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바이러스 발생의 시발점이 된 고등학교’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이하 지우학)의 시놉시스에서 드라마의 내용을 짧지만 강렬하게 압축한 문구이다. 동명의 원작 웹툰을 각색하여 제작한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은 올해 1월 28일에 넷플릭스에 공개되었다. 공개 직후 플릭스패트롤 넷플릭스 TV 쇼 부문 월드 랭킹 1위를 차지했고, 이후 5주 연속 전 세계 넷플릭스 비영어권 작품 주간차트에서 1위를 유지하며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 지우학만의 특이점, 하이틴 좀비물에 한국 사회를 담다
한국 대중영화 및 드라마에서 좀비라는 소재를 다뤄 흥행에 성공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산 좀비물을 세계에 알린 영화 <부산행>, 최근 넷플릭스에서 조선시대, 괴물화 등 독특한 컨셉으로 세계적인 호평을 받은 드라마 <킹덤>과 <스위트홈>까지. 어쩌면 ‘좀비’라는 소재 자체가 대중들에게 신선하다는 인상을 주던 시기는 이미 지났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지금 우리 학교는>이 역대급 흥행을 이끌 수 있었던 이유 역시 ‘좀비’라는 소재의 특유한 공포감과 자극성, 몰입도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사람이 가장 무섭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이 작품에서 사람들이 가장 무섭다고 느끼는 부분 역시 시각적으로 잔인한 장면들보다는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들이 저지르는 잔혹한 행동들일 것이다. 작품 속에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드러내는 문제들이 곳곳에 녹아있다. 끔찍한 수법의 학교폭력을 일삼는 학생들, 미혼모, 저소득층 등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을 외면하는 학교와 사회, SNS에서 관심을 끌기 위해 위험한 행동을 겁 없이 저지르는 사람들. 스릴러 장르의 드라마임에도 단순히 일시적인 공포감을 주는 데에 그치지 않고, 무엇 하나 가볍지 않은 우리 사회의 현실들을 담아내려는 시도는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 결국에는 인간의 이야기 … 무엇이 가장 인간다운 선택인가?
좀비물의 주인공은 대개 좀비가 아닌 사람들이다. 카메라의 초점은 좀비들이 아니라 좀비 사태에 놓인 사람들에게 맞춰져 있는 것이다. 작품의 연출을 맡은 이재규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좀비물도 사람 이야기여서 무섭지만 한 번은 접하고 나눠볼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작중 인물들이 하는 생각과 말, 행동들은 우리에게 생각해볼 거리를 던진다.
좀비 사태라는 극한의 상황에 놓인 것은 모든 인물이 똑같지만, 모두 각자의 방식대로 상황을 받아들이고 서로 다른 판단과 행동을 한다. 어떤 인물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이기적인 선택을 합리화한다. 자신의 입지를 굳히고자 고의로 경수를 감염시키는 나연, 옥상에서 문을 잠근 채 구조대를 기다리다 구조대가 오자 생존자가 없다고 거짓말하고 홀로 구조된 철수 등의 인물이 그러하다. 반면 생존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타적인 선택을 하는 인물들도 있다. 효산고 교사인 선화는 경수를 감염시켰던 사실이 들켜 내쫓긴 나연을 구하러 따라나가 대신 감염된 후 나연에게 꼭 살아남으라는 마지막 말을 남긴다. 그 밖에도 온조의 아버지인 소주, 준성, 그리고 주인공 청산까지 자신을 희생해 다른 아이들을 구해낸다.
좀비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지만,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선택들은 왠지 낯설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것은 드라마 속 선택의 상황들이 우리가 살아가며 마주하는 여러 딜레마의 상황과 닮아있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저마다의 상황은 다르겠지만, 선택의 주체는 모두 같은 인간이다. 어떤 선택이 옳은 것인지, 어떤 선택이 최선인지에 대한 고민은 결국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인간학적인 물음으로 귀결된다.
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인간다움을 포기한 인물은 결국 벌을 받아 자멸하고, 끝까지 인간다움을 지킨 인물은 원하는 바를 이루는 결말을 맞는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러한 권선징악은커녕 그 반대의 경우도 수없이 많이 일어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걸까. 분명한 것은 각자의 인생은 무수한 선택으로 이루어지고, 그 선택들이 모여 결국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결정한다.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을 보며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어떤 선택이 나다운 것인지를 생각해보자.

