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전 6시 20분경, SPC 계열사인 SPL 평택공장에서 20대 여성 노동자 A 씨가 기계에 상반신이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인터록’과 같은 안전장치의 부재를 사고의 주된 원인으로 보고 강동석 SPL 대표이사와 공장 관리자 3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했다. 한편 A 씨의 사망 사고가 일어난 이후 SPC측의 대처가 크게 논란이 되면서 전국적으로 SPC그룹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A 씨의 유족들은 강동석 SPL 대표이사 등에 이어 허영인 SPC그룹 회장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소한 상태이다.
◇ 반복되고 있었던 SPC 산업 재해 … 부실한 안전조치, 무리한 생산체계
10월 15일 오전 6시 20분경, SPC 계열사인 SPL 평택공장에서 20대 여성 노동자 A 씨가 샌드위치 소스를 섞는 기계인 교반기를 가동하던 중 기계에 상반신이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경기 평택 경찰서는 참고인 조사 및 SPL 본사와 공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한 이후, 지난 28일 강동석 SPL 대표이사와 공장 관리자 3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였다. 수사당국은 해당 교반기에 끼임이 감지되면 작동을 멈추는 자동방호장치인 ‘인터록’과 덮개 등의 안전장치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던 점을 사고의 주된 원인으로 보고, 회사의 경영 책임자에게도 안전조치 의무를 게을리한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안전장치의 부재 이외에도 SPC의 무리한 밤샘 노동을 통한 생산체계 역시 사고의 원인으로 제기되고 있다. A 씨는 사고 전날 저녁 8시에 근무를 시작해 10시간째 근무를 하고 있는 상태에서 사고를 당하게 된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작업의 휴게시간은 주간과 야간 모두 동일하게 하루 11시간 근무 중 15분씩 3번만 주어지고 있었다. 또한 해당 사고가 일어난 지 8일이 지난 23일, 또 다른 SPC 계열사인 샤니 성남공장에서 일어난 40대 노동자 B 씨의 손가락 절단 사고 역시 전날 밤 10시에 출근하여 8시간째 근무를 하고 있었던 오전 6시 10분경에 일어났다. 두 사고 모두 충분한 휴식이 보장되지 않은 채 장기간 이루어진 밤샘 근로로 인해 노동자들의 주의력이 떨어져 있을 시간대에 발생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A 씨의 사고에 잇따라 발생한 B 씨의 사고는 허영인 SPC 그룹 회장이 공식 석상에서 대국민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한 이틀 만에 벌어졌다. 또한 A 씨의 사고가 일어나기 일주일 전에도 같은 공장에서 손 끼임 사고가 있었지만, 사측은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고 오히려 작업을 멈춘 것에 대해 노동자들을 문책한 사실도 밝혀졌다. 실제로 근로복지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8월까지 SPC그룹 16개 계열사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승인 건수는 총 759건에 달한다. 이전부터 SPC 계열사 곳곳에서는 연간 151.8건, 한 달에 12.65건, 일주일에 세 번꼴로 산재 사고가 일어나고 있었던 셈이다.
◇ “피로 만든 빵, 먹지 않습니다” … SPC 불매운동 장기화 조짐
A 씨의 사망 사고에 대한 SPC그룹과 계열사 측의 대응 또한 시민들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A 씨의 사망 사고가 발생한 다음 날, 사고 현장만을 흰 천으로 가린 채 공장을 재가동하고 작업을 이어가도록 지시한 사실과 A 씨의 빈소에서 SPC 측이 보인 행태가 알려지며 매우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A 씨의 어머니는 MBC 뉴스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SPC 측이 고인의 빈소에 경조사 지원 물품으로 자사의 빵 두 박스를 보냈으며, 유족들에게 형사고소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합의를 요청하며 구체적인 금액까지 제시하였다고 밝혔다.
이러한 대응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강한 분노는 SPC 제품에 대한 전국적인 불매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SNS를 통해 SPC그룹의 계열사 목록과 제품 구별법 등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또한 개인들뿐만 아니라 기업들 역시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오는 31일부터 간식 납품업체를 SPC에서 롯데제과로 변경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움직임은 SPC그룹이 진정성 있는 사과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을 때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SPC 회장도 중대재해법 적용되나 … 정부의 중대재해법 완화 움직임에 대한 반발 이어져
지난 18일, 고용노동부는 강동석 SPL 대표이사를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여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SPL의 경우 상시 근로자가 50인이 넘는 사업장이며, 사망 사고가 일어났기 때문에 안전보건확보 의무 미이행 등이 확인되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SPL이 별도 법인이며, 허 회장은 SPL에 대해 서류상 경영을 책임지는 역할을 맡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허영인 SPC그룹 회장에게는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A 씨의 유족들은 허 회장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소하며 사실상의 경영 책임자로 지목했다. 지난 27일 유족의 법률대리인 오빛나라 변호사는 허 회장 일가가 소유한 파리크라상이 SPL 지분의 100%를 소유하고 있는 지배구조를 근거로 허 회장을 고소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오 변호사는 “허 회장이 SPC그룹의 오너이자 최고경영자(CEO)이기 때문에 SPL의 의사결정 구조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안전보건에 관해서도 최종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의 책임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인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개정이 추진된다면, 산업안전보건법의 적용을 받는 14개 직종을 제외한 대부분의 특수고용노동자의 산재사망에 대해 기업의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될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지난 26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서울 용산구 지하철 삼각지역 인근에서 결의대회를 열어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중단하라”라고 촉구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