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교육과 졸업생 양희원

고등학교에 신규 발령을 받으며 학교폭력 업무를 맡았고, 한 달 반여 만에 세 번째 학교폭력을 접수했을 때였다. ‘A’와 친구들이 피해 학생의 뒷담화를 했고, 그 주변에 있던 피해 학생의 친구가 이를 알려 언어폭력으로 신고되었다. 구체적인 정황을 확인하기 위해 먼저 목격 학생들과 피해 학생의 확인서를 받았다. 이후 가해 학생으로 지목된 A를 불러 상담을 진행했다. 그런데 A가 그런 말이 나온 건 맞지만 자기가 그런 것이 아니고, 누가 뒷담화를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는 것이 아닌가? 학교폭력 업무를 맡은 이래로 명확한 사실에 발뺌하는 학생을 처음 마주하다 보니 조금은 당황한 나머지, 안 그래도 예민해져 있는 학생에게 진짜 안 그랬어? 들은 사람이 있다는데?”라고 툭 뱉어 버렸다. 이 말을 들은 A의 얼굴은 굳어졌고, 이후 A의 어머니께서는 애가 아니라는데 가해자 취급하냐, 너무한 거 아니냐며 한참 화를 내셨다. 그 일 이후 몇 달째 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던 A와 지난주에 처음 장난을 쳤으니, 틀어진 관계가 회복되기까지 4달 이상이 걸린 듯하다.

며칠 뒤, 3월 초에 발생한 언어폭력 사건으로 교내봉사조치를 받은 B에게 청소를 지도할 일이 있었다. 방과 후에 B를 불러 학교 별관 3층부터 지하까지 계단을 청소하고 다 하면 부르라고 지도했다. 교내봉사를 하는 대다수의 학생들은 맡은 청소를 매우 대충대충 하는 경향이 있어, 만약 B도 그러한 학생 중 하나였다면 청소를 다시 시킬 생각이었다. 청소를 끝낸 B가 나타났고, 청소 상태 확인을 위해 계단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꽤 더럽던 계단에 먼지 한 톨 보이지 않았는데, 생각과는 달리 청소가 잘 되어 있어서 당황스러움이 더 컸다. 학생이 채워야 하는 청소시간이 남았었기에 일단 자리를 옮겼고, 이번엔 내가 지켜보는 가운데 교실 책상을 닦게 했다. B는 그날의 청소시간이 끝날 때까지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책상을 닦았다. 그때를 반추해 보면, 당시 B와 관련된 학교폭력 사안이 워낙 무거운 나머지, B에 대한 나의 마음이 굳게 닫혀 있었다. 그래서 나는 B에게 일말의 기대도 하지 않고 있었고, 최선을 다해 청소를 하는 모습에 대견함이 아닌 의아함과 당황스러움을 크게 느꼈던 것이다. 아무리 잘못을 저지른 학생이라고 한들 교사는 학생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존재여야 하는데, B에게 가지고 있던 편견을 자각하는 순간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하교 준비를 하는 B에게 너 진짜 열심히 하더라. 잘하네. 끝까지 이렇게 해 보자라며 학생에게 인사를 건넸다. 일주일간의 교내봉사를 마친 후, 학부모님께 연락을 드려 봉사 기간이 끝났음을 알려 드렸다. 그때 어머니께서 봉사 첫날 아이가 집에 와서 이제 진짜로 열심히 학교생활을 해 보고 싶다는 말과 함께, 선생님께 칭찬을 받았던 이야기를 하더라며 나에게 감사를 전해 주셨다. 아이가 입학하자마자 이런 일이 있어서 정말 심란했는데, 선생님께서 아이를 미워하지 않으시고 잘 지도해 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고 하셨다. 이후로 지금까지 B나름대로 열심히 해 보려고 노력하는 학생이라는 학교 선생님들의 평가를 받으며,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교사가 된 첫 학기부터 내가 한 말로 인해 학생에게 너무(서운)선생님과 너무 감사한선생님이 된 경험을 했음에도 그 말이 불러올 영향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여전히 툭툭 말을 뱉을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예쁜 말을 고르는 사람이 되어야지하고 다시금 되뇐다. 이왕이면 말을 고르는 기준의 최정점에 학생에 대한 사랑을 두려고 한다. 내가 하는 말들이 학생들의 내일에 햇빛이 되었으면, 학생들에게 따스함으로 전해졌으면 좋겠다. 그럼 언젠가는 봄날의 햇살과 같은 선생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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