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쟈오커슈(敎科書)”
  “아니지, 두벤(槁本)”
  “가오번두벤(壇本槁本). 이번 수업에서 조별로 구성해야 할 과제는…….”

  이는 외국인 유학생이 포함된 국어과 교재 및 연구법 강의의 한 장면이다. 중국어 강의 시간에나 나타날 법한 수업 대화이지만 실제는 강의 시간에 모둠별 논의 중에 있었던 대화 장면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다. 이 수업은 기존의 검정 교과서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하거나, 새로운 교과서 체제와 학습 활동을 모둠별로 논의하고 결과물을 도출하여야 한다. 수업의 주요 내용은 우리나라 국어 교과서의 교재관이나 국정에서 검인정으로 이어지는 교과서 체제의 변화, 교과서 검정 기준 및 평가 기준, 학교 단위의 교과서 채택 기준, 교육과정 관련 교과서 구성에 대한 비판적 접근을 포함하고 있다. 수업 특성으로 인해 대부분 모둠별 논의를 토대로 의견을 개진하고, 결과물을 전체로 공유하는 형태의 활동 중심 교수법을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은 바로 외국인 유학생의 수업 참여 형태에 있다. 이 수업은 국어과 복수 전공생만으로 운영되는 수업으로 전체 수강인원은 30명, 이 가운데 외국인 유학생은 8명으로 전체 인원 대비 약 30% 정도의 비율을 차지한다. 모둠 구성이 5개를 기준으로 한다고 볼 때, 외국인 유학생은 많게는 각 모둠별로 2명씩 적게는 1명씩 참여하게 된다. 그러나 이 정도면 균등하게 조가 구성된 모습이고 실제는 이보다 더 불균형적이다. 원하는 모둠원으로 구성할 경우에 대부분 외국인 유학생은 갈 곳이 없게 된다. 결국 인위적으로 조정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이러한 양상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외국인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는 낮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외국인 유학생들 대부분은 기본적인 한국어 기반의 의사소통이 거의 불가능하다. 기본 단어도 잘 알아듣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전공 수업 시간의 강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주어진 시간 내에 논의 사항을 모둠별로 정리해서 발표하는 시간까지 한국인 학생들이 외국인 학생들을 배려하며 참여시키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먼저 유학생들은 무엇을 모둠별로 논의해야 하는지를 모르고, 논의해야 할 내용에 대한 생각도 부족하다. 발표 자료를 정리하거나 모둠 의견을 발표하는 것 자체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외국인 유학생들의 수업 참여를 독려하기도 쉽지 않고 교수 입장에서 대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해주기도 쉽지 않아 이만 저만한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결국 모둠별로 유학생들과 과제를 어떻게 해야 할지 질의할 때마다 무리하지 않는 수준에서 잘 설명해주면서 작은 단위의 과제라도 하나씩 참여할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는 답만을 해주고 만다.
  이러한 문제는 다른 강의 시간에도 동일하다. 다른 국어과 전공 수업은 40명 가운데 외국인 유학생 수만 12명이다. 30%를 웃도는 수준으로 3명 중 1명은 외국인 수강생이다. 교과교육학 개론 시간이지만 내용학 중심의 수업과는 다른 수업 내용이라 국어과 전공 학생들에게도 쉽지 않은 수업이다. 전달해야 할 내용이 많다보니 강의 시간 동안 다루는 수업 내용과 폭이 많은 편이고, 당연히 외국인 학생들은 이 중 절반도 따라 잡기 힘든 상황이다. 가끔 외국인 학생들이 잘 알아듣는지 살피거나 질문을 한 번씩 던져 보지만 이것도 그리 쉽지 않다. 결국 이 전공 수업의 중간고사에서 나는 한 유학생에게 답이 적힌 문제지가 아닌 편지를 하나 받고 말았다. 주된 내용은 교수님은 좋고 수업도 밝은 분위기라 좋지만, 수업 내용을 전혀 따라갈 수 없어 속상하다는 점, 한국에 온지 한 달 만에 시험을 뽄 것인데 어떻게 시험 준비를 하는 것인지를 전혀 모른다는 점, 처음 보는 시험에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되어 미안한 마음을 전달하고 싶다는 것 등이다.
  지난 2011년 기준으로 국내 외국인 유학생의 수는 대략 10만명. 2020년 외국인 유학생 30만 명 유치계획이 논의되는 이 시점에서 한국교원대의 외국인 유학생 증가에 따른 학교 지원 정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의 수업권은 한국 학생들뿐 아니라 외국인 유학생들에게도 소중하다. 그러나 현재의 외국인 유학생들의 수업 참여 양상을 살펴보면 이 두 집단의 수업 참여에 대한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다행히 다른 대학들에서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나타난다는 제노포비아(Xenophobia) 문제를 교원대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위에서 예로 든 두 수업에서도 교원대 학생들은 스마트 기기를 활용하여 중국어 회화 사전을 찾아 유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려고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외국인 유학생의 수업 참여와 적응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를 해소하지는 못한다. 따라서 외국인 유학생의 문제를 수급 문제에 따른 양적 차원에서의 접근과 더불어 유학생 질 관리에 대한 접근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첫째, 외국인 유학생의 입학 기준인 한국어 능력 기준을 현재 수준보다는 상향할 필요가 있다. 생활 중심의 회화도 유창하지 않은 유학생들이 학문 목적의 한국어를 기반한 강의를 소화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현재 수준의 한국어 자격 기준을 상회하여야 한다.
  둘째, 외국인 유학생들의 대학 적응 및 수업 참여를 돕기 위한 튜터링(tutoring) 제도 도입 및 개선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튜터링은 생활 적응과 학업 향상을 기반으로 한국 문화 및 대학에 대한 이해, 대인 관계(학생 간, 학생-교수 간), 자아존중감 향상, 수업 준비 및 학습 지원 등으로 이루어질 수 있으며 이를 위해 대학 차원의 전담부서 신설, 지도 교수제, 한국인 학생 연계 방안, 튜터링 제도 구축(튜터 교육 및 지원) 등이 논의되어야 한다.
  셋째, 외국인 유학생 대상의 한국어 교육과정이 체계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타 대학들에서 운영되고 있는 한국어 교육과정 체계를 탐색하고 수요자인 유학생들의 요구 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반영한 한국교원대의 한국어 교육과정이 구축될 필요가 있다. 학습에서 의사소통 상황 및 기능에 대한 요구, 언어 영역별 어려움, 적합한 한국어 수업 방식에 대한 의견, 학업 활동에 연계하여 다루어질 필요가 있는 한국어 교육내용에 대한 요구를 충실히 반영하여 전문성과 체계성을 두루 갖춘 유학생 대상의 한국어 지원 교수 방안이 모색될 필요가 있다. 지난 동아리 대동제의 모습이 눈에 떠오른다. 무대를 한껏 즐기는 학생들 틈에서 일부 중국인 학생들이 둥글게 둘러 앉아 무대 앞을 가득 채운 교원대 학생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결심이나 한 듯 그 중 몇 명이 무대 쪽으로 용기를 내어 뛰어들더니 이내 하나로 어울려 한참을 뛰놀았다. ‘과연 크게 하나로 묶는다는 의미의 대동제(大同際)구나.’ 하였다. 대동과 공존, 외국인 유학생과 우리가 이처럼 한국교원대에서 공존하며 살아가는 방법이 무엇인지 이제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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