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변하고 있는 사회 속에서 여러 가지 정보에 정신없이 휩쓸리다 보면 우리가 정말로 집중해야 하는 것을 쉽게 놓치게 된다. 다양한 방법론과 교수법 사이에서 교육과 지식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세우기 위해서는, 역설적이게도 다양한 정보를 접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 정보를 접하고 그것을 걸러내 전달하는 연습을 해 보자.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물리교육과 강남화 교수가 추천하는 책을 통해 그 첫걸음을 내딛는 것은 어떨까?
◇ 교수님께서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소개해 주고 싶으신 책은 무엇인가요?
제가 학창 시절에 읽었던 책들은 절판된 책이 많아서 지금 학생들이 구할 수 있을 만한 책들을 소개하려고 해요. 먼저 말콤 글래드웰의 <티핑 포인트>라는 책인데요, 이 책은 ‘소문이 어떻게 퍼지는가’에 대한 책이에요. 소문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는 소문이지만 사회적으로는 어떤 ‘트렌드’라고 볼 수 있어요. 시대를 이끌어 나가는 아이디어 말이죠. 이 책은 소문이 역사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던 사례를 들면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어요. 핵심적인 내용은 소문이 퍼지는 기점이 되는 존재들에 관한 내용이에요. 소문이 퍼지기 위해서는 커넥터, 메이븐, 세일즈맨, 이 셋의 역할이 핵심적이에요. 커넥터는 말 그대로 사람들을 연결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밥 한번 먹자’라는 형식적인 인사말을 기억했다가 정말로 약속을 잡는 사람들이 이 유형에 속하죠. 메이븐은 핵심적인 양질의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말하는데, 정보 소유자인 메이븐은 굳이 정보를 퍼뜨리려고 하지는 않아요. 세일즈맨이 바로 정보를 퍼뜨리고 전달하는 사람들이에요. 저는 교사의 역할을 생각하며 이 책을 읽었어요.
◇ 교사는 커넥터도 될 수 있을 것 같고, 메이븐의 성격도 강하게 가질 것 같은데요. 교수님께서는 교사의 역할이 이 셋 중 어디에 속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이 역할이 시대에 따라서 변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책만이 유일하게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는 시대였을 때에는 메이븐 역할로서 교사가 굉장히 중요했었는데, 지금은 시대가 바뀌어서 학생들도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지기만 하면 양질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단 말이에요. 그래서 오히려 세일즈맨 역할이 더 강해지지 않나 생각하며 읽었어요. 지금은 교사가 유일한 지식의 출처가 아니게 되었고, 그만큼 정보가 너무 여러 곳에 산재해 있으니까요. 교사의 역할이 정보를 전달하는 것에서 정보를 판단하고 하는 평가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으로 바뀌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어요.
사실 역할은 자꾸 변하고 있지만 결국 교사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은 변함이 없죠. 어떤 역할을 하든 교사가 학생의 사고 방향이나 경향에 굉장히 영향을 줄 수 있는 그런 위치에 있으니까요.
◇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작가의 글 전개 방식이 굉장히 설득력이 있어서, 작가가 책에서 어떤 식으로 논리 전개를 하고 있는가에 집중해서 읽어도 좋을 만한 책이에요. 말콤 글래드웰은 본인이 하고자 하는 말에 부합하면서도 잊히지 않을 인상적인 예를 사용해요. 그리고 이 사람의 책을 읽으면 다양한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을 많이 인용한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어떠한 주제를 말하고자 할 때, 그 주제와 관련된 30년 정도의 연구 내용을 다 종합해 자신의 메시지를 담아내요. 본인이 하고자 하는 말에 적확한 근거를 드는 능력이 뛰어난 거죠. 저는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모두 따라가며 읽는 성향이 있는데, 이러한 논리 전개 방식이 좋아서 말콤 글래드웰의 책을 많이 읽었던 것 같아요. 1만 시간의 법칙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 <아웃 라이어>나 단점 활용에 관한 내용을 담은 <다윗과 골리앗>에도 작가의 이러한 화법이 잘 드러나 있어요. 마찬가지로 설득력 있는 책이라 한 번씩 읽어보기를 추천해요.
◇ 말콤 글래드웰의 책 말고도 교수님께 특별한 영향을 준 책이 더 있나요?
네, 다음으로는 학교 교육에 관한 책을 소개하고 싶어요. 영어 원제는 <The Culture of Education>이고, <다시 생각해보는 브루너 교육의 문화>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책이에요. 우리는 브루너라고 하면 나선형 교육 과정을 떠올리고, 브루너가 1960년대에 쓴 책만을 생각하기 쉬워요. 그런데 브루너는 1970년대부터 러시아 학자인 비고츠키의 영향을 많이 받아 교육과 문화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요. 그리고 1990년대에 이 책을 냈어요. 브루너에게 있어서 이 책은 그가 죽기 직전까지 펼쳤던 이론이고, 최신 이론인 거죠. 우리에게는 30년 전 책이지만 이 책은 아직도 번역돼서 ‘교육은 시대의 문화를 계승하도록 하는 목적이 있다’라는 것을 설득력 있게 이야기하고 있어요.
지금도 교육계에서는 이 아이디어가 메인이 되어 학습 이론을 이끌고 있죠. 또 브루너는 이 책에서 두 가지 종류의 생각하는 방식을 소개해요.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방식과 이야기적인 사고가 바로 그것이에요. 학습 내용에 명제적인 지식만 있는 게 아니라, 이야기도 있다는 거죠. 힘이 작용하면 질량에 비례해서 물체가 움직인다는 것이 명제적인 지식이라면, 내가 실제로 어떤 물체를 밀었을 때 정말로 그 물체의 질량이 많으면 물체가 조금 움직이고, 물체의 질량이 적으면 같은 힘을 주더라도 더 많이 움직인다는 경험을 했다면 이게 바로 이야기가 되는 거예요.
◇ 명제적인 지식과 이야기에 관한 책 내용을 접한 후,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저는 과학 교육을 연구하는 사람이니,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지식을 가르치는 수업에서 이야기를 곁들이면 아이들이 과학에 대해서 더 애착을 갖고 더 좋아하게 되고 공부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굉장히 이야기적인 내용만을 다루는 수업만 하고 명제적인 지식을 가르치지 않는다면 핵심을 잃어버릴 수도 있을 거예요.
이런 측면에서 바라보면, 이 책은 교사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메시지를 주고 있어요. 어떻게 가르쳐야 하느냐에 대한 핵심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굉장히 많이 배웠어요. 어떤 비중으로 가르칠 것이냐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또 다른 계기를 만들어 주기도 했고요. 과학 말고 다른 과목에서도 비슷하게 적용될 수가 있겠죠. 단어 암기에 대해서도 두 가지 경쟁 이론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단어를 기계적으로 외우는 게 효율적이라는 관점과 상황이나 문장의 맥락 속에서 단어를 접하다 보면 단어를 효과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관점 말이에요. 그런데 저는 그 두 가지 방법을 절충해서 쓰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거든요. 둘을 어떻게 잘 섞어서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 봐야 한다는 거예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 어떤 걸 강조할지가 중요한 거죠.
◇ 소위 말하는 ‘이과 공부’를 할 때 명제적 지식을 위주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많아요. 브루너가 강조한 이야기적 지식을 활용한 교육을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요?
실제로 수업 자체가 내용만을 강의하게 되면 이야기 없이 진행되기도 해요. 예를 들어 이제 대학에서 수업할 때는 훨씬 더 고차원적인 수준의 내용을 빠르게 다루어야 하니까요. 그런 이공계 수업을 할 때는 훨씬 명제적인 지식에만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지만, 학교 교육은 그렇지 않잖아요. 아이들은 추상적인 이야기만 끊임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 없으니까요. 45분짜리 수업에서 아이들이 배워야 할 명제적인 지식이 3가지라고 치면, 그 3개를 가르치기 위해 그 주변으로 증거를 제시하는 거죠. 말콤 글래드웰이 예시를 들어 설명했던 것처럼요. 왜 이 이야기가, 이 명제가 그럴듯한지를 스토리로 이야기를 하는 거죠. 두괄식으로 아이들의 흥미를 끄는 방법도 좋아요. 전체에 관한 이야기를 먼저 한 다음, 중간중간에 그 이야기를 다시 상기시키는 거예요. 오늘 배우는 내용이 어디에 쓰이는 것인지 목적과 큰 상황을 제시하고 명제적인 지식을 가르치는 거죠.
◇ 끝으로 교수님께서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해 주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우리 학생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인터넷이 주위에 있던 세대고,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으니 ‘옥석을 가리는’ 능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 학교 교육은 그걸 못 가르치고 있는 것 같아요. 학부생 대부분이 교사가 될 텐데, 교사 본인이 양질의 정보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학생들에게도 그러한 능력을 키워 줄 수 있을 거예요. 학생들한테 내가 정제한 정보만 주는 게 아니고 어떤 식으로 정보를, 옥석을 가릴 수 있는 거를 판단하게끔 도울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해 봤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정보의 형태가 급격히 변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이 변화는 계속될 수 있기에 이를 대비한 유연함을 갖추면 좋겠어요. 내 방식이, 내 공부법만이 최고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유연하게 대처해야 해요. 그 방법 중에서 하나로 책을 읽거나 혹은 유튜브를 접하거나 해서 다양한 정보원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접하면서 변화에 민감해졌으면 좋겠어요.
강남화 교수는 책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정보를 접하고 자신의 세상을 넓힌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강남화 교수만의 중심을 잡을 때 읽었던 책이 더 궁금하다면, 아래의 책을 읽기를 권한다.
-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의 수업을 책으로 담았다. 책의 내용도 좋지만, 유튜브로 촬영한 영상을 찾아 보는 것을 권한다. 마이클 샌델이 학생들과 상호작용을 하는 방식을 보며 진정한 수업이란 무엇인지, 수업 중 상호작용은 어떻게 일어나야 하는지를 고민해 보자.
- 김초엽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과학자는 글을 잘 쓰지 못할 것 같다는 편견을 깨주는 SF소설이다. 책을 읽다 보면 언젠가는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와 동시대를 함께하는 작가의 문체에 주목해 보는 것 또한 다른 재미가 된다.
- 데이비드 핸드의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과연 세상에 우연은 있는가? 세상에 우연은 없으며, 어떤 희박한 확률의 일이라도 결국 몇만 분의 일의 ‘확률’로 일어난 것이라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선거철, 뉴스에 나오는 ‘빅데이터 처리’, ‘신뢰 수준’, ‘오차 범위’ 등의 용어에 한 번이라도 궁금증을 느꼈다면 꼭 읽어 봐야 할 책이다.
- 문윤성의 <완전 사회>: 1967년에 나온 우리나라 최초의 SF 소설이다. 우리나라에 서양 과학을 연구하는 학자가 거의 없을 무렵에 나온 우리나라 최초의 SF소설이다. 이 시절에 과학적 상상을 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이지만 책 자체의 흐름도 좋아 읽어 볼 만한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