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도덕 교과를 시작으로 교과별 공청회가 개최되었다. 일부 교과의 공청회는 우리학교에서 개최되었고, 교육과정 변천의 역사를 직접 보고, 참여할 수 있다는 설렘에 공청회장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향했다. 하지만 끝내 내게 남은 것은 실망과 좌절뿐이었다.
이번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총론과 도덕, 사회 교과를 비롯한 많은 각론에서 ‘양성평등’이라는 표현을 ‘성평등’이라는 표현으로 확장했다. 남성과 여성이라는 생물학적인 성을 넘어, 사랑과 성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갖고, 현대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성과, 결혼, 사랑의 형태를 알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내가 갔던 그곳은 ‘공청회’가 아니라 폭행과 욕설이 난무하는 ‘혐오의 장’에 불과했다. 들어서면서부터 왜인지 모르게 느껴지는 시끄럽고 어수선한 분위기, 피켓을 들고 들어오려는 학생들을 막아서는 사람과 그들의 욕설과 폭언, 그리고 마이크를 넘어 입 밖으로 쏟아 내는 혐오의 말들…. “동성애 교육을 폐지하라.”, “나는 동성애자를 변태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제3의 성이 있을 수 있느냐.”, “지금도 학교가 동성애를 가르치는데, 에이즈 걸리면 누가 책임지나.”, “교육부는 각성해야 한다.”
큰 충격이었다. 도덕 교과 공청회 바로 전 ‘교육과정’ 시간에, 교육과정은 다원적 민주주의를 지향해야 하고, 다양한 배경과 이해관계를 지닌 사람들이 함께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배웠지만, 그렇지 않은 현실을 목도했기에, 이론과 현실이 너무 멀다는 것을 직접 두 눈으로 보았기에 더욱 참담했다. 너무나도 슬펐다. 우리 사회에 버젓이 존재하는 자들을 지워 내기 위해, 어둠 속에 있는 그들을 절벽 밖으로 떨어뜨리기 위해 아득바득 성내는 존재들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화났다.
사회가 변화하고, 일부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드러내고, 당당하게 살아가지만, 여전히 대다수는 그림자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주변의 시선이 두려워서, 믿었던 사람들의 바뀌는 표정과 태도가 무서워서, 모든 걸 잃을까 겁나서, 그림자 안에서, 억압하는 사회 안에서 적응하며 살아간다. 그럼에도 아직도 우리 사회는 그들을 이해하고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숨어 살아야만 하는 그들에게 따스한 눈길조차 주지 않으려 한다. 말로는 이해하고 존중한다고 하지만 마음으로는 꺼리고 등한시한다. 우리 사회가 그렇다. 그렇기에 바뀌어야 한다.
공청회에서 마이크를 잡은 한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우리 아이를 지키기 위해, 여기에 와 있는 거야. 아이가 스스로 자신이 동성애자인 것을 밝힌 부모님들이 찾아와 얼마나 큰 아픔과 슬픔을 느끼는지 알고 있어? 이러한 교육을 하고 있지 않음에도, 여전히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데, 앞으로 이런 일이 점차 늘어날까 걱정돼. 그렇기에 동성애자를 양산하는 이러한 교육과정은 바뀌어야 해.”
그 사람의 말에, 그림자 속에 숨어 있는 한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내 정체성은 내가 결정하는 것이고, 사회는 내 선택을 존중해 줄 필요가 있어요. 언제까지나 숨어 살고 싶지만은 않아요. 나도 이런 나의 모습을 부모님께 말하기까지 수많은 고민과 걱정이 있었어요. 그저 나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존중해 주기를 바라는 것, 그것뿐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