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앗아갔다. 학교 교육 현장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사람과 사람을 가로막는 ‘코로나19’라는 벽 아래 학생과 교사는 모두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양날의 검’으로써, 낡은 패러다임을 바꿀 교육 혁신의 열쇠가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 이후의 교육은 어디로 향해야 하며, 미래 교사로서 우리가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은 무엇일까?
◇ 또래 관계, 학습 기회 … 코로나19가 앗아간 것들
“지금 막 친구 관계를 시작하고 그 속에서 소속감과 정체성을 느끼는 아이들은 물 없는 곳으로 실려 가는 물고기가 된 기분이라 합니다. 물고기는 물이 있어야 살 수 있어요.”
김현수(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책 <코로나로 아이들이 잃은 것들>에서 학생들의 현 상태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저자는 코로나가 학생들에게 가져온 문제점을 총 다섯 가지의 트라우마로 정리한다. ▲외로움, 우울과 관련된 고립 및 단절 트라우마 ▲위생수칙 및 감염관리와 관련된 잔소리 트라우마 ▲혼공(혼자공부), 혼밥(혼자 밥먹기), 혼활(혼자활동)등을 하면서 일상생활을 유지해야 하는 생활 트라우마 ▲‘제대로 한 것이 없다’는 가족, 사회로부터의 결손 트라우마 ▲스마트폰 및 여러 중독과 관련된 트라우마이다. 교사나 친구들로부터 받는 긍정적 피드백이 학생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피그말리온 효과’나, 공감 능력처럼, 학교에서만 학생들이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하지만 온라인 수업으로 인해 많은 학생은 인간관계의 단절 속에서 정서적 결핍을 겪었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이 9~24세 청소년 86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코로나19 이후 1년 아동청소년 정신 건강 변화’에서는 그들이 겪는 주된 감정으로 ‘불안과 걱정(53.2%)’을 제시했다. 반면 긍정적인 정서는 1년 전 동일 조사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하락했다.
학생들이 겪은 성장의 결핍은 코로나19가 종식된다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교육전문가들은 학생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치명적 내상’을 입었다고 주장한다. 코로나19가 학생들에게 남긴 상처는 학교와 교사가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 코로나19를 새로운 기회로 … 신림중학교의 공교육 혁신
혼란스러운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공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학습, 정서 결핍을 해결한 사례가 있다. 서울시 관악구에 위치한 신림중학교는 지역공동체, 가족 구성원 등 다양한 인력을 통해 학생들의 성장을 돕고 독특한 프로그램으로 공교육 혁신을 이끌어 냈다. 신림중학교가 강조하는 학교의 역할은 무엇일까? 지난 29일 신림중학교 김현태 교장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Q. 코로나19로 인해 학생들 간 학습격차가 심각해졌다. 이에 대한 학교의 지원이 있었는가?
학생들의 학습 수준은 경제력 등 외적인 요인에도 영향을 받는데 코로나19가 이것을 더 심화시켰다. 이걸 해결하는 것은 오로지 학교, 즉 공교육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신림중학교에서는 작년 내용을 복습하는 ‘되새김 수업’, 학습 공백이 심한 학생들을 지원하는 ‘기초 학력지도 수업’, ‘서울대 사범대 재학 학생-신림중학교 학생 대상 멘토 멘티’, ‘전교생 학습 플래너 작성’을 실시했다.
Q. 코로나19로 인해 학생들의 문해력 문제가 심각해졌는데 이를 실제로 체감한 적이 있는가?
학생들이 비대면 수업으로 인터넷을 많이 사용하면서 다른 곳으로 길이 새기도 하고, 스마트폰에 대한 의존도도 높아지면서 문해력 문제가 많이 대두되고 있다. 현재 학교에서는 쉬는 시간을 활용하여 책을 읽는 ‘자투리 시간 독서법’과 ‘부모님과 함께하는 새숲 독후감 대회’를 개최하여 학생과 학부모가 같은 책을 읽고 독후감을 제출하는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이 대회 덕분에 학생과 학부모 간 대화가 많이 늘었다. 그리고 학생들이 도서관에 자주 방문하게 하기 위해 도서관을 스터디 카페 구조로 바꾸었다. 학교의 역할은 이런 것이다.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못 하게 윽박지르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독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Q. 코로나19는 교육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고 평가받기도 한다. 앞으로 교육은 어떠한 방향을 갖고 나아갈 것이라고 예상하는가?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전면 대면 수업으로 전환되고 있지만, 여전히 블렌디드 수업(대면과 원격이 함께 이루어지는 수업)은 필요하다. 교육과정을 모든 학생에게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 수준별 수업을 원격으로 지원하여 개별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수업 시간 외에도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학교가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교사 간 업무 분배도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코로나가 한창일 때 교사들이 과도한 업무 부담으로 많이 힘들어하자 교장과 교감이 방역업무를 담당했다. 이것 외에도 상담교사가 전문성을 발휘하여 학생들의 정서 상태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거나, 전문 기초 능력향상 교사를 양성하여 기초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지원하는 등의 업무 분배가 필요하다. 수평적인 교사 사회가 만들어질 때, 학생들의 질 높은 교육도 보장할 수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는 획일화가 아닌 ‘개별 학습’을, 경쟁이 아닌 ‘협동 학습’을 추구해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대면 수업이 활성화되는 시점에서 우리는 학교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생각해 봐야 한다. 또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독특한 특성을 살려 어떻게 학생들에게 적절한 교육을 지원할지도 고민해 봐야 한다. 코로나19라는 양날의 검을 일단락 짓는 건 우리 미래 교사들의 손에 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