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통해 ‘안전 사회’로 나아가야
지난 10월 29일, 핼러윈 축제로 수많은 인파가 몰렸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서 3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한 대규모 압사 사고가 일어났다. 이에 정부는 서울 용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참사 직후 일주일을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했다. 경찰청 이태원 참사 특별수사본부(이하 특수본)은 관련 기관들을 압수수색하고, 7명의 피의자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 의원 181명은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하여 본회의에 보고한 상태이다. 정부는 참사로 인한 트라우마 및 심리지원 강화방안을 추진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들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 300명이 넘는 압사 사상자 발생 … 특별재난지역, 국가애도기간 선포
지난 10월 29일 오후 10시 15분경,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서 3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한 대규모 압사 사고가 벌어졌다. 사고가 일어난 곳은 이태원 해밀톤호텔 옆 폭 3.2m, 길이 40m의 경사진 골목길이었다.
3년 만에 처음 열린 ‘야외 노 마스크’ 핼러윈 축제를 맞아 이태원에 수많은 인파가 몰렸고, 붐비는 골목길에 서 있던 사람들이 도미노처럼 넘어져 서로 깔리게 되면서 압사 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1m²의 면적에 6명 이상의 사람이 모이게 되면 사방에서 가해지는 압력으로 인해 질식하여 사망할 위험이 있다. 전문가들은 참사 당시 인파는 1m²에 최대 16명까지 밀집해 있었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에 따르면 11월 13일 오전 9시 기준 참사로 인한 인명피해의 규모는 사망자 157명과 부상자 197명으로 확인되었다. 서울 도심에서 발생한 대규모 인명피해로는 502명이 사망했던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이후 처음이며, 단일사고 인명피해로는 2015년 304명의 사망자와 142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4·16 세월호 참사 이후 최대 사고이다. 정부는 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였으며, 참사 다음 날이었던 10월 30일부터 11월 5일 자정까지의 일주일을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하였다.
◇ 특수본, 상급기관에 대해서도 수사 확대하나 … 野3당, 국정조사 요구서 제출
참사 발생 사흘째인 지난 1일에 출범한 특수본은 출범 이튿날인 2일부터 서울경찰청, 용산경찰서, 용산소방서, 용산구청, 해밀톤호텔 등에 대한 전방위적 압수수색에 나섰다. 또한 특수본은 ▲류미진 서울경찰청 전 인사교육과장(총경) ▲이임재 전 서울용산경찰서장, 용산경찰서 정보과장, 정보계장 등 경찰 관계자들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해밀톤호텔 대표 등 총 7명을 피의자로 입건하여 수사 중이다. 참사에 대한 경찰과 소방당국, 용산구청의 부실대응 정황, 그리고 해밀톤호텔의 불법 증축이 사고 원인으로 작용했는지 등이 수사의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참사를 앞두고 작성된 용산경찰서 정보보고서가 참사 이후 삭제되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 증거인멸,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되어 수사 중이었던 용산경찰서 전 정보계장 A 씨가 11일 낮 12시 45분경 자택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경찰은 발견 당시 정황으로 미뤄 보았을 때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수본은 사망으로 인해 “A 씨에 대해서는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할 것”이지만, 정보보고서 삭제 의혹에 얽힌 수사는 계속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에게 보고서 삭제를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는 박성민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도 소환조사할 예정이다.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와 서울시, 대통령실 등의 상위기관에 대해서도 수사가 확대될지에 관한 관심도 쏠리고 있다. 재난안전관리 주무부처인 행안부와 서울시, 대통령실은 앞서 세 차례 이뤄진 대대적인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재난관리법 등 각 기관의 법령을 검토하고 있다”라며 “혐의 관련성이 있고 압수수색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어느 기관이라도 관련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추진하려는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 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 소속 의원과 무소속 의원 총 181명은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고, 이는 다음날인 10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되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강제력이 없는 국정조사는 수사에 지장을 주고 정쟁만 일으킬 뿐”이라며 “국정 조사 요구에 응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표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11일부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및 특검 추진을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에 나서 국정조사 추진에 힘을 싣는 상황이다.
◇ 참사가 남긴 전국민적 트라우마 … 심리지원 강화, 사고 재발 방지책 논의
참사는 유가족과 부상자, 목격자를 비롯한 전 국민에게 깊은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를 남겼다. 보건복지부 이태원사고수습본부는 지난 10일 중대본 회의에서 참사로 인한 트라우마 및 심리지원 강화방안을 논의하였다. 이후 브리핑에서 보건복지부는 ▲트라우마 관련 5개 민간학회,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과 협력한 ‘찾아가는 트라우마 교육’ 실시 ▲보건복지부와 국가트라우마센터의 홈페이지를 연계해 ‘심리지원 통합 플랫폼’ 구축 ▲재난 트라우마 대응체계 강화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3일 중대본 회의에서는 ▲2022년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 실시 ▲국가안전시스템 개편 범정부 태스크포스(TF, 전담조직) 운영 ▲안전교육·캠페인을 통한 안전 문화 정착 추진 계획을 논의했다고 서면브리핑에서 전했다. 행안부에서 실시하는 2022년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은
오는 14일부터 25일까지 2주간 전국 300개 기관이 참여한다. 이번 안전한국훈련은 ▲불시훈련 확대 ▲복합상황 훈련메시지 활용 ▲재난안전통신망 활용 ▲국민 체험단 운영 등에 중점을 두고 추진할 예정이다.
범정부 재난안전관리체계 개편 TF는 이번 주 킥오프 회의(kick-off, 첫 회의)를 시작으로 12월 말까지 종합대책을 수립할 예정이다. 주요 추진과제는 ▲긴급구조시스템 개선 방안 ▲재난 상황 보고 및 통제 체계 개선 ▲인파관리 안전 대책 ▲기술 융·복합 등에 따른 신종재난 대응방안 등이다.
또한 다중밀집 인파 사고 방지를 위한 국민 행동 요령을 제작·배포하고, 심폐소생술(CPR) 등 체험 위주의 교육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그밖에 인파 밀집 지역에서의 안전 수칙 준수, 지역주민의 지역 위험요인 발굴·개선 활동 캠페인도 추진한다.
10·29 참사와 같은 대규모 인명피해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실효성 있는 대책의 마련과 안전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한국교원대신문은 참사와 관련된 트라우마로 고통을 겪고 있는 모든 이들과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과 상인들이 입을 2차적인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특정 지명이 포함된 ‘이태원 참사’ 대신 ‘10·29 참사’라는 표현으로 해당 참사를 지칭하였음을 밝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