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정개특위)에서는 피선거권 하한 연령을 현행 25세에서 18세로 낮추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만 18세, 즉 고3 학생에게도 국회의원으로 활동할 길이 열린 것이다. 이와 같은 청소년의 정치 참여 확대에 대해 우려와 환영의 상반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각 교육단체에서는 청소년이 올바르게 정치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민주시민교육이 절실하며, 이를 위해서는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청소년들의 정치 참여, 세계는 지금
오늘날 정당정치가 발달한 상당수 국가에서는 이미 청소년들이 정치에 직접, 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지난해 11월 정책연구 용역 ‘정당의 청년 정치인 교육 및 충원 시스템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은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각각 고등학생 민주당(HSD), 10대 공화당(TARs)의 청년조직을 운영하고 있으며, 영국 노동당은 14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청년 노동당 조직을 통해 젊은 층의 관심사를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또한 영국, 호주, 독일, 스페인, 프랑스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다수는 하원 의원 피선거권 연령을 18세 이상으로 규정해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청소년의 정치 참여는 지역 내 선거운동에 참여하여 당의 지지세 확대에 기여하거나, 토론회, 세미나와 같은 차세대 정치인 교육 시스템에 참여하여 당의 가치를 습득함으로써 이루어진다. 비록 이러한 활동이 전체 당의 노선 결정에 큰 영향을 준다거나 당의 선거 후보 경선에서 당락을 좌우하는 수준의 영향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차세대 리더들이 각자의 당에서 정치인으로서의 능력과 당원으로서의 정체성을 키워나간다는 점에서 청소년의 정치 참여 활동은 유의미하다고 볼 수 있다.
◇ 청소년 정치 참여 확대 환영 : 시대 변화를 반영한 자연스러운 결과
이러한 세계적 동향 속에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정치 참여 확대는 더디지만, 꾸준히 나아가고 있다. 지난 2019년 12월 27일,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며 선거 연령이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하향되었다. 이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은 성명서를 통해 “핀란드의 30대 젊은 총리 역시 청소년기부터 자연스레 정치를 접하고 경력을 쌓을 수 있는 사회적 토대 위에 탄생할 수 있었다 … 선거 연령 하향은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발맞춘 것으로 국제적 보편 기준과 세계적 추세에 따른 것이다”라며 긍정적 견해를 밝혔다.
이후 2021년 12월 28일, 정개특위에서는 국회의원 선거, 지방자치의회 및 지방자치단체장의 피선거권 연령을 현행 25세에서 18세로 낮추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의결되었다. 이에 대해 정소영 전교조 대변인은 “청소년이 정당에 가입해 정책 형성 과정부터 참여할 수 있게 되면서 목소리가 보다 반영될 수 있을 것이며, 청소년들의 의견이 학령기에서부터 더 보장될 수 있다면 그것이 제대로 된 민주시민 교육”이라고 말했다.
◇ 청소년 정치 참여 확대 우려 : 교사의 정치기본권 등 해결 과제 산더미
한편 교육적, 문화적으로 청소년의 정치 참여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은 현 상황에서 청소년의 참정권 확보와 관련된 법의 개정은 시기상조라는 목소리도 있다. 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는 지난 2020년, ‘18세 선거법’ 통과에 따른 교실 정치장화 근절 및 학생 보호 대책 촉구 성명을 내기도 했다.
성숙한 청소년 정치인 양성에 이바지할 학교 민주시민교육과 정치교육 시스템의 부족 또한 문제로 대두되었다. 교원단체들은 바른 민주시민교육을 위해, 청소년 참정권 확대에 발맞춰 교사의 정치기본권도 확보해 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홍윤기 서울시 민주시민교육자문위원회 제1기 자문위원장은 자신의 칼럼(2017)에서 더는 정치 문맹, 권력 문맹 상태를 방치할 수 없으며, 청소년들에 대한 유효한 정치교육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고 밝혔다.
◇ 발등에 떨어진 불, 그리고 아직도 보장되지 않은 교사의 정치기본권
그러나 교육의 최전선에 있는 교사들에게 정치기본권이 보장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대한민국 헌법 7조 2항에 따르면,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 이는 특정 정당이 아닌, 사람으로서 올바른 것을 교육하며, 학생들에게 교사의 편향된 정치적 의견을 주입하지 않는다는 목적이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법률의 내용이 교사의 정치적 활동에 과도한 제한을 두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SNS에 정치 관련 기사를 공유하거나 ‘좋아요’를 누른 교사 70여 명이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되었고, 근무시간 외 개인 SNS에 글을 올린 행위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법적 처벌의 대상이 되었다.
교원단체들은 꾸준히 교사의 정치기본권을 요구해왔으며, 최근 치러진 3월 대선에서는 일부 교사단체들이 선거 교육을 언급하며 교사 정치기본권과 관련된 공약을 촉구했다. 전교조, 실천교육교사모임, 좋은교사운동, 새로운학교네트워크 등은 3월 3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후보는 교사의 정치적 의사 표현, 정당 가입, 후원, 선거운동 보장을 공약화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18세 청소년은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갖게 됐고 정당 가입은 16세부터 가능해졌는데, 민주시민교육을 담당할 교사는 정치 세계를 직접 경험할 수 없다”라며 “지금이라도 교원 근무시간 이외의 정치활동 보장을 공약으로 내걸고 학교 내 민주시민교육의 교두보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간 청소년의 정치 참여에 대해 오랜 사회적 논의가 있었고, 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선거권 및 피선거권 연령의 하향은 민주주의 기본권 확대의 시작이며, 불가피한 세계적 추세이다. 그러나 청소년의 참정권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법의 개정과 사회의 인식 속도가 맞춰지지 않는 이상, 마찰과 진통 또한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청소년의 참정권과 정치교육은 어디로 나아가야 할까? 다음 호에서는 청소년을 위한 올바른 민주시민교육의 방향성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