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자치(學生自治)’. 교육이 학습자의 중심으로 변화하고, 학교가 학생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다. 헌법이 제정되고, 민주화의 과정을 거치며 ‘민주주의’는 우리 사회에 뿌리내렸지만, 어째서인지 학교라는 사회에서 민주주의가 실현되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렸다. 최근에서야 민주 시민의 양성을 위한 학생 자치의 중요성이 대두되었고, 교육 현장에서는 많은 연구와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중학교 교사의 학생자치 지도 경험에 관한 내러티브(하송아. 박세훈, 2020)’에서는 학생 자치의 개념을 “단순히 학교의 행사나 학교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넘어서서 학교의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며 ‘학생공동체’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학생 자치의 핵심은 방관도, 그저 참여하는 것도 아닌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에 ‘학생공동체’에 대해 관심을 갖고, 참여하며,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이러한 영향력들이 모여 건강한 학생사회를 이룩한다.
하지만 건강한 학생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고민하는 초·중등학교와는 달리, 대학 사회의 학생 자치는 역행하고 있다. 코로나19 시대 이후 전국의 일부 대학에서는 ‘후보자 없음’, ‘투표 무산’의 이유로 총학생회 대신 비상대책위원회가 그 자리를 채웠다. 학생회비 납부율은 점차 낮아지고 있으며, 학생사회의 노선을 결정해야 할 학생총회는 정족수 부족으로 무산되기 일쑤이다. 이는 비단 다른 학교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우리학교의 제33대 총학생회 선거는 선거시행세칙에서 제시하는 투표율을 충족하지 못해 무산되었다가, 재투표가 시행되었었다. 이달 21일에 진행되었던 하반기 학생총회는 정족수를 전체 학생의 1/6로 낮추었음에도 무산되었다. 이처럼 학생사회에 대한 학생들의 ‘무관심’은 나날이 커져만 가고, 그럴수록 학생들이 가진 목소리의 힘은 점차 사라져 간다.
왜 학생들은 학생사회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는가. 그 원인은 결국 학생들이 학생사회의, 총학생회의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총학생회의 필요성에 대해 일부는 ‘비대위는 학생사회의 위기다’, ‘비대위보다는 총학생회가 필요하다’라며 당연한 듯이 외치지만, 실질적으로 학생들은 비대위와 총학생회의 차이를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 총학생회는 자신들의 정체성과 필요성을 자신들의 ‘공약’으로써, 학생들이 겪는 다양한 문제에 ‘앞장섬’으로써 더욱이 학생들에게 더 드러낼 필요가 있다. ‘학내 소수자를 위한 인권 문제’, ‘학교 홍보 및 발전에 대한 문제’, ‘소비조합 문제’ 등 학내 구성원에게 필요하고, 관심을 가질 다양한 의제를 ‘대응하는 것’을 넘어서 ‘발굴하는 것’을 통해 학생들의 곁에 더욱 적극적으로 다가가야 한다.
학생사회의 일이 자신들의 일이 아니며, 알아서 잘 운영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 또한 큰 문제다. 학생 자치는 소수의 ‘엘리트’의 의견으로만 운영되는 것이 절대 아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의견과 영향력이 모여, 큰 여론을 형성하고, 그것이 학생사회를 유지하며, 학생의 권익을 대변한다.
학생들의 학생사회에 대한 무관심은 분명히 학생사회의 쇠퇴와 붕괴에 지대한 영향을 줄 것이다. 하지만 이를 온전히 ‘무관심한 학생들’만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무관심하게 만들 수밖에 없는 사회’ 또한 문제임을 인식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딛고 나아가기 위해서는 학생사회 각 주체의 노력이 절실하다. 학교의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학생공동체’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그것이 건강한 학생사회로 나아가는 첫걸음임을 잊지 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