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주(중국어교육·21) 학우
화장품부터 신선식품까지, 무엇이든 배달하고 배달받는 것이 일상이 된 사회다. 미술관이라고 해서 이러한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작가는 미술관에 작품을 배달하고, 미술관은 관람객들에게 전시를 배달한다. 전시를 배달받은 관람객들은 다시 자신의 감상을 배달하고 주변 사람들과 나눈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에서 2023년 1월 29일까지 진행되는 ‘전시배달부’는 미술관과 예술 작품을 물류의 관점에서 바라본 전시다. 특히 전시의 첫 번째 부분은 ‘미술관을 배달합니다’라는 이름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배달이라는 키워드로 재구성해 소개한다.
◇ 전시, 교육… 미술관의 역할 그 자체를 배달하는 미술관
미술관의 역할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전시’다. 그렇다고 해서 전시를 미술관에 가야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움직이는 미술관, 찾아가는 미술관, 작은 미술관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리적 여건에 구애받지 않고 관람객에게 찾아가기 시작했다. 미술은행을 통해 작품 자체를 대여해 주기도 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말 그대로 ‘전시배달부’인 셈이다. 이번 전시 ‘전시배달부’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이러한 노력을 확인할 수 있다. 미술관이 찾아가 닿은 관람객의 수를 보다 보면, 전시를 배달한다는 것의 의의를 느낄 수 있다. 미술관의 또 다른 역할은 교육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보다 많은 사람이 예술 혹은 미술관 그 자체를 더 잘 알 수 있도록 다양한 키트를 만들어 배달하기도 한다. 이번 ‘전시배달부’ 1부 ‘미술관을 배달합니다’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실제로 만들어 배포한 키트를 전시해 두었다. 실제로 이를 사용해 활동해 본 학생들의 인터뷰를 확인할 수도 있다.
◇ ‘삼청로 30, 미술관 앞’으로, 편지를 배달받는 미술관
전시와 교육 외에도 미술관에서는 매번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전시배달부’에서는 그중에서도 ‘삼청로 30, 미술관 앞’에 대해 알아볼 수 있다. ‘삼청로 30, 미술관 앞’은 코로나19로 관람객과 미술관이 직접 대면하기 가장 어려웠을 때에 진행된 프로젝트다. 관람객과 소통이 거의 불가능했을 때, 국립현대미술관은 관람객에게 편지를 써 ‘삼청로 30, 미술관 앞’으로 보내 줄 것을 요청했다. 관람객들은 자신의 소중한 사람에게 편지를 쓰기도 하고, 불특정 다수에게 편지를 쓰기도 했다. 250여 명 관람객들이 쓴 편지의 받는 사람은 각기 달랐지만 받는 주소는 동일했다. 바로 ‘삼청로 30, 미술관 앞’이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해당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이유는 멀어졌던 관람객과 소통을 다시 활발히 하기 위함이었다. 코로나19로 관람객을 마주하기 힘든 상황에서 편지라는 고전적이고도 새로운 소통 방식을 찾아낸 것이다. ‘전시배달부’에서는 본 프로그램에서 작성된 편지를 열람할 수 있다.
‘전시배달부’ 1부 ‘미술관을 배달합니다’를 시작으로 총 3부로 구성된 전시를 모두 관람한 후 2층 쉼터로 찾아오면 비치된 활동지에 손편지를 쓸 수 있다. 이는 ‘전시배달부’의 전시 연계 교육 프로그램 중 하나로, ‘미술관에서 보내는 편지’라는 활동이다. 관람객들은 미술관에서 편지를 쓰고, 미술관은 이를 한 달에 한 번 정도 배달해 준다. 관람객들은 편지를 쓴 후 약 한 달이 지나면, 미술관에서 한 달 전 자신이 느꼈던 감정과 느낌을 배달받는 것이다. 해당 전시 연계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전시배달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완성된다. 예술은 마음의 영역이다. 무엇이든 배달하는 사회에서, 전시 예술까지도 배달하는 사회에서 마음이라고 배달하지 못하리라는 법은 없다. 미술관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결국 관람객 마음 가까이에 다가가기 위해서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에서 ‘전시배달부’를 관람하고, 미술관이 배달하는 마음을 깊이 느껴 보는 것은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