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장애인 차별, 성차별, 학력 차별 등에 대해 많이 들어 왔다. 하지만 병에 걸렸다고 차별을 받은 사례를 들어 본 적 있는가? 물론 있긴 하겠지만, 그리 흔하진 않을 것이다. 필자 또한 김민아 저자의 <아픈 몸, 더 아픈 차별>이라는 책을 읽기 전까지는 딱히 고민해 보지 않았던 주제이다. 사람들은 보통 누군가 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들으면 연민의 감정을 느끼고, 혐오와 같은 사회악과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부터는 ‘암’이라는 병을 예시로 들어 사실 우리가 병에 걸린 사람, 즉 질환자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짚어 볼 것이다.
화나거나 답답할 때 ‘암 걸리겠다’라는 표현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아마 그중 대부분은 이 표현이 욕보다 낫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쓸 것이다. 하지만 과연 암 환자들 혹은 그 주변 사람들도 이 표현이 욕보다 낫다고 생각할까? 어쩌면 이 표현이 그들에겐 욕보다 더 큰 상처가 되진 않을까? ‘암 걸리겠다’라는 표현은 질환자들의 아픔에는 공감하지 않는, 어쩌면 아예 관심이 없는 사회의 모습을 보여 주는 표현이다.
암 생존자에 대한 차별은 그들의 생계와 직결된 직장에서도 나타난다. 대한암협회가 2019년에 사회 복귀를 준비하거나 치료와 업무를 병행 중인 암 생존자 85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바에 따르면, 암 생존자의 69.5%는 일터 내 암 생존자에 대한 차별이 있다고 답했다. 더해 국립암센터의 ‘암 생존자에 대한 인식도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사업주일 경우 암 생존자를 고용하지 않겠다’와 ‘암을 진단받은 후 직장에 복귀할 경우 업무량이 줄고, 잦은 휴가로 동료들의 업무 부담이 가중된다’라는 응답은 2020년에 각각 43.8%, 59%에 달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가 발표한 ‘2019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른 암 5년 상대 생존율(일반인과 비교하여 암 환자가 5년간 생존할 확률)이 70%를 넘어서는 상황에서 의료기술은 발전함에도 암 생존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은 개선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차별은 암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암은 전염성 질환이 아니다. 그러면 전염성이 있는 B형 간염 환자나 사람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얼마나 더 심한지 감히 상상할 수 있겠는가? <아픈 몸, 더 아픈 차별>이라는 책에는 “알면서도 절대로 인식이 ‘새로고침’되지 않습니다”라는 말이 나온다. 우리는 잘못된 편견임을 알고 있음에도 고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건 아닐까? 아니 어쩌면 정말 병에 대해 무지한 것일 수도 있겠다.
이러한 차별을 없앨 방안을 다시 암으로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다. 우선 제도의 역할이 중요하다. 대한암협회가 발표한 ‘암 생존자의 사회 복귀 지원을 위한 실태 조사(2019)’ 결과에 따르면 암 생존자들에게 필요한 제도적 지원으로 ▲교육 등 직업복귀프로그램 ▲유연근무제 ▲암 치료기간 동안 고용 보장 등이 응답률 1위를 차지했다. 더불어 암 생존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암 생존자 또한 회복 후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건강하게 직무를 수행해 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개인, 특히 주변에 질환자가 있는 개인은 질병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갖춰야 한다. 무지를 핑계로 편견을 합리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아픈 몸, 더 아픈 차별>의 저자는 “질병은 내 몸에만 발현되는 증상이 아니라 몸을 가진 개인, 그 개인을 둘러싼 사회적 관계를 극명히 보여 주는 지표로서 작동합니다”라고 말한다. 의료기술이 발달함으로써 생존율이 높아진 지금, 이제 우리는 질병 ‘생존자’에 관심을 돌릴 때이다. 그들이 다시 사회에 돌아올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