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먹으러 갈 때도, 필기할 때도, 여가 시간을 보낼 때도 우리의 곁을 지키는 물건이 있다. 바로 휴대폰이다. 전화와 문자는 기본이고 사진을 찍고, 알람을 맞추고, 무언가 모르는 것이 있을 때도 사람들은 휴대폰을 사용한다. 기본적으로 휴대폰에 내장되는 기능이 다양해지고 수많은 앱이 출시되면서, 우리가 휴대폰을 붙들고 있는 시간도 늘어나고 있다. 현대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된 휴대폰, 만약 휴대폰 없이 살아야 하는 일이 생긴다면 어떨까?
최근 2주 동안 휴대폰 없는 삶을 살았다. 휴대폰이 고장 난 직후에는 디지털 디톡스를 할 기회가 생겼다며 좋아했다. 무언가를 검색해 보려고 해도 태블릿PC나 노트북을 이용해야 했으니 정말 필요한 것이나 꼭 필요한 정보를 위주로만 찾아보게 됐다. SNS에 뜨는 수많은 정보에 속절없이 현혹되어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없어졌다. 대신 책을 읽거나 산책을 하는 등 나 자신만을 위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공지 사항이나 중요한 연락을 바로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 조금 불편했지만 실제로 휴대폰을 만지지 않으니 어딘가에 집중하기가 배로 쉬웠다.
하지만 여유를 즐기는 것도 잠시, 문제는 며칠 뒤에 발생했다. 대외활동 발대식 공지를 받지 못해 발대식에 참여하지 못 할 뻔했고, 택배는 반송되었다. 주소지 변경이 필요하다는 전화와 문자가 여러 차례 왔지만 모두 확인하지 못한 탓이다. 모바일 뱅킹을 쓸 수 없어 친구들과 모임 이후 정산할 때는 은행에 가 직접 송금하거나 휴대폰을 수리할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말을 반복했다. 은행 애플리케이션을 다른 기기에 설치하려고 해도, 휴대폰 번호로 본인 인증을 하지 않으면 불가능했다. 나는 여기에 이렇게 나로 존재하고 있는데 내가 나라는 것을 기계에 입증해야 한다는 점이, 그것을 입증하지 못해 여러 불편함을 겪고 있는 당시 상황이 조금은 억울하게 느껴졌다.
휴대폰만 다시 개통하면 해결되는 문제였지만, 정보화 기기 사용을 어려워하는 노인 등은 이러한 불편함을 일상적으로 겪고 있을 테다. 휴대폰뿐이 아니다. 당장 우리학교 앞 음식점이나 카페에만 가도 볼 수 있는 키오스크를 생각해 보자. 키오스크가 도입되고 주문 시간은 빨라졌고 직원을 직접 대면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효율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모두가 이런 편리함을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소비자원이 2020년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키오스크 이용 경험이 없는 고령 소비자는 용어 이해와 기기 조작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발표한 ‘2019 키오스크 정보 접근성 현황 조사’에 따르면, 공공기관 및 민간 시설에 설치된 키오스크의 접근성 수준은 100점 만점 중 평균 59.82점에 불과했다.
정보화 사회에서 시민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휴대폰이나 전자 기기의 사용이 필수적인 것이 됐다. 정보가 곧 자산이자 경쟁력이 된 현대 사회에서, 이러한 정보를 얻는 수단이 이제 책이 아니라 인터넷이 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개인의 노력이 중요한 것은 맞다. 하지만 너무나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서 휴대폰이 없는 사람도, 정보 기기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시민으로서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인지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시민으로서 존재할 수 있도록 정보 접근성을 보장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기술이 누군가를 배제한다고 해서, 그 누군가를 방치하는 것은 사람이 기술에 졌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 정보화 사회로 넘어간다는 것은 편리함과 효율성을 위한 것이지 누군가를 배제하기 위해서라는 게 아니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