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은 영원한가. 약간의 찬 기운이 남아 있는 봄에 보는 꽃나무와, 가볍게 입고 나가도 춥지 않은 여름밤, 바스락 거리며 밟는 가을낙엽과 모든것을 포근하게 덮는 눈. 맑은 하늘색과 산뜻한 구름을 보며 강의실에 가는 것, 마음대로 숨을 온몸 가득히 들이쉬고 내쉬는 것, 내가 사랑하는 강아지와 사람과 당연하게도 땅을 밟으며 걷는 것. 이것들은 사라지지 않고 언제까지 우리의 하루를 채울 수 있을까. 이 모든 것들은 적어도 인간을 품고 있는 지구의 상태가 안정적일 때, 전염병으로부터 안전할 때, 오염되지 않은 공기와 날씨가 보장되어야 가능해 보인다.
나의 편리와 풍요를 위해 내가 아닌 다른 존재에게 피해를 끼쳐도 된다는 이기적 발상이 누구의 머리에서 언제부터 시작된 것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으나, 이러한 방식의 인간 활동은 지구의 자연적 자정 시스템의 균형을 서서히 파괴했다. 수많은 생명체가 터전으로 삼고 있는 숲, 감히 그 깊이와 흐름을 예측할 수 없는 바다, 매일같이 우리를 둘러싸고 보호하는 대기, 지구의 오랜 역사를 품고 있는 토양과 이 모든 곳에 살고 있는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들까지, 자신들의 풍요를 위해서라면 그 어떠한 것도 이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 인간의 습성은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왔다.
도를 넘는 자연 이용과 인간 중심의 비양심적 행태들은 점차 당연스러운 생존 방식으로 자리잡았다. 이전 세대가 이룩한 '발전'이라 불리는 행동들은 다음 세대가 고이고이 물려받아 더욱 심화된 형태로 진행되었고, 탐욕에 눈이 멀어 자신들이 어떠한 변화를 초래하고 있는지 모르는 새에 지구의 모습은 상당히 달라졌다. 지구를 다채롭게 이루고 있던 동물과 식물이 일부 사라졌으며, 곳곳에서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전염병, 폭염과 홍수, 폭우와 가뭄, 폭설과 산불의 모순적 현상이 동시에 발생했다.
이러한 혼돈의 진행을 지켜볼 수만은 없던 과학자들과 연구원들은 인간이 만들어 낸 '지구 터전 존속의 문제'에 대해 각자의 연구 결과를 공유하며 합동연구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올해 IPCC(기후변화 정부 간 협의체)가 발표한 6차 보고서에 따르면, 인류의 활동으로 인해 야기된 지구의 온난화는 명백하며, 이전과 비교해 극심하게 대두된 기후변화 위협의 완화를 위해서는 전 지구적 대응책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지구 온도가 1.5℃ 상승하면 지구에게 더이상의 자정능력은 기대할 수 없으며, 우리가 이전에 상상치도 못한 속도로 자연이 무너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들에 따르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2021년부터 2040년까지로, 2022년 현재로부터 약 18년 남짓의 시간이 남겨져 있다.
이전 세대가 이룩한 발전의 시작단계에서는 이러한 결과를 상상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 우리는 우리의 행동방식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했는지 알게 되었으며, 그 방식을 전환하지 않는다면 지구의 존속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음에도 이전과 같은 생활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일부는 상황의 심각성을 나타내는 객관적 자료들로 인해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고, 그에 따른 변화를 시작하는 단계이긴 하나, 이전부터 내려오던 자연파괴의 관성을 한순간에 끊어 내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러한 사실은 누군가에게 무력감을 심어 주고, 환경적 우울감을 느끼게 한다. 소수의 연구자들로부터 예측돼 오던 시나리오가 점차 현실이 되어 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몇몇 사람은 불안을 느낀다.
그렇다고 이러한 상황을 바탕으로 두 손을 놓아 버릴 수는 없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갈 수 있는 새로운 사고방식과 생활에 적응해야 한다. 현재 기후위기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상황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이전까지의 태도를 반성하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의 저자 호프 자런은 자신의 저서를 통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줄어들지 않는 소비가 초래할 기아와 결핍과 고통의 어두운 불안으로부터 우리를 구해 주는 마법 같은 해결책은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무엇이라도 하는 것이 언제나 더 나은 것처럼,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해 지금까지 등장한 모든 기술뿐 아니라 자원 보호를 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과학자들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내일에 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각각의 해결책이 제시하는 가능성뿐 아니라 그 위험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하고, 행동할 기회가 있다면 할 수 있는 한 눈을 크게 뜨고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행동해야 한다."
한 명의 환경 전문가보다 10명의 환경적 시도를 실천하는 사람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 물론 그 실천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365일 완벽한 환경적 생활을 하는 것이 아닌, 어떤 방식으로든 다방면에서 최소한의 환경적 노력을 들이는 것이다. 마법 같은 해결책은 존재하지 않기에,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중요하다. 우리가 먹는 모든 끼니, 이동하는 모든 수단, 입는 옷과 사용하는 물건까지, 우리가 사용하는 자원과 소비에 '지구에 대한 한 방울의 관심과 고려'가 더해진다면 그곳에 변화의 힘이 깃들 것이다. 불과 몇년 전 까지만 해도, 환경과 양심을 위해 채식을 한다거나, 텀블러와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유난스럽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사회에서는 이러한 선택이 존중받기 시작했다고 느낀다. 이러한 개인의 선택을 존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를 받는다.
아직 우리에게는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의 소멸과 관련된 일부 상황을 통제할 기회가 남아 있다. 우리가 어떠한 공기를 마시며, 어떠한 방식으로 자연과 관계 맺을지 선택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우리 다음 세대와 그 다음 세대가 겪을 고통을 줄일 수도, 극대화할 수도 있다. 생각의 힘은 우리의 생각보다 크다. 우리에게는 배움을 통해 생각의 변화를 주도할 힘이 있으며, 생각의 변화는 행동의 변화를 수반한다는 믿음이 있다. 인간은 무엇이든지 배울 수 있는 종이다. 이전세대의 자연파괴적 관성을 버리고 자연과 공존하는 이타적 분위기를 새롭게 만들자.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에 존속과 계속을 보장하는 생각의 전환을 바라보자.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우리의 선택들이 의미를 가질 동안에 시작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