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교육과 졸업생 안수영
지난 2020년, 예상하지 못한 국내 코로나-19 확산으로 학교 현장은 이례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었고 지금까지도 바뀌어 나가는 중이다. 교직에의 첫 발령이 그해였던 나에게는 더더욱 그 일들이 크게 다가왔다.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모둠형 수업을 할 기회는 아예 주어지지 않았고, 학생들은 학교에 오지도 않았으며 한 번도 접해 보지 않았던 원격 수업 플랫폼을 활용하여 학생들을 만나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당혹감과 막막함만이 나를 지긋이 억눌렀다. 비교적 정보화 기기에 익숙한 나조차도 ‘원격 수업’이라는 말을 들으면 이러한데, 선배 교사분들이 느끼는 감정은 과연 어떠할까 어렴풋이 짐작만 될 뿐이었다.
우선, 수업 방식부터 뜯어고쳐야 했다. 교생 실습에서 실제로 경험했던 활발한 의견 교류의 장, 임용 고시 수업 실연을 위해 수없이 연습했던 모둠 활동은 학교 현장에서 시도조차 불가능했다. 그러나 기존의 딱딱하고 재미없는 강의식 수업으로 나의 첫 수업을 채워 나가고 싶지는 않았다. 수업은 원격으로 이루어졌고 아이들은 3주에 한 번, 혹은 격주로 등교했다. 따라서 원격 수업이 이루어지는 기간에는 다음 차시에 배울 내용이나 이전 차시에 배운 내용에 대한 간단한 퀴즈 게임을 하고 피드백을 주고받았으며 등교해서는 학생들이 풀었던 퀴즈를 바탕으로 개념 정리를 하는 등 이론 수업을 진행했다. 이론 수업을 실시한 후에는 교과서 활동을 실제 교실에서 개별 활동으로 진행하며 배운 내용을 즉시 확인할 수 있도록 수업을 설계했다. 그렇게 선생님의 얼굴도 모르는 채로 2학년 수업은 시작되었고, 등교할 때 아이들은 게임의 즐거운 기억을 바탕으로 국어 수업에 대한 기대를 가득 안고 학교로 모일 수 있었다.
수업은 수업대로 벅찼고, 생활지도는 더더욱 어려워졌다. 아이들은 학교에 오지 않는 일상에 익숙해져 버렸고, ‘등교 시간을 지켜야 한다.’, ‘교칙에 맞는 복장을 해야 한다.’, ‘수업 시간에 딴짓하면 안 된다.’라는 기본적인 학교생활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개념조차 머릿속에서 사라진 상태였다. 원격 등교 시 수업 참여를 하지 않는 학생들을 위해 학교 교무실은 콜센터를 방불케 하는 장관을 연출하였고, 담임 선생님들은 항상 긴장하며 수업을 기다렸다. 이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해 보고자 학기 초, 반 학생들과 학급 규칙을 세세하게 정하였다. 규칙을 준수해야 하는 필요성에 대해 모두가 함께 이야기하고, 동의를 얻은 후에 우리 학급만의 규칙을 정하기로 한 것이다. 규칙은 보상에 대한 내용과 페널티에 대한 내용을 모두 포함하여 반 전체가 합의한 규칙을 준수하는 방향으로 아이들이 동화될 수 있도록 하였다.
학교 현장의 변화가 일시적이지 않다는 것은 올해 태풍으로 인해서 몇 차례 학사 운영 방법이 바뀌며 몸소 체감하였다. 태풍이 온다는 예보가 있으면 으레 휴교하거나 등교 시간을 늦추는 방안으로 결정되었던 과거와는 달리, 학교에서 체계적으로 원격 수업을 하는 방향으로 수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정확한 일기 예보가 나오고, 며칠 이내에 학생들이 가정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플랫폼을 점검하고 강의 자료를 탑재하는 선생님들을 보니, 모두가 학교에 나오는 당연한 수업 방식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늘 보수적이었던 학교 현장도 시대적 상황에 맞게 바뀌어 나가고 있다. 점차 그 변화 속도는 가속화될 것이며, 변화의 폭도 커질 것이다. 교육 현장에 몸담고 있는 교사에게 이러한 상황에 어떻게 적응해 나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필수불가결하다. 일관되게 지켜 나가야 하는 교육의 가치와 시의적절하게 현장 변화에 발맞추어 나가는 역량을 기르기 위해 교사는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