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은 사람을 죽인다.” 학창 시절, 국어 시간에 악플 근절 교육을 받으면서 누구나 한 번 정도는 들었던 이야기다. 그저 악플의 위험성을 강조하기 위해, 하면 안 되는 것임을 가르치기 위해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악플은 정말로 사람을 죽인다.

지난 2, 한 인터넷 방송인이 악플로 인해 우울증을 호소하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2019년부터 여러 사건의 화두에 오르며 악플과 루머에 시달렸고, 항우울제와 정신과 치료를 받을 정도로 극심한 고통을 받았다. 이후 식욕 저하, 과호흡, 소화장애, 무기력함 등의 심한 우울증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악플은 그에게만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자녀가 악플으로 괴로워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없었던 그의 어머니 또한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 불과 전날까지 따스한 밥을 지어주던 어머니는 참을 수 없는 고통에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었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누군가 무심코 내뱉었던 말 한마디, 조롱과 비난, 그리고 선동과 날조, 그 모든 것들이다. 그리고 그 뒤에는 사이버 렉카가 있었다. 그들은 더 많은 조회수와 수익을 위해, 더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내용의 영상을 공장처럼 찍어낸다. 사실이 아닌 이야기들을 짜깁기하고, 오려 붙여 사실인 것처럼 이야기한다. 거짓에 선동된 사람들은 더 높은 수위의 비난과 악플을 이어간다. 사이버 렉카는 사람들의 고통을 먹고 살아간다. 이러한 유튜브 세계 속 고통받는 이들의 울부짖음을 보면 가슴이 미어진다. 미어지다 못해 응어리진다. 그동안 얼마나 큰 상처와 아픔을 품고 살아갔을지 모른다. 아니라고, 사실이 아니라고 외치던 그의 절박한 부르짖음은 닿지 못하다 결국 사라졌다. 모든 게 끝나고 나서야 사람들의 관심이 닿았고, 때는 이미 너무 늦었다. 결국 사람이 죽었다. 그제야 그들의 공장은 멈췄다. 그들은 도망쳤다. 사람들은 그에게 책임을 묻지만, 가면 뒤 숨어서 이야기하던 그가 누군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악플 쓴 사람들은 누군지도 모르는 그의 말에 선동되어 사람을 죽였다.

악플로 고통받는 사람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우리 주변에도 널리 있다. 그들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의 말에 상처받고 아파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악플로 인해 소중한 생명을 잃어왔다. 그때마다 악플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해왔지만, 실질적으로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악플은 새로운 방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문다. 오늘도 어떤 이들은 다른 사람의 고통을 먹고 살아간다. 피 묻은 손과 그의 키보드는 거리낌 없이 새로운 먹잇감을 찾아 나선다. 가면 속에서 외치는 속삭임은 비수가 되어 가슴에 꽂힌다. 악마들의 채팅에 고통받는 사람들은 오늘도 소리 없이 차가운 눈물을 흘린다. 우리는 내뱉는 말에 책임을 느껴야 한다. 더는 가면 속 거짓된 속삭임에 선동되어선 안 된다. 나의 말이 온전할 수 있도록, 다른 사람을 겨누는 칼날이 되지 않도록 하자. 이젠 그들의 차가운 눈물을 닦아주고, 아픔을 보듬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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