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2016년, 지리교육과를 졸업하고 학군(ROTC) 54기, 한국교원대학교 여성 ROTC 1기로 임관해서 군 복무 중인 최유현이라고 합니다. 현재는 강원도 고성 22사단에서 4년 차 대위로 중대장 임무를 수행 중입니다. 이렇게 글로써 학우님들을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3월. 교직의 길을 위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은 학우님들이 대부분이겠지만, 다락리에서 색다른 꿈을 품고 계실 학우님들을 위해 몇 자 적어보고자 합니다.
저는 재학 중에 영자신문 기자 생활을 했었는데요. 그 당시에 저처럼 졸업 후 교직이 아닌 다른 길을 택한 선배님들을 찾아가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기억이 생생한데, 제가 그 인터뷰이가 되어 지면을 차지할 수 있다는 것에 감회가 새롭습니다.
학교를 졸업한 지 6년이나 되었지만, 저에게 여전히 학교는 제 생활 가까이 있습니다. 군에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선배, 후배, 동료들의 질문에 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왜 교사의 길을 가지 않고 군에 왔는지부터 시작되는 질문들은 저에게 학교에 누가 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으로 흐르게 합니다. 특히 우리 학교의 이름을 말하면 더욱 놀라시는데. 거기서 저는 또 한 번 어깨가 으쓱하고 자부심을 느끼면서 청람벌에서 배운 가르침을 더 열심히 나누고자 의지를 다지게 됩니다.
제가 학교에 입학했던 무렵인 2010년대 초반, 숙명여대 학군단이 창설되어 군 복무의 기회가 여성들에게도 확대되던 것이 그 시대의 큰 화두였습니다. 교직에서 근무하시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저는 학교에 입학했지만, 어려서부터 가슴 한구석에 가지고 있던 군인의 꿈을 포기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ROTC로 알려져 있는 학군장교모집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체력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던 첫 번째 도전에서 비선의 고배를 마셨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음 해 다시 도전해서 학군단 단복을 입고 학교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교직이 아닌 다른 직업을 택하고자 하는 학우님들은 처음에는 두려울 수 있습니다. 혼자 가는 길이라는 생각에 무섭기도 하고, 도움을 구할 곳도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찾아보니 학교에서도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 많았습니다.
2학년 여름방학, 저는 태국 교육봉사에 지원하였습니다. 해외에서 견문을 넓히는 동시에 그곳의 아이들에게 가르침을 줄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새로운 환경에서의 도전이었기 때문에 준비도 더 많이 하게 되고, 배우는 점도 많았습니다. 만나는 사람이 다양해지니 경험도 자연히 다채로워졌습니다.
지금의 저를 만든 또 하나의 교내경험은 바로 영자신문, 인디고 기자생활이었습니다. 그 시절에는 외부활동에 제한이 없었기 때문에 발로 뛰는 취재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견문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 제 글로 많은 학우분에게 영향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더 노력하게 되더군요.
필수 과정이었지만, 교육실습도 지금의 저를 만든 큰 경험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군대도 하나의 교육기관이었습니다. 처음 군에 입대하는 용사들에게 알려줄 것이 많기 때문이죠. 군에 입대한 용사들을 관리하는 “선생님”인 것입니다. 학교와는 달리 계급이라는 위계질서가 있다는 것, 성인들을 대한다는 것, 기상에서부터 취침까지 전 생활영역에 영향을 끼친다는 차이가 있었지만 말입니다. 저는 대학에서 미리 군 생활을 준비했던 것입니다. 다른 학교에 비해 실습기간과 횟수가 더 긴 것이 저에게 더 효과적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군인으로서의 준비를 마친 저의 처음 보직은 신병교육대대 소대장이었습니다. 신병들에게 기본적인 군 생활, 전투기술들을 알려주는 교관 역할도 겸하고 있었습니다. 대학에서 배운 교육학들이 정말 유용하게 쓰여졌습니다. 교생실습의 한 200배 되는 매운맛이랄까요. 물론 가르침의 내용이 분명히 다르지만, 제가 임관 초기에 다른 동기들보다 어려움을 덜 느꼈던 것은 아마 학교에서의 배움 때문은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개인적으로 교육학은 사람의 이해의 출발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학을 배운 사람으로서의 인간에 대한 폭넓은 이해, 그 바탕이 지금의 7년 차 군인, 저를 만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신병들을 관리해야 하기에 면담도 잘해야 했습니다. 이 부분은 교육심리학이나 상담기법들이 주요하게 쓰였습니다. 면담기법은 관리자로서 부하들을 통솔해야 하는 지금까지도 매우 유용하게 쓰입니다.
저는 이렇게 학교에 큰 빚을 지고 있습니다. 한국교원대라고 하는 배경은 상관에게 특별한 인상을 주고 학교에서 얻은 지식과 경험들이 지금의 저를 만든 것이니까요. 돌이켜보면 다락리에서 공부할 수 있어서 참 감사했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꿈을 잃지 마세요. 지금 있는 곳에서 최대한 즐기고 본인을 단단하게 채워나가는 시간을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현재 주어진 것을 충분하게 즐긴다면 그 꿈은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봄입니다. 도서관 앞 잔디밭에서 마시던 막걸리가 생각나네요. 봄기운에, 술기운에 꽃처럼 흐드러지게 필 여러분의 청춘을 응원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