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햇살과 함께 5월이 찾아왔다. 잎이 푸른색으로 싱그럽게 물들고, 세상이 활기로 가득 찬다. 따스한 기운은 사람들 간의 관계도 따뜻하게 만든다. 어린이날이면 근처의 공원으로 가족들과 다 함께 소풍을 떠나기도 하고, 아이들은 꼬깃꼬깃 접은 카네이션과 함께 부모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한다. ‘가정의 달’인 5월은 서로를 향한 마음으로 더욱 따뜻해져 간다. 하지만 모두를 품어야 했던 그 온기는 모든 아이를 보듬어 주지는 못했다.
아버지와 함께 사는 두 아이는 가정과 사회의 관심에 벗어나 있었다. 아이들은 알코올 중독 증세가 있었던 친부에게 지속적으로 신체적인 학대를 당하고, 집에서 쫓겨나 집 주위를 배회하다 골목에서 자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잘 먹지도 못해 영양실조로 다리를 절었으며, 교육의 기회로부터 동떨어져 있었다. 반복적인 학대와 무관심에 놓여 있던 아이들에게 ‘가정’은 차갑기만 한 곳이었다. 이는 아동권리보장원에 제시된 실제 있었던 사건이다.
보건복지부의 ‘2020년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아동학대 사례 건수는 2016년부터 매년 증가해, 2020년 약 30,905건에 달한다. 전체 아동 1,000명당 4명은 아동학대를 당하고 있으며, 통계에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학대 받는 아동들도 존재한다. 아동학대를 막기 위해 여러 법안들이 통과되었지만, 여전히 아동학대 문제는 계속해서 불거지고 있다.
양육비용의 증가, 부모의 맞벌이, 보육의 책무성에 대한 갈등 등 사회적 문제로 인한 보육 공백도 아이들을 사회의 사각지대로 내몰았다. 특히 이러한 문제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더욱 악화되었다. ‘어린이집·유치원 휴원 장기화에 따른 자녀돌봄 현황 및 향후 과제(육아정책연구소, 2020)에 따르면 초등 3학년 이하 자녀를 둔 부모 중 36.2%가 어린이집·유치원 등의 휴원으로 돌봄 공백을 경험하였고, 외벌이 가구(21.2%)에 비해 맞벌이 가구(49.4%)에서 돌봄 공백이 더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코로나19 등 재난 상황에서의 아동인권 보장 실태조사(2021)’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학교와 돌봄 기관의 휴업으로 인해 아동의 돌봄 공백이 커졌으며, 성인 보호자 없이 아동이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라고 밝혔다. 이는 아동의 결식 비율 증가, 스마트폰 및 인터넷 게임 시간의 증가 등으로 이어졌고, 우울, 불안, 공격성, 스트레스 등 부정적인 정서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하고 있다.
아동을 둘러싼 ‘가정’ 그리고 ‘사회’라는 울타리는 아동이 온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가? 가정 내 아동학대와 코로나19로 여실히 드러난 보육 공백. 여전히 사회 곳곳에는 따스한 온기가 닿지 않는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일부 아동은 방치되고 있다. 사회적 시스템은 아직 아이들을 온전히 품기에는 부족하다. 보육을 할 수 있는 환경과 가정의 울타리에서 벗어난 아이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우리는 ‘아동’이라는 존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아동이라는 작은 새싹이 하나의 큰 나무가 될 수 있도록, 우리의 미래를 이끌 이들이 빛날 수 있도록 따스한 관심과 온기를 나눠 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