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교과는 전통적으로 문학과 문법교육을 중심으로 삼아왔다. 1980년대에는 ‘고전’에 대한 교육이 중심을 이루면서 한국문학사에 등장하는 많은 고전 문학작품을 빠짐없이 지도했고 어렵고도 어려운 고전문법도 세세하게 가르쳤다. 이때 고등학교를 다녔던 사람들은 암기로 점철되었던 국어 수업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국어교육에 대한 관점이 변하면서 지금은 듣기·말하기, 읽기, 쓰기와 같은 언어활동이 국어교과의 과목 내지 영역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러나 문학과 문법을 중시하는 풍토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국어교육의 내용은 문학과 문법으로부터 공급되어야 한다고 보는 생각은 여전히 굳건하며 언어활동 중심의 수업이 국어교육에 들어오면서 국어교육이 망가졌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여전히 드높다.
이렇게 전통적인 상황에도 부합하지 않고 비판의 목소리도 높은 상황에서 국어교과에서 글쓰기 교육을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이글은 이것을 살펴보는 데 목적이 있다. 교육은 기본적으로 중요한 것을 가르치므로 글쓰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따져보면 국어교과에서 교육해야 하는 필요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외국도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글쓰기 능력은 학교 입학이나 졸업의 자격이 있는지를 정하는데 크게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에서는 논술이라는 이름으로 글쓰기 능력을 검사하여 대학 입학자격을 부여하고 있는데 미국이나 캐나다같은 데에서는 학년 승급할 때에도 글쓰기 능력이 승급조건에 부합하는지를 따져보기도 한다. 그것은 글쓰기 능력이 학업 능력과 깊이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금껏 다녔던 초·중·고등학교를 한번 떠올려 보라. 모든 교과 모든 과목의 평가나 시험은 쓰기를 기본으로 하지 않았던가. 수행평가를 위해 보고서를 쓸 때에도 글쓰기 능력이 필요하고 서술형 답안을 쓸 때에도 글쓰기 능력이 필요하다. 글쓰기 능력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학업을 유지할 수 없고 학업성취의 목적도 달성할 수 없다.
글쓰기의 영향은 학교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학교를 졸업한 후 사회생활을 할 때에도 영향을 미친다. 가령 직장에서도 글쓰기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글쓰기 능력이 부족하면 취업에 제한을 당하기도 하고 승진대상에서 누락되기도 한다. 어떤 때에는 글쓰기 능력은 보수를 결정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친다. 글쓰기는 바로 어떤 사업이나 정책에 대한 계획 진행과정 및 결과를 보여주는 중요한 통로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글쓰기 능력을 중요하게 다루는 것은 글쓰기를 통해서 학생들이 다양한 자료와 다양한 관점에서 얻은 지식이나 정보를 분석하고 비판하고 종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가시적 존재인 지식이나 정보를 머리로만 다루는 것은 매우 어렵다. 비유컨대 복잡한 방정식 문제, 어려운 미분 문제를 머리로만 풀기 어려운 것과 같다. 수학 문제를 풀 때 연필로 풀이 과정을 적는 것처럼 사고의 과정과 사고의 흔적을 가시적인 문자로 반영해내는 장치를 통해서 지식과 정보를 다루면 훨씬 능률적이고 효과적이다. 글쓰기가 지니고 있는 이러한 특징을 들어 글쓰기를 문자로 전개하는 사고 행위라고 부르기도 한다.
직장에서 글쓰기가 중요하게 부각되는 이유도 글쓰기가 지식이나 정보를 다루는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서 더 나아가 글쓰기가 의사소통의 한축을 이룬다는 점도 깊이 관련되어 있다. 의사소통의 중심축을 음성언어가 맡고 있지만 중요한 의사소통이나 복잡한 의사소통, 공식적인 의사소통은 글쓰기가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에도 글쓰기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무엇을 해달라는 신청서나 요구서, 무엇을 결정했다는 결정문, 무엇을 인정하거나 허가한다는 인정서 및 허가서는 모두 글쓰기를 바탕으로 삼고 있다. 이외에도 글쓰기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근거와 예는 너무나도 많다. 사회의 여론을 형성하는 데에도 글쓰기가 기여하고 어떤 개인의 정신적 건강을 유지하고 회복하는 데에도 기여한다.
그러므로 학교에서는 글쓰기를 가르치지 않을 수 없다. 글쓰기는 ‘국어’를 기반으로 하는 언어활동이므로 우리나라에서는 글쓰기를 국어교과에 영역 또는 과목으로 포함하여 교육하고 있다. 국어교과에서 글쓰기를 지도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그 중요성이 매우 큰 언어활동임에도 불구하고 초·중·고등학교에서 잘 지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경험한 일이었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글쓰기를 거의 지도하지 않는다. 그래서 여러 대학에서는 대학생들의 글쓰기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 그렇게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 대학 학생들은 글쓰기 능력이 어떠한지 모르겠다. 우리 대학에서 공부하는 내내 그리고 교사로 봉직하는 내내 글을 써야 할 일이 많을 텐데 말이다.
- 기자명 한국교원대신문
- 입력 2017.03.19 16:06
- 수정 2017.03.2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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