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희(생물교육·22) 학우
k야 안녕? 나는 너의 친구였던 사람이야. 네가 이 글을 발견할 가능성은 희박하고, 이 글을 봐도 당사자가 너인지 전혀 모르겠지? 난 그래서 이 글을 쓰게 되었어.
너랑 잘 어울리는 가을이 왔어. 봄에는 새로 만나게 될 인연을 떠올리게 된다면 가을은 이미 지나가 버린 인연을 떠올리게 되는 것 같아.
우리는 그때 서로를 대하는 방식이 서툴렀고, 그래서 그렇게 좋지 못한 끝을 봤나봐.
너는 언젠가 어떠한 문학 작품을 읽고 나서 나한테 그런 인연의 기다림을 받는다는 건 어떤 느낌인지, 나도 누군가의 기다림의 대상이 되고 싶다고 그랬지. 하지만 내가 너한테 생각의 대상이 되었다는 말도, 네가 나한테 어떤 느낌인지에 대한 말도 못 전하는 상황이잖아 우린, 그치?
코트, 따뜻한 아메리카노, 핸드크림, 밤, 마들렌, 피칸파이 .. 내가 아는 너랑 이제 많이 달라졌겠지?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너는 밤에 마들렌을 먹는 걸 좋아하니? 마들렌이 좋아서 간 그곳은 어때? 넌 어딜 가든 잘 해내던 사람이니까, 여전히 잘 해내고 있겠지?
사실 예전에 너랑 나 사이 공통분모에 있는 그 친구가 너에 대해 전해 준 말이 있어.
네가 내 소식을 듣고 조금 슬프고 보고 싶기도 하고, 그럼에도 행복하길 바란다고 했다며.
나도 똑같아. 조금 슬프고 보고 싶기도 하고, 그럼에도 언제나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네가 좋아하던 Hello! (- Role Model)를 들으면 알 수 없는 마음이 밀려 들어와. 사람마다 하나쯤은 있다는 마음의 구심점이 아마 너랑 닮았나 봐.
이 글을 쓰다 보니까 이런 마음도 있었지, 저런 마음도 있었지 .. 이런저런 감정이 들지만, 세상을 가뿐하게만 봤던 그때가 생각나서 좋다.
우린 그때의 순간들이 바래진 사진도 남지 않은 채 돌아오지 않을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면 뭔가가 달라졌을까?
너한테 쓰는 편지에는 예전과 다르게 물음표만 가득해.
서문에서는 네가 이 글을 봐도 전혀 모를 거라고 확언했지만, 사실 네가 이 글을 보고 너인 줄 알았으면 좋겠어. 하지만 다시는 예전처럼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사실 알아.
그럼에도 잘 지내길 항상 응원하고 있어. 생일 축하했어 k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