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주(중국어교육·21) 학우
요즘은 ‘배달’ 문화의 시대다. 필요한 것이 있다면 버튼 하나만 누르면 집까지 모든 것을 가져다준다. 품목도 다양하다. 기성품은 물론이고 각종 주문 제작 상품도 전부 배달이 된다. 심지어 신선 식품도 배달하는 사회다. 고객들은 옷을 갖추어 입고 매장에 찾아가 이것저것 비교하는 번거롭고 느린 과정을 견디지 않는다.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집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토록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사람’을 잊기 쉽다. 모든 배달의 기본은 ‘사람’이다. 무엇을 배달하든 그것을 요구하는 주체도 사람이고 배달하는 주체도 사람이다. 그렇다면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바로 마음이다. 박현숙 작가의 동화 ‘마음을 배달해 드립니다’를 통해, 무언가를 보낸다는 것 그 안에 담긴 진심을 발견해 보자.
◇ 편리함 대신 편지, 마음을 담은 무언가를 보낸다는 것
“마음을 배달해 드립니다”는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다툼으로 시작된다. 자신에게 더럽다고 말한 미지에게 화가 난 형진이는 단체 채팅방에 미지에 대한 유언비어를 퍼뜨린다. 미지와 형진이의 사이는 나빠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형진이는 친구 우민이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손 편지를 써서 사과하라는 우민이의 말에 형진이는 진심을 가득 담은 편지를 쓰고, 미지와 화해한다.
마지막으로 손 편지를 썼던 게 언제냐는 질문에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번거롭다는 이유로 손 편지를 쓰지 않게 되었다. 그 자리를 짧은 메시지가 대체했다. 마음을 전하는 시간도, 글자 안에 담긴 마음도 줄어든 셈이다. 편리함만을 좇다 보면 그 속에 담긴 마음이 희석되기 마련이다. 가끔은 번거롭더라도 내가 전하고자 하는 마음을 진중하고 느리게 전달해 볼 필요도 있다.
◇ 뭐든지 배달하는 우리, 그 속에 담긴 마음 들여다보기
3학년 2반은 형진이와 미지의 화해를 계기로 ‘학급 우체통’을 도입하게 된다. 처음에는 편지 쓰기를 주저하던 아이들도 하나둘씩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편지에 선물을 담아 보내기도 한다. 편지에 담은 진심을 더 잘 표현하기 위해서다. 평소처럼 편지를 쓰던 형진이는 문득 늘 혼자 다니는 기석이에게 ‘나’를 배달하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3학년 2반의 학급 우체통은 우리가 사용하는 배달 서비스와 다른 듯 닮아 있다. 어쩌면 ‘무엇이든 배달’해 주는 현대 사회의 서비스는, 물건을 받는 상대방을 위하는 마음 덕에 발전하게 된 것은 아닐까. 이러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너무나 일상적이라서 이를 잊게 된다면, 가끔은 배달 서비스 안에 담긴 사람과 그 마음들을 잘 생각해 보자. 배달 안에 담긴 진심을 알게 되면 일상적인 주문과 배송 시스템 하나하나가 매우 특별한 것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