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합리적인 사고를 하려고 노력한다. 감정적인 부분을 제외하는 순수한 합리적 사고라는 개념은 상당히 매혹적으로 들리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합리적 사고에 기반을 둔 것이 합리적 선택이다. 그러나 이러한 합리적 선택의 결과가 항상 합리적이기만 할까. 실은 그렇지만은 않다. 가끔 이러한 합리적 선택은 가장 합리적이지 못한 결과로 귀결된다. 합리적 선택의 오류에 관한 예를 살펴보자.
지금은 오후 11시, 배가 고프다. 친구들과 야식을 먹기 위해 모두 휴게실로 모였다. 하지만 요즘 들어 용돈이 부쩍 줄어들어 이번에 야식을 사먹게 되면 앞으로의 생활에 상당히 부담이 된다. 하지만 배는 고프다. 이럴 때 가장 합리적 선택은 어떤 것일까.
여기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은 네 가지다. 첫째, 나도 돈을 내고 친구들도 돈을 내서 야식을 사먹는 것이다. 둘째, 나는 돈을 내지 않고 친구들이 돈을 내서 야식을 먹게 되는 것이다. 셋째, 나는 돈을 내는데, 친구들은 돈을 내지 않아 야식을 사먹지 못하는 경우다. 넷째, 나도 돈을 내지 않고, 친구들도 돈을 내지 않아 야식을 사먹지 못하는 경우다. 여기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 선택은 두 번째 경우다. 나는 돈을 내지 않으면서 야식을 먹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합리적 선택은 나뿐만 아니라 모든 친구들에게도 해당된다. 배가 고픈 다른 친구들도 이러한 합리적 선택을 하게 된다. 모두 돈을 내지 않고 야식을 먹으려고 한다. 모두의 선택에 따라 아무도 돈을 내려 하지 않고 결국 결과는 네 번째 선택지가 된다. 도의와 감정과 합의에 의하지 않은 개인의 철저한 합리적 선택은 결국 최악의 결과를 불러오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합리적 선택은 비단 야식을 먹는 데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다. 선거 날에도 이러한 합리적 선택의 오류는 어김없이 나타날 수 있다. 오늘날의 젊은 세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면서, 높은 학력을 보유하고 있다. 합리적 선택에 가장 익숙한 사람들이다.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진보적 정치인을 원한다. 하지만 선거날은 공휴일이다. 행여 날씨라도 좋다면 이 뜬금없는 공휴일은 소풍이나 데이트하기에 더할나위 없는 시간이다. 간만의 휴식이라면 누구나 좋은 시간을 보내거나 쉬고 싶을 것이다. 여기서 젊은이들은 네 가지 갈림길 앞에 서게 된다.
첫째, 자신도 투표하고, 다른 젊은이들도 투표해서 원하는 정치인이 당선되는 것이다. 둘째, 자신은 놀러가고, 다른 젊은이들은 투표해서 원하는 정치인이 당선되는 것이다. 셋째, 자신은 투표하고, 다른 젊은이들은 투표하지 않아서 원하는 정치인이 당선되지 않는 것이다. 넷째, 자신도 투표하지 않고 다른 젊은이들도 투표하지 않아 원하는 정치인이 당선되지 않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두 번째 상황이다. 자신은 즐거운 휴식시간을 보냈으면서 원하는 정치인이 당선되는 경우다. 많은 합리적인 젊은이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따르게 된다. 결과는 기존의 제도를 유지하려는 보수적인 정권의 재창출로 이어진다.
합리적 선택 이론은 경제학에 기반했기 때문에 이것이 항상 인간사회에 통용되는 법칙이라고 보기 힘들다. 경제 분야는 허구적 가치인 화폐로 구성되어 허상적인 부분이 많아 물리적 법칙에 이를 응용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숭상하는 합리적 사고와 선택은 단순히 경제에만 활용되는 것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삶의 일부분에 녹아 있다. 합리적 선택의 오류가 나타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는 경제적 가치 이전에 구현해야 할 많은 가치들을 합리에 근거해서 판단하는 경우가 있다. 위의 두 번째 예가 바로 그런 경우다. 과연 이것이 결과의 합리인지는 생각해봐야 한다. 오는 12월에는 대선이 있다. 당신에게 합리적 선택이란 무엇인가. 당신의 선택으로 당신이 원하는 바를 얻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