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주민 불안감 조성 및 안전권 침해 심각 … 이중 처벌 우려 등 법적 제한 어려워
‘수원 발발이’라 불리는 연쇄 성폭행범 박병화(39)가 지난달 31일 만기 출소했다. 박병화가 출소 후 연고가 없는 화성의 한 원룸촌에 입주한 당일에서야 화성시는 법무부로부터 그 사실을 통보받았다. 화성시와 화성시 주민들은 박병화 거주지 인근에 대학교, 유치원 등 교육 시설, 원룸촌 존재 등을 근거로 강제퇴거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법무부는 범죄자의 주거지 결정에 관여할 법적 권한이 없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한편, 범죄자 주거지 제한 및 범죄자 보호수용 관련 법안이 제출되었지만, 일각에서 범죄자 인권 보호를 주장해 입법이 중단되었다. 범죄자의 인권과 시민의 안전권, 두 기본권 사이의 논의는 현재 진행형이다.
◇ 화성시와 화성시 주민, 지역사회단체 등 강제퇴거를 향한 움직임
연쇄 성폭행범 박병화(39)는 2002년부터 2007년 사이에 수원시 권선·영통구 등 빌라에 침입해 20대 여성 10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5년형을 선고받고, 지난달 31일 만기 출소했다. 현재 그의 거주지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대학교 3곳 등 원룸 1,500여 세대가 밀집해 있는 특수한 지역으로, 인근 초등학교까지 거리는 500m, 수원대학교 후문에서는 불과 약 200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정명근 화성시장은 “박병화의 출생이나 교육 등 어떠한 곳도 화성시와는 연관이 없다. 과거 범죄를 저지른 곳이 수원이었고, 또 부모님도 수원에 거주하고 있어서 당연히 연고가 있는 곳으로 갈 것으로 생각했다. 법무부는 화성시와는 사전에 어떠한 협의도 없이 입주 당일에 그 사실을 통보했다”라며 당혹스러움을 표했다. 이후 화성시는 ‘박병화 화성시 거주 반대 기자회견 및 성명서’를 발표했다. 또한 ▲시민안전대책 TF 회의 진행 ▲박병화 거주지 인근에 CCTV 32대 추가 설치 ▲법무부 전담 보호 관찰관과 경찰의 24시간 밀착 감시 ▲외출 제한시간 연장 ▲아동 보육 시설과 아동·청소년시설, 초·중·고·대학교 등 교육 시설 출입 금지 등을 진행했다.
인근의 초등학교 학부모와 학부모 연대, 지역사회단체는 지난 1일부터 퇴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과 집회를 총 16회 진행했으며 앞으로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기도 화성오산교육지원청은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등하교 시 배움터지킴이 충원 ▲어머니 폴리스 활동 확대 ▲가정통신문 발송을 통해 안전지도 강화 등 안전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화성시 여성단체협의회(이하 여성단체)는 지난 4일에 국민권익위원회에 ‘성범죄자 주거지 제한 법안개정 촉구’ 건의문과 시민 2,147명의 동의가 적힌 서명부를 전달했다. 여성단체는 건의문을 통해 “법무부의 일방적 통보로 화성 시민들은 아이를 낳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환경 밖으로 내몰리며 일상적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빼앗겼다고 강조했다.
◇ 건물주 측 퇴거를 위한 명도소송 진행 예정 … 실질적 거주지 제한 법안은 없어
출소 1주일 전인 지난달 25일, 박병화의 모친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부동산중개업소를 찾아 12개월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과정에서 박병화의 가족은 “조카가 거주할 예정이라 대신 계약하러 왔다”라며 박병화 이름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원룸 건물주 A 씨는 박병화가 ‘성폭행범 박병화’라고 인지하지 못했으며, 거주 사실이 알려진 후에는 다른 계약자가 임대차 계약을 해지해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건물주 A 씨는 앞서 이달 1일 화성시 공무원들과 함께 박병화를 찾아 임대차 계약해지 통보서를 전달했다. 하지만 박병화는 끝내 응하지 않았고, A 씨는 이달 7일 변호사를 선임해 수원지법에 명도소송(건물주가 세입자를 상대로 건물을 비워 달라고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건물주 측 법률대리인 오도환 변호사는 ▲박병화의 가족이 위임장도 없이 박병화 도장을 이용해 계약을 체결한 점 ▲계약 당시 ‘조카뻘이 올 거다’라고 말하며 입주일을 박병화 출소 3일 전으로 정한 점 등 ‘기망에 의한 의사표시 취소’를 중점적으로 재판에서 강조할 예정이라 밝혔다.
한편, 법조계는 위임장이 없어도 박병화가 대리 계약을 요청했다면, 문제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또 임대인에게 성범죄 이력을 알릴 의무도 없어, 계약 해지 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만약 소송을 진행해도 임대차 계약을 맺은 1년 안에 결론이 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 계속된 보호수용법 도입 중단 … 범죄자 인권과 시민의 안전권 갈등
이렇듯 현재 법적으로 범죄자가 출소 후 거주지를 선정할 때 국가에서 제한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국회에서는 ‘아동 성범죄자’가 주거지로부터 일정 거리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일명 ‘조두순 방지법’이 발의된 적이 있다.
또한, 법무부는 ‘보안처분 형태의 보호수용법’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었다. 해당 법에 따르면, 출소한 범죄자가 준수 사항을 상습적으로 위반하는 경우 검찰이 보호수용을 추가로 청구해서 범죄자를 일종의 주택 연금처럼 시설에 연금할 수 있다. 해당 법안은 일종의 보안처분으로서의 보호수용, 심리치료를 제공하는 치료 목적으로서의 보호수용 등의 목적이었다. 하지만 이중 처벌과 헌법상 거주 이전의 자유라는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어서 논의는 중단되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조두순 출소 당시) 가해자는 자유롭게 제집으로 돌아갔지만, 피해자는 돌아온 가해자에 대한 두려움에 의해 살던 곳을 버리고 이사 간 상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현실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 우리나라 사법의 정의란 무엇인가. 지금까지 형사사법 제도의 중심은 ‘범죄자’였다. 하지만 피해자는 여전히 존재하고 고통은 완치되지 않았기에 모든 제도가 피해자의 중심에서 피해 회복 우선이 정책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