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 유명한 피아니스트의 피아노 연주회 모습을 상상해보자.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떤 이는 그저 ‘피아노를 정말 유창하게 잘 친다’라며 감탄에 그칠 수도 있겠지만, 피아노를 전문적으로 공부했던 다른 이는 ‘박자 감각과 아티큘레이션이 정말 환상적이었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 동기들과 함께 프로 야구 경기를 보러 갔을 때도 마찬가지다. 야구에 대해 잘 모르는 이는 ‘공을 치고, 잡고, 달리고 하는구나’라고 생각하지만, 야구를 좋아하고 잘 아는 이는 ‘만루 상황에서 4번 타자가 홈런을 쳐서, 상황을 유리하게 바꾸었어’라며 상황을 분석하고 이해할 수 있다. 분명 같은 피아니스트의 연주와 야구 경기를 보았지만, 그들이 이해하고, 사고하는 틀은 명확하게 차이가 있다.
어쩌면 우리는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교육심리학에서는 이 색안경을 ‘도식(schema)’이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한다. 도식은 개인의 경험, 가치관, 그리고 배움 등에 따라 다르게 형성된다. 이렇게 형성된 각자의 도식은 세상을 이해하고, 새로운 정보를 접할 때 큰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에 개인이 어떤 배움과 경험의 과정을 거쳤는지, 도식을 어떻게 정교화했는지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우리는 배움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각자의 색안경을 갖는다.
사회는 교사에게 다양한 시각을 요구한다. 아이들 각각이 가진 개인차를 이해하고, 개인의 장점을 부각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역량이 중요하다. 교사가 가진 경험의 폭이 결국 아이들에게 교육되고, 이는 아이들의 도식 수준에도 영향을 미친다.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볼 기회를 가진 아이들은 수많은 세상 속에서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더 잘 찾아내고, 자신만의 길을 걸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교사는 다양한 전공을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며, 새로운 경험과 지식을 쌓고, 자신의 도식을 더욱 확장해야 한다. 또 자신의 지식으로 이해되는 세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과 충격으로 자신을 성장시켜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학교의 교직 교육 과정은 개편될 필요가 있다. 교육학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교육 현장을 이해하고 변화를 선도해갈 수 있는 철학적, 심리학적, 사회학적 안목을 계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우리학교 교직 교육 과정의 특성상 다양한 전공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경험의 폭과 시야를 확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행 교직 교육 과정은 ‘한국교원대학교 교육 과정 운영지침(2022)’의 제4조의2에 따라 학년별, 단과 대학별로 운영되며, 교육학과 인문·사회 분야의 제1, 2대학, 이공계와 예체능 분야의 제3, 4대학이 각각 같은 편제로 구성되어 있다. 각 단과대의 편성이 전공의 중심적인 특성으로 분류한 것인 만큼 이러한 체계는 학생들 간의 원활한 의견 교류와 경험의 기회를 제한한다. 비슷한 전공계열을 가진 학생들끼리 교직 과목을 이수한다면, 교육관 및 교직 경험에 대한 경험의 폭과 시야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에 교직 교육 과정은 단과대 중심의 운영을 탈피해야 한다. 다양한 계열의 전공생들이 함께 수업을 듣고, 논의하며, 더 다양한 시각과 의견을 접할 수 있어야 한다. 하루빨리 교직 교육 과정의 개편과 함께, 학부생들의 교직에 대한 다양한 소통과 고찰의 기회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