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전국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첫 파업…저임금·열악한 근무조건·차별대우

  급식실, 행정보조, 교무보조, 강사 등, 80여 종의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이하 학비노동자)들이 지난 달 23일부터 지난 6일까지 현장과 우편 방식으로 총파업 찬반 투표를 벌인 결과 91.34%의 지지를 받았다. 이에 따라 전국의 학비노동자들은 지난 9일 하루 동안 총파업에 나섰다. 이는 학비노동자들이 학교에서 벌이는 첫 파업으로, 합법적으로 진행되었다. 이날 학비노동자들은 약 16000여 명이 모여 성공적으로 대규모 파업을 마쳤다.
  학비노동자들은 그간 학내에서 공공연한 차별대우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학교비정규직노조 이효진 선전국장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함은 물론, 학교장이 난데없이 해고할까 두려워 커피를 타오고 대신 우편을 발송하는 등 업무분장에 없는 잔심부름을 도맡거나 매년 물건을 바치는 등 많은 피해를 입었다”라며 “이러한 차별에서 정규직은 받지 않는 소외감을 느껴야 했다”라며 비정규직의 처우에 대해 토로했다.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측은 이러한 학비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호봉제 ▲교육공무원직 법안 개정 ▲임금인상·단체협약 체결을 주장하고 있다. 호봉제에 대해 이효진 선전국장은 “학비노동자도 공무원과 같이 근무연수에 따라 월급이 오르도록 하기 위해 호봉제를 도입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라며“지금껏 학비 노동자의 임금은 1년을 일해도 20년을 일해도 같았다. 좋지 않은 회사도 3년에 100원은 오른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이들의 임금은 세금을 제하면 88만원 정도였다. 이에 대해 그는“급식실 아주머니들의 경우 노동 강도가 굉장히 셀뿐더러 다치기 쉽다. 바닥은 미끄럽고 주방엔 위험한 조리도구로 가득 차 있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아파도 쉴 수 없다. 해고를 당할 우려는 물론 병원에 가면 남은 인원이 그만큼 더 많은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어 그는 교육공무원직 법안 개정에 대해 “현재는 학교장이 사용자로서 비정규직을 채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항은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처사다. 초·중등교육법만 봐도 학교 비정규직 채용 근거도 없는데 마구잡이로 채용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급식실과 각종 보조직은 물론, 교과부의 추진으로 스포츠강사, 영어회화, 돌봄수업 등 새 사업이 추진될 때마다. 그 역할은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메워지고 있다. 이어 그는 “현재의 비정규직들을 앞으로는 법적 근거를 전제로 교육감이 호봉제와 직접 고용이 보장되는 지위로 채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곧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학비노동자들은 교육감과의 ‘임금인상·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감을 사용자로 보고 교육감과 학비노동자 사이의 협상을 주장하는 것이다. 이는 고용노동부가 “학교장은 노동법의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될 수 없으며 학교회계직조합원(학교비정규직)의 근로조건 결정에 대한 교섭은 시·도교육감을 대표자로 하는 시·도교육청이 해야 한다”고 해석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효진 선전국장은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모두 교육감이 교섭권자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런데도 교과부와 일부 교육감들은 사용자는 학교장이라면서 협상을 거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각 시·도 교육청은 지난 9일의 파업에 대해서도 극과 극의 대응을 보이고 있다. 학비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 광주시교육청과 경기도교육청 등은 각 학교에 학비노동자들의 파업이 합법이라는 점과 부당노동행위를 하지 말 것을 공문으로 내린 반면, 경북교육청, 인천시교육청은 학비노동자들의 파업참가여부와 위법사항 발생 현황을 보고할 것을 각 학교에 공문으로 내려 보냈다. 현재 학비노동자들은 교섭을 거부한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나근형 인천시교육청 교육감을 노동법 위반 혐의을 서울고용노동청에 고소한 상태다.
  학비노동자들이 여기까지 온 것은 불과 약 1년만이다. 이효진 선전국장은 “이전에도 노동조합을 만들었지만 실패해서 지금까지 학비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학비노동자들의 문제가 알려지고 해결되기 시작한 것은 저희가 1년 전부터 전국적인 노동조합으로 뭉쳤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이전까지는 학교
에서 억울해도 숨죽이고 눈치 보며 살아왔다. 이번 파업은 그러한 비정규직으로서의 설움이 폭발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학비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참부모연합회, 공무원노동조합 등은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성명서를 통해 “교과부 장관과 교육감은 즉시 단체교섭을 개시해야 하며 국회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를 교육공무직으로 전환하는 입법을 시급히 처리하기 바란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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