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는 귀족을 위한 장르였다고 생각하기 쉽다. 실제로 오페라 세리아의 경우는 귀족을 위한 오페라로 주제도 신화나 영웅에 국한돼있다. 하지만 프랑스 대혁명 전후의 시민사상과 계몽사상은 오페라에도 영향을 미친다. 오페라부파(희극 오페라)가 나타나고, 평민의 일상을 오페라의 소재로 함으로써 시대상을 반영하게 된 것이다.
18세기 모차르트는 <피가로의 결혼>을 발표한다. 그리고 1816년 로시니는 세빌리아의 이발사>를 작곡한다. 두 작품은 모두 희극 오페라이며 주인공이 피가로(평민)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두 작품의 원곡은 프랑스 극작가 보마셰르의 희극 3부작이다. 프랑스대혁명(1789년) 전인 루이 16세 당시 쓰인 이 글은 신분제도에 대항하며 당시로선 저항적인 작품으로 평가된다.
프랑스 혁명 이후인 1816년 로시니가 작곡한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는 ‘로지나’를 사랑하는 ‘알마비바’ 백작과 재치 있는 이발사 ‘피가로’의 이야기다. 피가로의 도움을 받아 알마비바 백작은 로지나의 재산을 탐내던 후견인을 따돌리고 결혼에 성공한다. 이 곡은 생동감 넘치는 합창과 독립적인 오케스트라 색채, 개성있는 인물 표현 등 프랑스대혁명 이후의 분위기가 음악에 반영된 모습을 보인다.
반면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은 세빌리아의 이발사보다 앞선 1786년 작품으로 프랑스대혁명 이전의 시민 계급의 불만이 내재돼 있다. 오페라의 내용은 <세빌리아의 이발사>에서 결혼에 성공한 알마비바 백작과 로지나가 서로 싸우는 것으로 시작된다. 알마비바는 피가로(세빌리아의 이발사에서의 이바서역)의 아내이자 로지나의 하녀인 수잔나에게 흑심을 품지만 이 사실을 안 피가로가 로지나와 연합, 백작을 굴복시킨다. 두 오페라는 모두 ‘피가로’라는 희극적인 평민을 주인공으로 삼은 것으로, 작곡 순서는 피가로의 결혼이 1786년으로 우선이지만 오페라의 줄거리는 1816년 작인 세빌리아의 이발사 뒤에 이어진다. 그러나 주목할 것은 그 속에 내재된 시대상이다. 시민계급과 평등사상이 발발하던 18세기의 작품인 피가로의 결혼에는 계급에 대한 불만이 드러나고 이를 풍자하는 모습이 피가로란 재치 있는 인물을 통해 드러난다. 반면 세빌리아의 이발사에는 프랑스대혁명 이후 권리를 주장하며 싸우던 시민들의 모습이 유쾌하게 투영된다.
우리학교 고미현(음악교육) 교수는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에 나오는 유명한 대표적인 아리아는 소프라노인 로지나의 ‘Una voce, pocofa'와 바리톤인 피가로가 부르는 아리아인 ’Largo al factotum' 등이 있다”며 “로지나의 아리아는 특히 마리아 칼라스가 부른 것으로 감상하면 그 섬세한 예술적인 표현력을 생생히 느낄 수 있어서 추천한다”고 했다.
덧붙여 “피가로가 부르는 아리아는 이발사로서 자신의 바쁜 삶뿐만 아니라 신분계급이 사회를 지배하던 당시의 시대상을 풍자했기 때문에 가사의 속뜻을 알고 그 아리라를 대하면 훨씬 더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 오페라를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