obama'라고 하여 오바마의 외대 방문 당시 사진을 게재했고, 다른 페이지에서는 오바마 트레일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이미 외대는 오바마의 강연 사실을 여러 가지 수단을 통하여 충분히 홍보해왔다. 그리고 그들은 오바마의 강연이 전 세계로 생중계되었다는 사실과 미국 대통령이 최초로 한국 대학을 방문했다는 사실로 외대가 ‘한국 제1의 글로벌 대학교’라고 홍보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오바마 홀을 만들겠다는 의도는 과연 한국외국어대학교라는 학교 자체를 홍보하기 위함인지 아니면 자신들이 미국의 대통령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함인지 의문이다.
이번에 오바마 홀로 명명되는 건물의 본래 이름은 ‘미네르바 오디토리움’이다. ‘미네르바’는 지혜의 여신인 ‘미네르바’에서 따온 이름으로, 미네르바 스퀘어, 미네르바 콤플렉스 등의 건물과 웹진의 이름에 쓰이고 있다. ‘미네르바’라는 이름이 외대 내에서 상징성을 가지고 중요하게 쓰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미네르바의 이름을 바꾸려 할 만큼 오바마가 외대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보인다.
외대의 행보는 미국에 대한 사대주의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외대가 오바마를 기릴 만큼 오바마가 외대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외대에 왔던 수많은 외국인 명사들 중 한명이었다. 외대가 지나치다싶을 정도로 오바마와 외대를 연관 지으며 그를 다른 명사들에 비해 특별하게 대우하고 있는 것은 오바마가 미국의 대통령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만약 이번에 그가 재선에 성공하지 못하였다면 외대는 오바마 홀로 명명하겠다는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에 미네르바 오디토리움을 오바마 홀로 명명하는 것도 외대가 오바마의 재선을 축하하고 그가 외대에서 강연했다는 사실을 기리기 위한다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생각해보면 외대에게 중요한 것은 ‘오바마’라는 한 개인 그 자체로서의 오바마가 아닌 ‘미국 대통령’으로의 오바마일 것이다.
다른 외국인 명사들과 비교했을 때에는 특히 ‘미국’의 대통령이라는 것이 외대에게는 중요했다고 그랬기에 외대가 홍보책자에서도 또 그 외의 것에서도 특히 오바마를 비중있게 다뤘을 것이다. 외대의 교육이념을 보면 “…장차 국가와 세계발전에 공헌할 수 있는 유능한 인재를 양성…”이라는 구절이 있다.
하지만 외대의 미국에 대한 사대주의는 그들의 교육이념과는 반대된다. 사대주의를 따르는 것은 국가나 세계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미네르바 오디토리움을 오바마 홀로 명명하기로 한 것을 무르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앞으로의 행정에 있어 외대가 사대주의에 사로잡힌 행정을 지양하기를 바란다.
- 기자명 한지훈 기자
- 입력 2017.03.19 16:33
- 수정 2017.03.24 18:35
- 댓글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