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주(중국어교육·21) 학우

도시재생장치#2, 도시재생장치#3 작품. 사진 / 사진 제공 신예주
도시재생장치#2, 도시재생장치#3 작품. 사진 / 사진 제공 신예주

 

제각각의 이유로 바쁜 사람들이 고층 건물 사이를 지나고 있다. 차는 많고 화려한 듯 어두운 듯 알 수 없는 간판들이 빽빽하다. 도시의 이미지를 상상하기는 크게 어렵지 않다. 그렇다면 도시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어떤 소리가 떠오르는지 생각해 보자. 차가 많으니 경적 소리도 클 테고, 사람이 많으니 여러 소리가 들릴 텐데 쉽게 생각이 나지 않는다. 수많은 소리에 둘러싸여 사는 우리는 도시의 소리에 점점 둔감해졌다. 우리가 잊고 살던 소리를 인식하는 방법을 알고 싶다면, MMCA 청주프로젝트 2022 “도시공명을 관람하러 가 보자.

 

도시와 자연의 소리 그리고 귀를 기울일 만한 가치가 있는 모든 것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이하 청주관) 앞에 도착하면, 푸른 잔디밭 위에 네 개의 방갈로가 시선을 끈다. 이 방갈로 안에서는 김준 작가가 세계 각지에서 수집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방갈로에 앉아 휴식을 취하다 보면, 작가에게 유의미한 이 네 곳과 이들의 소리가 관람객에게도 특별해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김준 작가가 수집한 소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 주고, 우리가 진정으로 귀를 기울일 만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도시 속에서 사라지거나 바뀌는 것을 잡아 두는 도시재생장치

팀 트라이어드의 도시재생장치#1: 청주는 사라져 가는 청주의 소리와 이미지를 함께 보여 주는 작품이다. 장치의 손잡이를 돌리는 속도에 따라 이미지와 소리의 재생 속도가 달라진다. 관람객은 손잡이를 느리게 또는 빠르게, 정방향으로 혹은 역방향으로 돌리며 청주를 기억하게 된다. ‘도시재생장치#2’‘#3’은 평소에 쉽게 흘려보내던 도시의 소리에 집중하게 만든다. ‘도시재생장치#2: 소리산책은 수많은 도시의 소리가 흘러나오는 라디오 사이를 산책하듯 걸어 다니며 감상할 수 있다. ‘도시재생장치#3: 로터리는 청주의 교통량 데이터를 활용한 작품으로, 데이터에 따라 다양하게 변용되는 소리를 들어 볼 수 있다.

 

일상이거나 전쟁이거나 그 사이 어디쯤, ‘청주에서 키이우까지

권병준 작가의 청주에서 키이우까지는 헤드셋을 착용하고 청주관 앞 잔디밭을 걸어 다니며 청취하는 작품이다. 관람객이 걸음을 뗄 때마다 헤드셋의 GPS가 위치를 인식해 다양하고 새로운 소리를 재생한다. 이미 전쟁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는 우리의 소리, 즉 청주의 소리와 일상이 전쟁이 되어 버린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소리를 번갈아 들으며 관람객은 이질감을 느낀다. 잔디밭의 평화로운 모습과 헤드셋에서 흘러나오는 비일상적인 소리를 동시에 인식하며, 일상과 전쟁의 연결 고리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거대한 공장 소음을 소리 그 자체로 받아들이다, ‘프로젝트공장의 소리

공장과 도시는 떼려야 뗄 수 없다. 김서량 작가는 도시의 소리 중에서도 공장의 소리에 주목했다. ‘프로젝트공장의 소리/가동 중은 인쇄공장, 봉제공장 등 다양한 공장의 소리를 녹음해 하나의 가상 공장을 음향으로 구현한 작품이다. 어두운 전시 공간에 들어서면 이질적이고 거대한 기계 소리가 들려온다. 관람객은 어두운 가상 공장 속에서 그 소리를 온전히 느끼게 된다. ‘프로젝트공장의 소리/공장과 기술자들은 공장에서 녹음한 각종 기계 소리와 주변 소음을 파이프 모양 스피커로 재생한다. 파이프를 통해 들려오는 각종 소리에 집중하면, ‘공장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새롭게 느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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