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렸을 때부터, 왜인지 모르게 유독 걱정이 많았다. 캄캄한 영화관에 갈 땐, 혹여나 불이 날까 두려운 마음에 영화 시작 전 나오는 비상 대피로와 소화기의 위치를 보고, 영화관에서 나갈 때까지 기억하곤 했다. 수학여행을 가기 위해 처음 비행기를 탔을 때는 혹시나 비행기가 추락할까 무서워 비행기 속에 있는 안전 수칙 한 글자, 한 글자를 꼼꼼히 읽었다. 그럴 때마다 주변 사람들은 설마 불이 나겠어?”, “설마 추락이라도 하겠어?”라며 괜한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했다. 이렇듯 우리 사회에서는 안전에 대한 걱정괜한 걱정이 되어 가고 있다.

지난 학기, 기숙사에서 화재경보기가 잘못 울렸을 때의 일도 떠오른다. 늦은 밤에 모두가 씻고, 잠들기를 준비하던 때 울린 화재경보기에 기숙사에 머물고 있던 학생들은 나가야 하는 걸까?’, ‘진짜 불이 난 걸까?’ 의심하며, 쉽게 발걸음을 떼지 않았다. 혹여나 큰불이 났다면 엄청나게 큰 피해로도 이어질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우리의 안전에 대한 의식은 여전히 너무나도 관대하고, 또 확고하지 못하다.

우리 사회 속에는 안전 불감증(安全 不感症)’이 도사리고 있다. ‘매일 하는 것이니 안전 장비는 번거로운 것이라는 생각, ‘무단횡단을 해도 괜찮겠지하는 안일한 마음, ‘작년에도 문제가 없었으니 올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 이처럼 안전에 관한 안일한 생각과 마음들…….

중앙대 문광수 심리학과 교수의 칼럼 안전불감증이란?’의 사고 피라미드에 따르면, 우리는 수많은 불안전 행동을 하더라도 사고는 잘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위험 지각이 낮아지고 이로 인해 계속해서 불안전 행동을 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 무단횡단이라는 불안전 행동을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사고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무단횡단이라는 불안전 행동을 계속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계속해서 안전에 대한 우리의 심리적 울타리는 계속해서 낮아지고, 수많은 사람이 다치거나, 죽는 큰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야, 그 울타리를 보강한다. 늘 지금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었기에, ‘아무 문제 없을 것이라며 방치하다가 수많은 희생자를 낳는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사고 사망자 수는 828명으로, 통계적으로 매일 약 2.3명의 근로자가 목숨을 잃고 있다. 우리는 산업현장에서부터 이번 10·29 참사, 4·16 세월호 참사 등과 같이 큰 사고까지 허술한 안전에 대한 울타리로 인해 소중한 것들을 잃어 가고 있다.

더는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행태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안전에 대한 더 기민한 대처와 예방, 그리고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안전 사각지대를 능동적으로 발굴하고, 예방하기 위해 정책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가 먼저 내 마음의 안전 울타리를 낮추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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