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자료에 시각 자료가 있을 때, 기숙사에서 강의실로 이동할 때 등 비장애인 학우들에게 일상적인 일이 장애인 학우들에게는 큰 어려움일 수 있다. 이러한 일상 곳곳에 숨어 있는 장애물은 단순히 학교생활의 불편함을 넘어 일종의 학습 격차를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불편함을 해소하고, 학습 격차를 줄일 방법이 없을까? 우리 학교는 국가근로장학제도로 장애대학생 교육지원인력지원(이하 장애 학생 도우미)’를 두어 장애인 학우들의 대학 생활을 지원하고 있다. 이번 호 오늘의 청람에서는 장애 학생 도우미 역할을 하는 김윤환(국어교육·21), 남규빈(국어교육·21) 학우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Q. 장애 학생 도우미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장애 학생 도우미는 국가근로장학제도의 근로 형태 중 하나로, 장애인 학우의 학습권과 이동권과 관련한 부분을 보조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시각장애인 학우의 도우미로 활동하면서 학습지원과 이동지원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Q. 원활한 대학 생활을 위한 장애 학생 지원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나요?

학습지원은 심화학습 및 수업교재 입력 및 변환, 대체 자료 제작 등 전반적인 학습에 도움을 주는 활동입니다. 학습지원은 여러 유형으로 나뉩니다. 몇 가지만 설명하자면, 수업자료 제작 지원에서는 시각장애 대체 자료 제작을 주로 합니다. 시각장애 대체 자료는 시각장애인 학우의 리더기가 읽지 못하는 이미지나 동영상 파일, PDF 파일을 리더기가 읽을 수 있는 한글(텍스트) 파일로 변환한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강의 자료에 도표가 있다면 한글 파일에서 새롭게 표를 제작하고, 이미지 파일의 경우에는 해당 이미지의 이름이나 특징을 글로 설명합니다. 과제 관련 보조 지원은 자료를 탐색하여 제공하고, 제작을 지원합니다. 물론 과제를 대신하는 개념이 아니라, 접근성을 높여주기 위한 지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수업 의사소통 지원, 실험·실습 지원, 알림·행사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이동지원의 경우에는 대면 수업 장소로 이동할 때, 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이동할 때 함께 이동하며 돕고 있습니다. 대면 수업을 할 때는 기숙사에서 함께 출발해서 강의실 자리까지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비대면 수업일 때는 할 일이 거의 없고, 식사를 위한 동행이 주 업무가 됩니다.

 

Q. 장애 대학생을 지원하며,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교수님께서 수업자료로 이미지 파일을 첨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이미지 파일을 텍스트로 변환하는 것이 저의 일이지만, 특별한 설명이 없는 이미지가 첨부되어 있으면 이를 어떻게 변환해야 교수님의 의도와 맞을지 고민을 하곤 합니다. 예를 들어 초록색 사과 3개가 그려진 사진이 첨부되어 있을 때, 교수님께서 수업에서 과일과 관련된 수업을 하실지, 사과의 개수에 초점을 맞추는 것인지, 사과를 통해 다른 비유적인 설명을 하려는 것인지 수업을 듣기 전까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함께 수업을 듣는 학생이기에, 수업 전에 이미지의 속뜻까지는 알 수 없어 자료를 변환하기에 힘들 때가 있습니다.

, 이동과 관련해서는 최근 쪽문 근처 도로 공사로 인해 탑연삼거리 방향으로 나가는 길이 험해져 넘어질 위험성이 커진 것이 있습니다. 비가 내린 뒤 동행하는 과정에서 안내견의 발이 많이 더러워져 불편함을 겪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안내견은 어떤 장소든 실내 출입이 가능하지만, 아직 그것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일부 장소에서 안내견을 내부로 들이는 것을 거부한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결국에는 일이 잘 풀리긴 했지만 많은 사람이 안내견에 대해 좀 더 알고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Q. 장애 학생 도우미로 활동하며, 있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이야기해 주세요.

강의 시간에 교수님께서 수업자료로 외국 영화를 보여 주셨을 때였습니다. 한글 자막이 있었지만, 시각장애가 있는 학우는 이를 읽을 수 없었습니다. 텍스트로 전달하기에는 장면이 너무 빠르게 지나갔고, 이에 제가 선택한 방법은 더빙이었습니다. 당시 zoom 수업 중이었는데, 통화를 걸어서 자막을 읽어 주었습니다. 15역에 도전해 본 재밌는 기회였습니다. 장애 학우에게도 유쾌했던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 대면 수업에서 안내견이 잠꼬대해서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한편으로는 많이 웃었던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Q. 장애 학생 도우미로 활동하며 새롭게 깨달은 점이 있나요?

장애 학생 도우미로 활동하며 조금 더 관심 있게 바라보면서, 장애인과 관련된 시설 문제가 더 잘 보이게 되었습니다. ‘굳이 이런 게 있어야 할까?’ 싶은 것들도 알고 보면, 장애인을 배려한 장치인 것을 알게 되었고, 비장애인에게 있어서 중요하게 느끼지 않았던 것들이 장애인에게는 눈과 귀가 될 수 있음을 확실하고 빠르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더하여 장애인을 도울 수 있는 인프라가 더 확보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애인을 도울 수 있는 인프라가 확보되긴 했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다소 있습니다. 사람들의 많은 관심이 있다면 개선에 큰 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저작권자 © 한국교원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