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는 말이 있다. 이 말처럼 때론 추억을 회상하면서, 때론 나중에 회상할 추억을 만들면서 이번 해를 지내왔다. 추억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든든한 삶의 뿌리이자, 시련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의 원천이기도 하다. 이러한 추억에 잠시 빠지는 것은 마음의 안정을 주기도 하지만, 너무 과하면 문제가 된다.

나쁜 기억은 지우고 아름다운 추억만을 남겨 두려 노력했다. 그리고 힘들 땐, 과거를 추억하곤 했다. 사람은 보통 현실이 힘겨울 때 좋았던 과거로 회귀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현실을 부정하고, 과거로 돌아가고픈 것이다. 나의 고등학교 시절에 대한 기억도 그러하다. 분명 힘든 일이 많았음에도 좋았던 것이 더 떠오르곤 한다. 자신감을 가지라는 담임선생님의 따뜻한 말씀, 친구들과 함께 쓴 노래 가사, 저녁에 매점에 가며 봤던 예쁜 노을. 힘들 때, 현실을 잠깐 잊고 이런 추억들을 회상하며 그리워하곤 했다.

얼마 전 방영한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57회에서는 힘든 상황을 인정하기보다 부정하는 것으로 소거하려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나왔다. 그들 중 한 명은 문장 검사에서 부정적 감정을 유발하는 질문은 생각하고 싶지 않아 하면서까지 부정적 감정을 부정하고 있었다. 그들은 므두셀라 증후군이 있는 것이다.

므두셀라(Methuselah) 증후군이란 과거의 나쁜 일은 잊어 버리고, 좋은 것만 기억하려는 기억 편향의 경향성을 말한다.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인물인 므두셀라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969살까지 살았던 그는 나이가 들수록 과거를 회상할 때 좋은 기억만 떠올리고, 좋았던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 했는데, 이러한 모습에 빗대어 므두셀라 증후군이라는 표현이 탄생했다고 한다. 므두셀라 증후군은 과거에 초점을 맞추고 과거의 기억을 왜곡된 방향으로 편향시키는 일종의 도피심리다. 어려운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과거를 객관적으로 인지하기보다 좋은 기억만 떠올리려는 것이다.

그럼에도 추억의 힘을 믿는다. 여전히 추억은 삶의 뿌리이자, 용기의 원천이다. 하지만, 과거를 왜곡하면서까지 추억에 연연하지 말자. 과거의 모든 일은 왜곡되지 않고 그 자체로 기억되어야 한다. 거칠게 말해, 과거를 왜곡하지 말고 그 그대로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추억은 현실 도피가 아닌 현실 극복을 위해 보관하자. 마음속 깊이 새긴 후, 힘들 때마다 추억을 회상하며 현실을 극복할 용기를 얻자. 나만의 든든한 삶의 뿌리를 만들 수 있으리라.

2022년 또한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대는 2022년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그리고 그 기억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그대의 추억은 그대 스스로가 결정함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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